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용자, 언론에게는 모두 욕망의 원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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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용자, 언론에게는 모두 욕망의 원죄가 있다
  • 부산광역시 동래구 방민영
  • 승인 2015.05.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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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트 크롤러>를 보고

영화 <나이트 크롤러>는 ‘특종을 쫓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특종을 위해 서슴없이 조작을 일삼는 영상기자의 삶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 루이스 블룸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살다가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그 현장에서 특종을 쫓는 나이트 크롤러를 보게 된 루이스는 그 일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본격적으로 그 일을 시작하게 된다. 운 좋게 생생한 영상을 담아낸 루이스는 지역 채널 보도국장 니나에게 호평을 받고 짭짤한 수입도 남긴다. 그 후 그는 본격적으로 나이트 크롤러가 된다. 그의 어수룩하던 촬영 실력은 장비와 함께 수준급으로 성장하게 된다. 또 그는 ‘열정 페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인턴까지 고용한다.

루이스는 자극적인 사고 현장이나 범죄현장을 쫓다 못해 사건 현장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그는 수준급 장비를 통해 얻은 정보로 경찰보다 먼저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해 시신의 위치를 옮기는가 하면, 어느 가정집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고현장을 몰래 들어가 총탄이 박힌 자리에 가족사진을 옮겨 붙이는 등 지능적으로 더욱더 자극적인 영상을 담기 위해 현실을 조작한다.

나는 이런 조작들이 실제 언론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각 언론사마다 같은 사건에 대해 아주 상반된 내용을 보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조작이 아니더라도 해석이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사건들 속에서 조작의 범위는 우리 언론에서 매우 넓어 보인다. 수용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사건을 무분별하게 맹신한다. 무엇이 어떻게 어디까지 조작된 것인지 판단할 지혜가 수용자들에게는 없다.

나는 왜 루이스와 니나가 자극적인 특종들을 쫓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답은 간단했다.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소식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한 장면에는 “부유한 백인 가정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더 잘 팔린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는 사람들이 의외의 뉴스, 상식을 깨는 뉴스를 더 보고 듣기를 원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람들이 추억의 TV 수사극 <형사 콜롬보>에 열광한 이유는 콜롬보 형사가 CEO, 의사, 변호사, 고위 공직자 등 주로 사회 지도층의 지능 범죄를 하나하나 추적해서 범인을 잡는 결말에서 상식을 깨는 반전 범죄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니나가 속한 언론사는 지역의 작은 뉴스채널이다. 시청률 경쟁에서 타 방송국을 이기기 위해 니나에게 필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알권리가 아니라 한순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뉴스와 영상이었다. 그래서 루이스는 자극적인 영상을 찾아다녔고 심지어는 조작까지 하는 것이다.

수용자들도 문제가 있다. 수용자들이 자극적인 영상과 뉴스를 원한다. 근본적으로 이런 시청자들의 태도로 인해 루이스와 니나 같은 인물들이 빗나간 욕망을 좇는 악순환의 고리가 탄생한다. 루이스의 ‘결과는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식의 비윤리적인 행동이 정당화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원죄의 씨앗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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