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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헷갈리는 ‘동무’와 ‘친구’ 사이/ 편집위원 박시현

“어깨동무 씨동무 미나리 밭에 앉았다 / 동무 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내가 어린 시절 외할머니 무릎을 베게 삼아 누워 있으면, 외할아버지께서 이 노래를 들려 주셨다.

이런 노래도 있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 달래 냉이 씀박이 나물 캐오자 / 종달이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노랫말이 아름다운 이 동요 역시 어린 시절 친구와의 추억을 샘솟게 한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듣는 노래 중에는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로 진행되는 박태준 선생의 <동무생각>이란 가곡이 역시 친구를 그립게 한다.

동무는 어릴 쩍 사이, 친구는 좀 나이들면서 일과 공부로 만나는 사이가 원래 의미인 듯하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동무’라는 단어는 요즘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평등을 내세우는 공산국가에서는 위아래 구분 없이 상대방을 동무라고 호칭했다. 영어로는 'friend'가 아니라 'comrade'라고 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동무는 “노동계급의 혁명 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 또는 혁명동지를 부르거나 가리키는 말”이라고 쓰여 있다. 남한의 국립 국어원 <표준대사전>에서는 동무를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규정해 놓았다. 남한에서 동무는 친한 친구의 의미로 쓰이지만 왠지 옛스런 느낌이 나서 동무보다는 거의 친구란 말로 대체된 느낌이 든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 “친구 만나고 올게요”라고 말씀드리면 할아버지는 “꼬맹이가 친구가 뭐냐, 동무라고 하는 것이야”라고 말씀하셨다.

친구는 한자 ‘親舊’의 의미 그대로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뜻이다. 벗이라는 말이다. 동무는 커가면서 생긴 일종의 놀이 동반자인 또래(peer)라는 의미이고, 친구는 일(공부, 사업) 때문에 커서 사귄 동반자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추억 파트너가 동무라면, 친구는 애증의 파트너인 것이다. “꼬맹이들은 당연히 동무라고 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은 의미 상 상당히 정확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서 동무라는 단어에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뜻을 담아 사용하는 바람에 1960~70년대 남한에서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1960년대 서울 송파의 한 교회에서 전도사가 ‘동무야, 여름 성경학교로’라는 현수막을 교회에 내걸었다가 동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경찰서에 끌려가서 공산주의자로 의심받아 고초를 겪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1970년 제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취중에 술좌석에서 ‘동무’라는 단어를 썼다가 같은 이유로 고초를 겪은 뉴스도 있었다.

놀이터 디자이너이자 놀이운동가인 편해문 작가가 9월 경에 쓴 글을 읽었다. 평양과 개성에 ‘동무동무 씨동무 놀이터’와 '어깨동무 씨동무 놀이터'를 만듭시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남북 어린이 놀이터 교류 시민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편 작가는 “만나야 친구가 됩니다. 만나야 하나가 됩니다. 남북의 어린이가 놀이터에 모여 함께 놀고 친구가 되는 일은 그 자체로 ‘평화’입니다”라고 적었다. 남과 북의 어린이가 만나 늘 친하게 어울려 동무가 된다면, 남북의 거리가 더 가까워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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