군대 선임병 갑질 사례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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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선임병 갑질 사례가 아직도?
  • 경남 김해시 이동근
  • 승인 2018.11.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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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경남 김해시 이동근

군대에서의 가혹행위, 병영부조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옛날 군대처럼 구타행위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여전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많이 받는다. 부대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군필자들은 병영부조리를 겪어 봤을 것이다.

나는 이등병 때 사이버지식정보방(사지방, 일종의 군내 PC방)이나 PX를 혼자 가지 못했다. 이등병은 자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군생활의 전반적인 것을 모르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군기가 빠져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이런 관행을 선임들이 사지방을 독점하기 위해 만든 이데올로기, 다르게 말하면 ‘똥군기’라고 생각한다. 이등병에게도 사지방이나 PX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이를 선임들이 무슨 권한으로 침해한단 말인가.

군대 선임들이 후임 개개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고, 부조리가 발생할 시에 즉각 신고하여 강력한 처벌을 내린다면 언젠가 병영부조리가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게다가 선임들이 하기 싫고 귀찮은 일들은 후임들이 모두 떠맡아야 했다. 나는 해군으로 고속정에서 근무했는데 고속정은 새벽에 출항할 일이 많다. 새벽에 배가 출항한다면,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식당에 가 밥을 싸오는 것은 막내의 일이고, 배에 정수기가 없기 때문에 물통에 물을 채우는 것 역시 막내의 일이었다. 배 생활을 하면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 분리수거도 막내들이 하고, 청소시간에 청소도구를 준비하고 청소 뒷마무리하는 것 역시 막내들의 일이다. 그리고 개인이 먹은 식판은 개인이 닦는 육군과 달리, 해군은 식사당번 몇 명을 뽑아 전체 인원의 식판을 식사당번들만 닦는다. 식사당번은 상병이 되면 나가지 않는 것이 우리 배의 원칙이었다. 막내는 항상 선임들의 눈치를 보기 바쁘고 당직서고 당번 나가야 하며 분리수거와 밥 싸오는 모든 것들을 해야 한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계급사회인가. 아무리 군대가 최소한의 위계질서와 군기가 잡혀있어야 한다지만 과도한 부조리는 용납될 수 없다.

내가 상병 5호병이 되자, 내 위의 선임들은 모두 전역하고 내가 생활반장이 됐다. 해군에서의 생활반장은 육군으로 치면 분대장이다. 나는 내가 당한 만큼 내 밑의 후임들에게는 돌려주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후임들을 잘 챙겨줬다. 막내가 들어오면 사지방을 항상 데려가줬고, 당직이나 휴가를 짤 때 항상 공평하게 짰으며, 병장이 되고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아도 당번을 나갔다.

군대에 갓 입대한 이병과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병장. 인격적으로 누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기껏 군대 몇 달 빨리 들어온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작업에서 열외를 해주고 후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당한 만큼 내 밑의 후임들에게 그대로 대물림하기만 한다면 병영부조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선임들이 후임 개개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고, 부조리가 발생할 시에 즉각 신고하여 강력한 처벌을 내린다면 언젠가 병영부조리가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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