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 구제옷 패션...일부 위생상태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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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 구제옷 패션...일부 위생상태 제로
  • 취재기자 임지숙
  • 승인 2015.05.0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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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더러운데다 좀벌레 먹은 것도...환불 안 돼 구입자들 발만 동동

대학생 최민경(23, 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부산 중구 남포동에 위치한 구제 시장을 자주 이용했다. 구제 시장에서는 대부분 다른 사람이 예전에 입었던 옷인 헌 옷을 판다. 일반 옷가게에서 파는 흔한 새 옷보다 나름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가진 옷도 있어, 젊은이들에게 구제옷은 일종의 패션이기도 하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해 최 씨는 구제 시장을 둘러보던 중 마음에 드는 니트를 발견했고, 그 옷을 구매했다. 하지만 가게에서 보지 못한 하자가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니트의 뒷면에는 좀벌레가 옷을 갉아먹은 흔적이 뒤덮여있었다. 최 씨는 "니트 가격은 2만 원이었다. 옷에 망가진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감안해서 가격을 매겨야 하는데, 가격이 새 상품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구제옷은 대개 바닥에 돗자리를 깐 후 그 위에 물품을 무더기로 놓고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옷가게처럼 구제옷도 옷걸이에 걸고 파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는 않다. 보통 쌓아 놓고 파는 경우, 1,000원에서 5,000원 선에 구제옷들이 판매된다. 하지만 세탁과정을 거치지 않고 팔기 때문에, 구매자가 부담하는 세탁비를 포함한다면, 구제옷의 가격은 이보다 더 올라가는 셈이다. 구제옷은 환불도 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싼 것처럼 보여도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 구제옷 구매자들의 생각이다.

▲ 부산 남포동 구제시장에서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구제옷을 놓고 파는 가게도 있고(왼쪽)과 옷걸이에 걸어놓고 파는 가게(오른쪽)도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지숙).

구제옷은 구제시장 외에 온라인 구제샵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대학생 조현지(25) 씨는 친구의 추천으로 여러 구제샵 사이트를 알게 됐다. 그 중 마음에 드는 사이트를 발견한 조 씨는 옷을 구매하기 전 오염된 부분은 없는지 사이트 운영자에게 물었더니, 운영자로 부터 오염이 없으며 깨끗한 상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조 씨가 구매 후 택배로 받은 옷에는 잉크 자국이 여러 군데 묻어있었고, 그 자국들은 세탁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조 씨는 “도저히 입을 수가 없어서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개 그런 사이트들은 교환이나 환불은 안 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환불해줄 수 없다는 말을 하더라”고 말했다.

▲ 온라인에도 구제샵 사이트가 많아서 구제옷을 구매하기가 더 쉬워졌다(사진 출처: 네이버 캡처).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의류를 구입한 경우라도 전자상거래 도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송 철회가 가능하다. 그런 싸이트에 반품, 교환 등이 불가하다고 쓰여 있어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구제옷과 관련한 괴담이 떠돌기도 한다. 그런 괴담은 “구제옷은 죽은 사람이 입었던 옷일 수도 있고, 구제옷에 있는 얼룩은 핏자국이다”와 같은 식이다. 이런 류의 괴담이 떠도는 이유는 구제옷의 출처가 정확하지 않은 데에 있다. 구제옷은 아파트 단지의 의류수거함에서 가지고 와서 판매한다는 말도 있고, 죽은 사람의 유품을 전문으로 정리해주는 업체들이 구제옷을 공급한다는 말도 있다. 구제옷의 출처가 궁금한 나머지,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구제옷의 출처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 인터넷 포털에는 간혹 구제옷의 출처를 묻는 질문들이 올라오곤 한다(사진출처: 네이버).

2012년 6월 15일자 <한겨레신문>의 ‘당신이 버린 옷이 여기서 부활했다’라는 기사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동묘시장 내 구제 가게들에서 팔리는 구제 옷은 수출을 목적으로 무역회사 창고에 쌓아둔 옷들 중 상인들이 다시 팔 만한 물건만 골라 오거나 고물상에서 옷을 사온다고 한다. 또한, 망하거나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의류업체에서 파는 일명 ‘땡처리’ 옷도 모인다고 한다.

부산 남포동 구제시장에서 구제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은 “우리 가게 옷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서 판매한다. 하지만 그 옷이 맨 처음에 어디서 온 것인지는 우리도 알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구제옷의 출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구매자들은 옷의 위생상태도 믿지 못하게 됐다. 고등학생 이성현(18, 부산 북구 덕천동) 군은 “구제시장에서 옷을 고르다보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옷을 뒤적이면서 찾다보니 먼지가 일어나서 코가 따가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은혜(26, 부산시 중구) 씨는 구제 옷을 입었을 때 피부가 간지럽고, 울긋불긋하게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를 경험했다. 김 씨는 “워낙 피부가 예민해서 그러나보다 생각했지만, 한 번 빨고 나서 입었는데도 간지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이지함피부과 유서례 원장은 <시빅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구제옷의 피부 트러블과 관련해 "구제옷의 보관과 저장 과정에서 먼지가 묻게 되면서 먼지 알레르기가 일어나거나 세탁 과정에서 약품이 사용돼서 알레르기가 일어 날 수도 있다"며 "만약, 구제옷에 진드기가 묻어 있어서 사람에 옮기면 증상이 심각한 피부 트러불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한 피부과 원장 B 씨는 “두드러기와 같은 트러블은 알 수 없는 약품이 옷에 묻어 있어 일어날 수도 있다. 옷 세탁을 하고도 트러블이 일어난다면 입은 사람의 피부 자체가 예민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상증세가 있을 시 그 옷을 입는 것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에서 온라인 구제샵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 씨는 구제옷을 세탁도 하지 않고 파는 경우는 요새는 드물다고 말했다. 최 씨는 “요즘 구제 옷은 싸다고 해서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다. 옷 대부분을 깨끗하게 세탁한 후 가격표까지 붙여서 판다. 물론 구제옷 특성상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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