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동물 등록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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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뿐인 동물 등록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 취재기자 오윤정
  • 승인 2015.05.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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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안돼 모르는 사람 태반... 단속도 안해 과태료 엄포에 코웃음

대학생 이지혜(21,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씨는 최근 반려동물을 입양했다. 이 씨는 동물등록제가 있다는 말에 자신의 강아지를 등록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등록할 때 사용하는 내장형 마이크로 칩을 반려동물에게 주입할 경우 피부염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말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말을 못하는 동물에게 부작용 논란이 많은 내장형 칩을 사용하려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동물등록제란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마이크로 칩에 등록된 정보로 소유주를 쉽게 찾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마이크로 칩에는 소유주의 연락처와 주소, 이름과 같은 정보를 15자리의 등록번호로 기록한다. 몸속에 주입하는 내장형 마이크로 칩과 펜던트 속에 칩을 넣은 형태로 된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소유주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적힌 인식표 등 세 가지 방법으로 등록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하던 동물등록제는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등록하지 않을 경우 최대 40만 원의 과태료가 견주에게 부과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홍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단속도 하지 않는 등, 동물등록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동물등록제를 위해 찾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며 이 제도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실제로 단속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며, 외장형 식별장치나 인식표의 경우에는 잃어버리면 그만”이라며 “내년부터는 내장형 칩으로 통일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제대로 운영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하영(20, 부산시 남구 용호동) 씨는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펜던트 형태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를 사용했다. 그러나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외장형 식별장치를 잃어버린 후 다시 찾지 못했다. 동 씨는 “위치추적 기능이 없어서 일반 목걸이와 별반 다른 점을 모르겠다. 단속하는 것도 아니고 재발급 받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요즘은 그냥 산책하러 나간다”고 말했다.

김준형(19,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동물 등록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김 씨는 “반려견을 분양받는 곳과 동물병원에서도 이 제도에 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어 알지 못했고 앞으로도 굳이 등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내장형 마이크로 칩 리더기 (사진: 취재기자 오윤정).

또한, 몸속에 주입하는 내장형 칩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유기 동물이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 칩을 동물의 어깨 부근에 삽입하는 내장형 칩은 유기 동물을 직접 등록 기관에 데려다가 리더기를 사용하여 칩이 인식되어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칩의 크기가 작다 보니 동물의 몸속에서 그 칩이 돌아다닐 경우 인식하기도 쉽지 않다.

직장인 김수옥(51,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씨는 반려견에게 내장형 마이크로 칩을 주입한 후 개의 목 부근에 작은 응어리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김 씨는 “강아지가 약한 편이라 평소에도 걱정이 많았는데, 혹시 더 큰 부작용이 더 생길까 봐 초조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동물등록제를 할 경우 유기 동물을 찾기 쉽고, 동물에게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사람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동물등록제를 하는 정확한 방법과 장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동물등록제에 대해, 부산시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이를 단속하기 위한 인력이 부족하고 단속 방법이 마련되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등록 가구를 단속하기 위해 모든 가구를 돌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써 소유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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