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강남주 편②] "100세 시대, 행복한 노후를 위해 인생 ‘이모잡(二毛-Job)’, ‘삼모잡’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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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강남주 편②] "100세 시대, 행복한 노후를 위해 인생 ‘이모잡(二毛-Job)’, ‘삼모잡’을 준비해야 한다"
  • 차용범
  • 승인 2018.11.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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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년’ 강남주 작가에게 노년(老年)의 길을 묻다 / 차용범
[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강남주 편①]

 

고령화사회, 빈곤·질병·고독에 대비해야

다시 주제의 중심으로-. 노년 작가, 그가 도전하는 화두, 그 ‘고령화 사회’는 당장 발등의 불이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성 78세, 여성 85세다. 남녀 모두 전년보다 순위가 상승, 여성은 세계 3위, 남성은 15위이다. 실제 기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최빈(最頻)사망 연령은 2008년 85세에서 2020년 90세를 넘어 100세 시대에 진입할 전망.

그러나, 대다수 노인들은 장수(長壽)시대를 반기지 않고 있다. ‘100세 시대’, 축복보다 축복이 아니라는 대답이 훨씬 높다. ‘우울한 노년’에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시대의 변화로 자녀의 부양은 기대하기 어렵고, 노후복지 제도도 미흡하다. 조기 은퇴를 압박하는 사회 시스템도 점차 고쳐가야 한다. 빈곤·질병·고독의 ‘노인 3고(苦)’에 함께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Q. 고령화 사회라고 하지만 60세가 넘으면 사회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 80대에 끊임없이 사회활동을 이어가며 창조적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노년의 활약(?)을 부추기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정신이다. 우두커니 앉아 있어도 하루는 가고, 뭔가를 향해 열심히 달려도 하루는 간다.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한 번 달려보자, 나는 이쪽을 택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겨우 열 편 정도의 작품을 썼을 뿐, 아직 이루어 놓은 것은 없다. 그렇기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생이 끝난다 하더라도 무엇이 억울할 것인가. 가능한 그날까지 가보자는 생각, 그 생각이 나를 주저앉아 있지 못하게 할 뿐이다.”

 

2001년 부경대 총장 시절 부경대에서 열린 부산-상하이-후쿠오카를 하나로 묶는 부샤후 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강남주 당시 총장 모습(사진: 차용범 제공).

행복한 노년, 취미․인간관계․건강 3박자 추구

Q. 100세 시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인식과 대비의 핵심은 ‘오래 사는 것(장수)에서 잘 사는 것(웰빙)으로’다.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도 우리 사회체계는 여전히 ‘80세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제 ‘건강하고 활력 있는 100세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 건강한 삶-안정적 삶-풍요로운 삶-일하는 삶, 모두 고루 중요하다.”

Q. 노인빈곤-노인질병 문제와 함께, ‘풍요로운 삶’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3H'를 준비해야 한다. 취미(Hobby)-인간관계(Human)-건강(Health)이다. 이 3H만 잘 챙기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이른 바, 비(非)재무적인 준비다. 내 친구 중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내야 하나’를 걱정하는 예가 있다. 오직 집에서 ‘삼식이(세끼 밥을 다 챙겨먹는)’ 생활로는 행복한 노년을 기약할 수 없다. 움직여야 한다. 머리도 움직이고 몸도 움직여야 한다. 새로운 것을 향해 뭔가를 부단히 시도해 봐야 한다. 그것이 웰빙의 원천이다.”

그는 우선 새로운 일을 목표로 꾸준한 자아계발을 통해 재이륙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퇴 후 노년에도 새로운 분야에서 다른 인생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경험론적 해법이다.

그는 특히 인간관계를 강조한다. “행복한 노후를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주변 사람과의 관계이다. 봉사활동이나 동호회를 통한 취미활동을 꾸준하게 지속하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장수 때문에 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가족 외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충고다.

 

‘100세 시대’, 뚜렷한 시대적 키워드

굳이 그의 화두가 아니더라도, 요즘 ‘100세 시대’는 뚜렷한 시대적 키워드다. 한 금융기관은 ‘100세 시대 연구소’를 설치, ‘100세 시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100세 시대 간병보험, 100세 시대 금전신탁 같은 특징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2012 대한민국 올해의 히트상품’ 중엔 이른 바 ‘서드 에이지(Third Age)'를 타깃으로 한 상품이 적지 않다.

‘100세 시대의 장수법, '오늘부터 준비하는 행복한 100년 플랜’ 같은 말이 유행하며, 세계 곳곳에서 노익장의 활약도 대단하다. 지난 2012년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무르>의 남자 주인공 장-루이 트레티냥은 당시 82세, 1966년 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남과 여>의 주인공이었다. 이 영화의 감독도 당시 75세였다. 일본에서 2013년 아쿠타카와 문학상 수상자 구로다 나쓰코 할머니 역시 당시 75세로 신인작가 타이틀을 거머쥐어 젊은이들을 머쓱하게 했다.

Q. 은퇴 후 10여 년의 삶, 나이를 잃고 사는 것 같다. ‘나이’, 얼마나 의식하나?

“나는 분명히 내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요새 세상에 60대 중반이면 건강이야 주의하지만 대단한 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가끔 희수연(喜壽筵)에 가면 주인공에게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 사실 것이라고 덕담을 하는 기회가 있다. 그럴 때면 문득 자신의 나이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도 있다. 그리고 내가 벌써 80이구나,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그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그의 나이는 노인 가운데서도 상(上)노인의 나이란다. 살만큼 산 나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문한다, 다음의 행로는 어딘가. ‘늙어 죽어’ 병풍 뒤로 돌아가는 일이다. 늙으면 병도 많고 탈도 많아 죽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지 않는가. “나라고 예외일 수 있겠나?” 그의 담백한 대답이다.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은 청·장년시절 언론사 기자 생활을 하다, 불혹 즈음 대학교수로 전신, 대학총장에서 정년퇴임했다. 사진은 2008년 일본 오사카 칸사이 국제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독서에 열중인 모습(사진: 차용범 제공).

나이 잊고 살아…규칙적 생활로 건강 챙겨

Q. 행복한 노년,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나의 건강법, 좀 특이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앉은 채 큰 심호흡을 10여 차례 반복한다. 특별한 요령과 구체적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숨을 복부 깊숙이 들이 쉬었다 천천히 뿜어내는 복식호흡이다. 그 뒤는 어깨를 흔들어 보고 손발도 비벼 본다. 그런 뒤 냉수 한 컵을 달게 마신다. 그저 그렇게 해보니까 찌뿌드드한 몸이 개운해 지는 것 같아 시작했다. 지금은 빼놓을 수 없는 습관이다. 식사를 제 때 하는 것,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강 작가 스스로 밝히는 건강비결은 역설적으로 건강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고 규칙적 생활과 몸을 바삐 움직이는 것.

주변사람들은 그를 ‘타고 난 강골’이라 표현한다. 그는 ‘어렸을 적 운동 덕’이라며 소년기에 유난히 운동에 욕심이 많았다고 덧붙인다. “중 2때부터 태권도에 입문, 36세까지 20년 이상 꾸준히 해 공인 5단에, 지난 62년에는 국제심판 자격까지 땄다”면서, "중학교 때는 달리기도 잘 해 육상선수로 이름께나 날렸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Q. 은퇴 후를 청춘처럼 살려면?

"진정 좋아하는 일을 당장 찾아라. 직장생활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상관없이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자신의 취미는 자기가 원할 때까지 할 수 있다. 그것을 즐기는 것이 자신의 인생과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듣기로는 요즘, 고층빌딩 청소원을 꿈꾸는 온라인 쇼핑몰 대표, 스포츠댄스 전문가의 삶을 준비하는 젊은 엔지니어도 있다. 이른 바, ‘인생 이모작’이다. 100세 시대, 우리의 행복한 노후와 건강을 위해 스스로 ‘이모잡(二毛-Job)’, ‘삼모잡’을 준비해야 한다.“

100세 시대, 그는 노년을 나름 아름답게 보내고 있지만, 그저 어느 한 시기 뛰어난 전문가나 대중적 스타로 군림한 건 아니다. 그는 홀로 걷고 홀로 도전하며 그 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함없이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살 뿐이다. 

[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강남주 편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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