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 대학로 소극장들 어려운 환경에서 '연극 문화' 지키지만 문제는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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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대학로 소극장들 어려운 환경에서 '연극 문화' 지키지만 문제는 홍보
  • 취재기자 김태연
  • 승인 2018.12.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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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만 7곳, 돈 없어 온라인에 의존...서울 대학로처럼 길거리 판촉 등 적극적 홍보 절실 / 김태연 기자

연극 공연 30분 전. 건물 계단에 사람들이 줄 지어 기다린다. 드디어 극장이 문이 열리고, 표를 확인받은 사람들이 직원의 주의사항을 들으며 극장 안 계단 밑으로 내려간다. 객석과 티켓의 좌석 번호를 번갈아 확인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 앉은 관객들은 함께 온 친구, 연인, 가족과 인증 사진을 찍으며 막이 오르기를 기다린다. 여기는 부산의 대표적 대학가 경성대 주변에 위치한 한 소극장이다.

부산의 대표적 대학로 경성대 앞 소극장 ‘초콜릿 팩토리’에서 연극을 보러 관객들이 모였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서울에 대학로가 있다면, 부산에는 경성대·부경대 대학로가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대학로인 이 거리에는 서울의 대학로 못지 않게 부산의 색깔을 담은 공연을 만들어 내는 많은 소극장들이 있다.

소극장은 대극장의 상업성을 지양하고, 예술성을 추구하며, 관객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객석 300석 미만의 소규모 극장을 뜻한다. 전국에 있는 소극장은 총 2300개. 부산에는 총 130개가 있는데, 그 중 경성대·부경대 주변에 있는 소극장은 7개다.

경성대 주변 소극장에서는 예술성 높은 작품은 물론 대중적 작품 등 다양한 연극들이 연중무휴 펼쳐진다. ‘용천지랄’ 소극장에서는 5월 25일부터 현재까지 <달동네>가 관객들을 맞고 있고, ‘초콜릿 팩토리’에서는 3월 14일부터 현재까지 공포연극 <서툰살인>이 공연되고 있다. ‘하늘바람’ 소극장에서는 11월 9일부터 18일까지 <영순아, 어디 가니>가 공연됐고, 11월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나다’ 소극장에서 <중독자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경성대·부경대 대학로에 소극장이 몰려 있다 보니 이곳을 찾는 젊은 세대들이 내친 김에 소극장도 많이 찾는다. 경성대 주변 소극장을 찾은 게 이번이 네 번째라는 정이슬(25, 부산시 남구) 씨는 연극 <나소페스티벌>을 보러 나다 소극장에 오게 됐고, 오페라를 보는 과제를 하기 위해 작년 초 초콜릿 팩토리 소극장을 찾은 적이 있다. 정 씨는 “학교 주변에 소극장이 많아 자주 연극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경성대 주변 소극장을 이용하는 관객들은 주로 인터넷을 보고 찾아온다. 규모가 영세한 소극장들이 주로 온라인 홍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 ‘부산 연극’을 검색하면, 경성대 주변 소극장에서 하고 있는 연극들이 소개돼 있다. 김세인(21, 부산시 수영구) 씨는 연극을 보고 싶어 포털 사이트에 ‘부산 연극’을 검색하다 경성대 주변에 소극장이 있는 것을 알게 돼 이곳 소극장을 방문했다. 김 씨는 “학교 근처에 소극장이 있다는 사실을 온라인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성대 주변 소극장 초콜릿 팩토리의 입구는 이렇게 포스터 몇 장과 극장으로 들어가는 안내판이 전부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온라인 홍보에 그친 까닭에 많은 학생들이 소극장이 경성대 대학로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대학생들은 경성대 주변 소극장의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박아름(22, 부산시 북구) 씨는 “남포동에는 소극장 연극 전단지를 길거리에서 많이 나눠줘서 소극장이 그곳에 많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경성대 대학로에서는 연극전단지를 받은 적이 없어서 소극장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최인하(21, 부산시 해운대구) 씨 역시 경성대 주변 소극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최 씨는 경성대 주변에서 전단지를 수없이 받았는데 연극 전단지는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홍보가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성대 대학로 소극장을 가끔 이용하는 정이슬(25, 부산시 남구) 씨 역시 “막상 찾아서 소극장에 오면 여러 가지 할인 혜택을 준다. 그렇지만 그런 혜택이 관객을 모으는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처럼 연극에 관심 있는 사람 말고는 소극장의 존재를 잘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안진우(25,부산시 북구) 씨 또한 “지나가면서 소극장을 보긴 했는데, 소극장이 걸거리 등에서 홍보하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성대 소극장들은 극장 앞 길가에 포스터 판을 세워 놓는 게 오프라인 홍보의 대부분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소극장 관계자들은 이런 학생들의 홍보 부족 지적에 공감하고 있었다. 이들은 소극장 홍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늘 바람 소극장 관계자 이형진(35) 씨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 오프라인 홍보는 하지 않고 온라인 홍보를 주로 한다고 했다. 이 씨는 “SNS를 통해 오는 관객이 80% 이상이라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천지랄소극장 관계자 김정엽(39) 씨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김 씨는 “오프라인 홍보라고 해봤자 포스터 붙이는 게 다인데, 관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온라인 홍보에 집중하는 것이 비용도 덜 들고 관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다 소극장 관계자인 김민혁(37) 씨 역시 “문화 예술 공연은 아는 사람만 안다. 적은 비용으로 널리 알려나가는 게 우리 몫이고 숙제다”라고 말했다.

경성대 부경대 지하철역에는 교통공사의 도움으로 소극장 공연 홍보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이것도 경성대 대학로 소극장의 오프라인 홍보 활동 중 하나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교통공사의 도움으로 소극장 공연 홍보 포스터가 경성대부경대 역사 안에 부착돼 있다. 그러나 이런 오프라인 홍보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사실 경성대 대학로 극장들은 인근 경성대부경대 지하철 역 구내에 교통공사의 도움을 얻어 연극 포스터를 무료로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포스터를 보고 오는 관객들이 적어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성대 주변의 소극장들은 아쉽게도 네크워크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하늘 바람 소극장 이형진 씨는 “경성대 대학로 소극장 끼리 따로 네트워크는 없다. 부산소극장협의회가 있고 우리도 거기에 소속되어 있지만 활동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용천지랄소극장 김민혁 씨도 “처음에는 이곳 소극장 끼리 모임이 있었다. 그런데 극장마다 공연도 있고 바쁘다 보니 지금은 모임이 잘 안 이뤄진다”고 말했다. 

부산의 소극장 중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남포동의 조은극장의 현실은 경성대 주변 소극장과는 조금 다르다. 남포동 조은극장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조은극장은 두 가지 홍보 방법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홍보는 조은극장의 서포터즈 ‘조은모니터‘가 담당한다. 조은모니터는 새로운 연극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각종 SNS에 포스터와 홍보글을 올린다. 이들은 다 같이 첫 공연을 본 다음에 인증사진과 후기를 업로드한다. 조은극장은 오프라인 홍보도 한다. 남포동 길거리에서 조은극장 판촉단이 티켓을 판다. 길거리에서 티켓을 구매한 후 극장을 방문하는 관객들이 전체 관객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조은모니터인 안진우(25, 부산시 북구) 씨는 “조은극장의 홍보는 아주 체계적이다. 조은극장과 비교했을 때 경성대 주변 소극장은 홍보활동이 저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요일 오후 공연이지만 부산 남포동의 소극장 '조은극장'에는 많은 관객들로 북적인다(사진: 안진우 씨 제공).
부산 남포동 소극장 조은극장은 SNS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길거리에서 티켓을 파는 등의 홍보활동으로 주말에는 제법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다(사진: 안진우 씨 제공).

경성대 대학로 소극장의 이런 현실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최인하(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서울 대학로 연극가는 홍보가 활발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부산은 홍보가 아쉽다”고 말했다. 연극 애호가 김세인(22, 부산시 수영구) 씨 역시 “서울보다 대학가 연극이 덜 발달됐다. 서울 같은 홍보 분위기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연극이라는 장르가 부산에서도 쉽게 살아날 듯하다. 홍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성대 주변 소극장의 주말 공연에는 객석의 반 정도가 관객들로 채워진다. 연극을 올리는 데 금전적인 어려움이 걱정이 된다. 하늘 바람 소극장 이형진 씨는 “연극을 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서울의 대학로나 남포동처럼 경성대 대학로 연극을 더욱 살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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