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형 '이동청소년쉼터', 청소년 밀집지역 다니며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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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형 '이동청소년쉼터', 청소년 밀집지역 다니며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
  • 취재기자 최호중
  • 승인 2018.11.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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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공간, 먹거리 준비해 청소년 도와...'상담소'도 설치 위험 청소년 돕기도 / 최호중 기자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2곳 중에 국내에선 유일하게 부산의 ‘전포카페거리’가 선정됐다. 화려한 명성만큼이나 전포카페거리에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카페들이 즐비한 거리 한쪽에는 파란색의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그리고 즐거운 표정으로 떠들며 거니는 사람들 사이로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그 버스의 정체는 ‘부산광역시이동청소년쉼터’다.

부산광역시가 위탁운영하는 이동청소년쉼터 버스는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 상주하며 청소년들의 상담을 들어주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 정진화 씨 제공).

이동청소년쉼터 버스는 2013년 청소년 가출 예방사업, 의료지원, 긴급구호 등 가출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생겨났다. 여성가족부와 부산광역시 지원으로 학교법인 박영학원(신라대학교)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45인승 버스를 활용해 만든 이 쉼터에는 방문 청소년 누구에게나 놀 거리, 먹거리, 할 거리, 쉴 거리가 제공된다. 과자와 음료 등 간단한 먹을거리부터 남자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비디오 게임도 있다. 여자 아이들의 취향도 고려해서 다양한 미용 도구부터 네일아트를 할 수 있는 장비들도 구비돼있다. 버스 안에는 간단한 의료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응급처치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 연계해서 청소년들에게 확실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버스 안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공간은 상담할 수 있는 곳이다. 버스 안에는 상담사, 사회복지사, 의료전문가가 상주해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로 이동청소년쉼터 근무 3년 차인 사회복지사 정진화 씨는 “청소년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주기 위해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과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광역시 이동청소년쉼터의 내부 시설. 정갈하고 잘 정된 상태에서 청소년들이 상담하고 쉴 수 있는 시설들이 구비되어 있다(사진: 정진화 씨 제공).

이동청소년쉼터 버스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번 다른 장소에 정차한다. 화요일엔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사상구 이마트 앞과 화명 용수중학교 앞에 격주로 정차한다.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저녁 6시에서 밤 12시까지 남포동 용두산 공원, 서면 전포카페거리 놀이마루, 화명동 북부 경찰서 앞에 각각 요일에 따라서 정차한다. 토요일엔 오전 10시부터 밤 7시까지 청소년 밀집지역에 정차한다.

이동청소년쉼터의 주요 역할은 버스를 스스로 방문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거리에 직접 나가서 거리의 청소년들을 돕는 활동이 있다. 그중에서 거리의 청소년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활동을 ‘아웃리치 활동’이라고 한다.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서 쉼터 직원들이 직접 길거리로 나가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 있는지를 찾는다. 길거리에서 가출, 배회 청소년이 발견되면, 필요한 상황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당 청소년을 선도하게 된다.

아웃리치 활동은 사회복지사와 부산 지역의 대학생으로 이루어진 아웃리치봉사단이 맡고 있다. 이들은 시간대별로 나누어 주간 아웃리치 활동과 야간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다. 주간 아웃리치 활동은 오후 2시에서 저녁 6시까지, 야간 아웃리치 활동은 저녁 7시에서 밤 11시까지 진행된다. 사회복지사 정진화 씨는 “길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면 경계를 많이 한다. 아웃리치 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소한 이유든 청소년들이 스스로 도움을 원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는 쉼터 관계자들이 청소년에게 먼저 다가가 안내책자를 나눠주면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사진: 정진화 씨 제공).

이동청소년쉼터는 아웃리치 활동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도 하고 있다. 고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9세 이상~24세 이하 청소년이면 누구든 쉼터를 방문하여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이곳을 방문해 진로 상담을 받은 고3 수험생 김은지(19) 양은 “요즘 진로와 장래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진지하게 상담해줘서 너무 좋았다. 굳이 상담을 받지 않더라도 버스에 들려 잠시 쉬다가 가도 된다고 하니 앞으로 종종 이용해야겠다”고 말했다.

쉼터 버스 안에는 시설 소개와 다양한 정보가 게시되어 있는 게시판이 있다(사진: 정진화 씨 제공).

이동청소년쉼터에는 어떤 청소년들이 무슨 고민으로 찾아올까? 사회복지사 정진화 씨는 “하루에 보통 15~20명 정도가 찾아오는데 거의 진로 상담을 하러온다. 찾아오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진로 상담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문하는 청소년들 중 진로 상담을 제외하고는 성과 관련된 상담이 많다고 한다. 성 관련 문제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 씨는 “임신이 걱정되는 여학생들의 검진을 위해 산부인과에 같이 가기도 하고 콘돔과 생리대를 비치해 원하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나눠준다”고 말했다. 이런 성 관련 활동들은 성교육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쉼터를 방문한 청소년들이 보건교육과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사진: 정진화 씨 제공).

이동청소년쉼터는 방문기록이나 상담내용이 남지 않아 부모나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얘기하러 오는 청소년들이 많다. 고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윤혜정(50) 씨는 요즘 사춘기 딸 때문에 고민이 크다.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지 부모에게 고민을 얘기하는 것을 꺼린다. 우리 딸 뿐만 아니라 많은 청소년이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설을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과 부모님들에게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청소년쉼터 버스를 정차하고 활동하는 것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버스를 주차하면 몇몇 동네 주민들은 불량청소년들이 모인다며 민원을 넣고 항의를 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 정 씨는 “제발 어른들이 선입견을 품고 청소년들을 바라보지 말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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