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에너지 보존의 법칙'...한 번 뱉은 언어 폭력은 피해자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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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에너지 보존의 법칙'...한 번 뱉은 언어 폭력은 피해자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 부산시 사하구 김서정
  • 승인 2018.11.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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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사하구 김서정

물리학의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언어에도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어느 무명작가가 말했다. 입에서 나온 말은 시간이 지나도 소멸되지 않고, 우주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나의 말로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정도가 지나친 언어는 평생 누군가의 가슴에 아픔으로 남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상대방이 고통 받는 언어를 내뱉는 것은 명백한 언어폭력이다.

언어 폭력은 오래간다. 마치 언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학창시절, 나름대로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반 아이들의 괴롭힘에 못 이겨 자퇴한 적이 있다. 그 친구 반과 내 반 사이의 거리가 멀어 왕래가 잦지 않았던 터라, 나는 그냥 그 친구가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똑똑해서 공부도 곧 잘하던 그 친구는 어느날 길에서 만난 나에게 자퇴서를 냈다고 말했다. 왜냐고 물으니, 별다른 얘기 없이 "그냥"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집요하게 물어봤어야 했다. 그 이후로 내 친구는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고,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몹시 꺼려했다.

시간이 흘러 두 번의 계절이 바뀌었다. 그때가 돼서야 친구는 자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말해주었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잘 지내는 줄로만 알았던 그녀는 이른바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순간이 지옥 같았다고, 불행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녀를 조롱하는 말투와 시선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아직도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도 자신을 왕따 시켰던 아이들과 비슷한 사람을 보면 하루 종일 불안하고 마음이 힘들다고 한다.

우리는 사회적인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을 일탈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언어폭력도 일종의 일탈이다. 그러나 일탈은 그 행위가 걸리는 경우에만 죄를 묻는다. 즉, 걸리지 않으면 죄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은 언어폭력이라는 일탈 행위를 가볍게 여겨 더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다. 실제로 2018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유행 중 언어폭력이 34.7%로 1위를 기록했다고 빅데이터 뉴스가 전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언어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아츠컴퍼니 뜨락의 연극 <마음 소리>와 같이 실효성 있는 언어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마음 소리>는 말 때문에 상처 난 마음에 붙이는 반창고 같은 연극이라는 모토 아래 서로 간의 언어폭력을 예방하고, 행복한 또래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압적으로 언어폭력을 제재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이런 연극 같은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언어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무심코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오래오래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살아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로 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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