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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무용극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을 보고/ 김민남

친구와 제자들 중에 예술을 좋아하고 아끼고, 그래서 자기의 상당한 부분, 때로는 전부를 투자하는 사람이 있다. 대학 문을 나서면서 까만 고무신 한 짝에 몸을 의지하고 무작정 서울로 간 친구가 있다. 엄청난 인생도전이라고 할까.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렀다. 꽤 큰 재력을 모으기에 이르렀고, 간혹 서울 가는 걸음에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마신다.

어느 날 갑짜기 귀한 초청이 왔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그의 후원으로 아내가 오페라 <트란도트>를 상재(上梓)하게 됐으니 꼭 보러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언론 생활하면서 어쩌다 런던필하모닉이나 뉴욕필은 가본 적이 있지만 오페라는 난생 처음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제자를 부랴부랴 불러내 예술의 전당으로 갔다. 출연진의 뛰어난 가창력, 엄청난 규모, 3000여 관객들에 압도돼 버렸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년에 한두 번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메마른 우리 오페라 시장을 적셔주는 단비일 뿐 아니라 문화융성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대학 사회학과에서 만난 한 제자는 어렵게 문화기획사를 설립, 클래식 음악 볼모지나 다름없던 부산에 한 해 서너 차례 클래식음악 연주와 성악 공연, 그리고 연말엔 '송년의 밤' 음악회를 부산문화회관 등에서 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호남 서울까지 원정, 공연 폭을 전국으로 넓히고  있다. 그 제자가 부산의 클래식음악 공연을 이끌어 온 역사가 20년 가까우니 대단한 인생역전 성공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그의 뒤에는 부산 중견 병원을 경영하는 의사 한 분과 단돈 1만 원 후원자들이 있다. 클래식 팬들의 행운이라 하겠다.

부산 대연동의 UN공원 묘지(사진: flicker, Tracy Hunter)

며칠 전에는 무용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무용단을 운영하고 있는 제자 아내의 무용공연이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려 귀한 초청을 받았다. 6.25한국전쟁 참전용사와 그 후예들을 위로 감사하고 전사자들의 영령들을 기리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란 대형 창작예술 무용극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해야 할 일을 제자의 아내와 무용단이 한 것이다. 사람은 은혜에 감사할 줄 알아서 다른 개체들과 구별되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보도듣도 못한, 낯설고 물선 한국이란 이국(異國) 땅과 그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겨주기 위해 목숨을 바친 '거룩한 희생'이 지척에 있는 부산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 몇 분이 알고 있을까. 세월은 간혹 우리 기억을 마비시킨다. 지난 7월 고향 친구 셋이서 세계 유일의  한국전쟁 참전 부산 UN기념 공원묘지에서 본 비극적인 추념영상이 떠오른다.

이 나이에도 감동을 받은 작품을 많은 친구들, 그 부인들, 제자들과 함께 자리했으니 이 또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들이 팍팍한 현실 삶을 헤쳐갈 수 있는 것은, 때로는 선한 이웃들 ㅡ'선한 사마리아인', 자비스런 도반(道伴), 어질고 착한 인의(仁義)의 친구들이 언제나 곁에 있기 때문이다. 먼 길을 줄기차게 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삶인가.

2018년 11월 15일, 묵혜(默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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