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구 완월동, 아직도 분홍빛 전등 밝히고 성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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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구 완월동, 아직도 분홍빛 전등 밝히고 성업 중
  • 취재기자 박대한
  • 승인 2018.11.30 00: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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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 구청이나 "정비 계획 없다", 시민들은 대부분 "관심 밖" / 박대한 기자

김모(17, 부산시 서구) 군은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다. 김 군은 하교 때마다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등교할 때는 조용했던 학교 가는 길거리가 늦은 시간 하교할 때가 되면 수상한 업소들이 분홍빛 전등을 켜고 하나 둘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김 군이 다니는 이곳은 부산 서구 충무동, 구 완월동이다.

밤이 되어 어둠이 거리에 깔리자, 충무동(구 완월동)에 붉은 전등이 하나 둘 들어오면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충무동은 이전에 완월동(玩月洞)이라 불렸다. 완월동은 희롱할 완(玩), 달 월(月) 자를 써서 '달을 희롱하는 동네'라는 아름답지만 ‘야한’ 은유를 담고 있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부둣가에서 가까운 이곳에 공창제(公娼制)를 시행했던 곳이었다. 그때부터 이곳에는 허가 받은 성매매업소들이 들어섰다. 해방 이후에도 업소들은 없어지지 않고 영업을 계속했다. 1982년 완월동이란 명칭이 성매매 집결지 이미지가 강하다는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과거 완월동1가는 충무동2가에 포함되고 완월동 2가는 충무동3가에 포함되어 이제 완월동은 충무동으로 동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명칭이 바뀌었어도 충무동 2, 3가는 여전히 법으로 금지된 성매매가 이뤄지는 성매매업소 집결지, 즉 완월동으로 남아있다.

충무동(구 완월동) 성매매업소는 통유리로 되어있고 그 안에는 전시된 상품 같은 여인들이 앉아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완월동은 날이 어두워지면 살아난다. 분홍빛 전등으로 길을 밝히고 업소 안에서는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행인들에게 가게로 들어오라 손짓한다. 업소 밖에서는 40~60대의 마담들이 손님들의 손, 가방끈 등을 잡고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분홍빛 전등이 길을 매울 때면, 남성들은 혼자 아니면 여럿이 이곳을 찾아온다. 이때부터 길가는 마담들의 호객 소리로 가득 찬다. 마담들은 “아가씨들이 보고 있잖아, 눈길이라도 줘”라고 말하며 길가에 서성이는 남성들을 가게로 끌어들인다.

일부 남성들이 차를 타고 서행하면서 여성들을 살피다가 안으로 들어가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완월동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완월동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 충무동 1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모 씨는 “이곳에서 일하지만 완월동이 어떤 동네인지는 딱히 관심 없다”고 말했고, 길을 지나가던 커플에게 성매매업소가 근처에 운영되고 있는 걸 알고 있는지 물어보니, “부산에 살고 있는데 여기(서구)에 성매매업소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완월동에서 인터뷰해 본 대부분 사람들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지 완월동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대답했다.

반면, 완월동의 ‘유명세’에 이미 익숙한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충무동 1가 다른 편의점의 알바 직원은 “늦은 시간 야한 옷차림의 여성들이 담배를 사러올 때 이곳에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1, 부산시 수영구) 씨는 “부산에 살면서 완월동을 들어봤지만 이 정도로 큰 줄 몰랐다”고 기겁을 했다.

완월동의 존재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은 다양했다. 충무동 길 건너에 있던 치킨집 사장은 “건너 동네(성매매업소) 일은 신경을 안 쓴다. 길(구덕로)을 기준으로 우리 동네와는 전혀 다른 동네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밥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세계 각국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그 사람들도 하나의 직업 아니겠나. 나라에서 불법이라고 하니까 암암리에 더 번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1, 경남 창원시) 씨는 “정부가 성매매업소를 합법화하고 보건소에서 성매매업소 여성들을 철저히 관리하면 성적 해소를 못한 성범죄자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에는 완월동뿐만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성매매 집결지들이 남아있다. 2017년 5월 1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완월동처럼 성매매가 1차적 목적인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전국에 42곳으로 조사됐다. 집결지의 모든 업소를 합친 수는 1869곳으로 집결지 당 업소 수는 44.5곳이었다. 또한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 성매매 여성 수는 4402명이다. 부산 지역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인권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가출청소년들이 집창촌으로 넘어 오면서 청소년들이 성매매 종사자가 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인도보다 대한민국이 더 거대한 성매매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하보스코프 자료다(사진: 하보스코프 홈페이지 캡처).

암시장 전문 조사기관 ‘하보스코프닷컴(Havocscope)’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성매매 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세계 6위 규모라고 한다. 중국, 스페인, 일본, 독일, 미국 다음이 대한민국이다. 인도, 태국, 필리핀 등에 못지않게 대한민국도 거대한 성매매 시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단순히 생각하는 것보다 대한민국 성매매 시장은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충무동(구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는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들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사진: 취재기자 박대한).

여성인권지원센터 관계자는 버젓이 호객행위가 이뤄지는 완월동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로 ‘충초회’가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 관계자는 “전국 성매매 종사자와 업주가 모인 ‘한터전국연합회’와 성질은 비슷하지만, 완월동에는 독립적으로 ‘충초회’라는 이름으로 (완월동 내) 성매매 종사자와 업주들 간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완월동은 ‘충초회’를 기반으로 형성된 부산 내 최대 성매매 집결지다“고 말했다.

2015년 당시 부산시와 서구가 밝힌 완월동 재생 개념도(사진: 국제신문 2015년 5월 13일 기사를 바탕으로 시빅뉴스 제작).

완월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와 서구청은 정비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부산시와 서구청의 계획에 따르면, 2019년까지 완월동을 안심, 치유, 공유의 공간으로 재생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부산시청에 완월동 재생 계획의 진행 과정을 물었으나 담당자는 “(계획 자체가) 서구청에게 보고받는 일”이라며 답을 미뤘고, 서구청에 문의하니 “당시 그 계획 담당자가 아니라 그 계획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는 올해 안에 철거가 확정됐다. 옐로하우스는 1962년부터 자리 잡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거대 성매매 업소 집결지였지만 시민들과 시·구청의 관심으로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여성인권지원센터 관계자는 완월동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완월동에 관심을 가지고 성매매업소가 우리 지역에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구청은 “완월동에 일하는 여성들에게 탈성매매를 할 수 있게끔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 완월동 폐쇄와 관련된 사업은 진행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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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1-13 13:41:20
제가 가서 느꼇지만 같은부산에 살면서도 이런동네가 부산에 있다는걸 처음알았고 뷴위기자체가 달랐습니다. 제가 봤을땐 동네자체가 문제입니다.
분위기자체도 너므 엄숙하고 가게를들어가도 장사도 이상하고 경찰들은 치안을 하나도 생각안하는지그런 생각을 많이했습니다..

송혜교 2018-12-03 15:19:14
우리 주변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네요.
좋은 기사 잘봤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기사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