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80만 원만 이체해 줘” 친구에서 아들까지 사칭하는 카카오 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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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80만 원만 이체해 줘” 친구에서 아들까지 사칭하는 카카오 피싱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11.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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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피해사례 급증...금감원 "송금 요구 받으면 반드시 전화로 상대 확인해야" 당부 / 류효훈 기자
메신저 해킹 등을 통해 가까운 가족을 시작으로 지인에게 연락해 금전을 요구하는 카카오 피싱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엄마, 지금 이체되지?”

“80만원 정도 여기에 송금해줘.”

“이따가 알려줄게.”

“전화했었네? 게임하느라고 못 받았어.”

군대 간 아들의 갑작스런 카카오톡이었지만, 프로필 사진,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의심도 하지 않고 부탁한 대로 80만 원을 송금한 A 씨는 그렇게 카카오 피싱에 당했다.

최근, 일반인뿐만 아니라 홍석천, 트와이스의 지효 등 연예인까지 피해를 당하는 등 새로운 수법의 카카오 피싱이 등장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카카오 피싱은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지인을 사칭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 피싱이다. 이들은 대체로 카카오톡의 ID를 해킹해 지인을 사칭하며 “급히 거래처에 결제를 해야 하는데 카드 비밀번호 오류로 보내지지 않는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타인계좌로 돈을 이체해 달라고 요청한다.

또, 카카오 피싱범은 피해자에게 이체 내역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하기도 하고, 피해자가 전화하면 휴대폰이 고장 나서 전화가 안 된다거나, 바빠서 제대로 확인 못했다 등의 이유로 전화 확인을 회피한다.

카카오 피싱의 피해는 대부분이 100만 원 미만의 금액이었다. 사기범들이 보이스피싱 예방차원에서 시행되는 지연 인출제도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지연 인출제도는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계좌에 입금됐을 때 ATM을 통해 출금하거나 인터넷으로 자동 이체하려고 할 때 30분간 인출을 늦추는 제도다.

B 씨는 인스타를 통해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가 해킹당했다며 지인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네이버에 핸드폰 주소록을 동기화해놨는데, 이틀 동안 제주도, 구미, 울산, 인천, 군산에서 해킹당했다”며 “이모, 고모, 부모님께 금전 요구하는 카톡이 왔다. 고모는 송금할 뻔했다. 네이버에 핸드폰 주소록 동기화해놓은 분들은 해킹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생을 사칭한 카카오 피싱범의 연락을 받았다는 C 씨는 말로만 듣던 일을 직접 당할 줄은 몰랐다고 얘기했다. 그는 “내 동생이라면서 평소답지 않게 갑자기 누나~라며 친근하게 불르면서 연락이 왔다. 보복당할까봐 얌전히 거절했는데 바로 아버지한테 연락해 돈을 이체해 달라고 했다는 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연예인 홍석천이 동료 개그맨 김미려를 사칭하는 카카오 피싱범에게 신고한다고 하자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다. 카카오 피싱범은 대범하게 경찰을 욕하며 조롱하고 있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연예인 홍석천 씨도 이미 지난 3월 카카오 피싱으로 인해 520만 원을 피해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8일에는 개그맨 김미려 씨를 사칭하는 카카오 피싱을 공개하며 "이번에는 안 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 달라고 해서 신고한다니 변태라고 한다. 이런 문자오면 꼭 본인과 통화해야 하며 절대 믿으면 안 된다. 한심한 범죄자들한테 당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메신저 피싱(카카오 피싱 포함)에 의한 접수된 피해액이 올 1~4월만 해도 33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메신저 피싱 관련 상담 및 피해 접수도 올 2월에는 37건, 3월에는 73건, 4월에는 9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프로필에 사진 속에 해외국기나 빨간 바탕의 하얀 지구본이 보인다면 카카오 피싱범일 확률이 높다(사진: 카카오톡 캡처).

이 같은 카카오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프로필 사진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프로필 사진 속에 해외국기나 지구본이 보인다면 피싱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에서는 2012년부터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친구 목록에 없는 해외국가번호 사용자가 메시지를 보내면 프로필 사진 영역 안에 국기를 표시하도록 했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전화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금감원은 안내했다. 금감원은 “특히, 상대방이 통화할 수 없는 상황 등을 들어 본인 확인을 회피하는 경우 직접 신분을 확인할 때까지는 금전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카카오 피싱범들이 메신저를 해킹해 지인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일이 많은 만큼 금감원은 “주기적으로 메신저나 SNS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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