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품격 높은 예술"...그 흥취를 듬뿍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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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품격 높은 예술"...그 흥취를 듬뿍 맛보다
  • 취재기자 조정원
  • 승인 2015.05.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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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유일 사진 전문 미술관,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을 둘러보고

 

“어떤 사회에선 카메라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일부 사람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의 영혼을 빼앗아가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조선 1884년 12월 갑신정변 때, 사진관이 분노한 군중들의 표적이 됐는데, 그 이유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사진이 수명을 단축하고 어린아이들을 잡아다 삶아서 사진 약으로 쓴다는 유언비어가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세계문화사전>의 ‘인물과 사상사’ 일부분이다. 책 내용처럼 사진은 처음 이 땅의 사람들에게 피해야 하는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인도 셀카 중독자가 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사진작가처럼 큰 카메라를 들고 산과 들을 돌아다닌다. 사진은 이제 한국 사람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체가 됐다.

그러나 사진을 예술과 문화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공간은 우리 주위에 많지 않다. 미술관은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부산 해운대 요트 경기장 맞은편에 위치한 ‘고은사진미술관’과 해운대시장 맞은편 해운대 구청으로 가는 골목에 위치한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은 한 지역 기업이 설립한 고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전국에서 서울을 제외하고는 지방에서 유일한 사진 전문 미술관이다. 두 곳은 다른 미술관과는 다르게 사진을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방문이 잦다.

▲ 왼쪽은 요트경기장 뒤편에 위치한 고은사진미술관 모습(고은 사진미술관 제공), 오른쪽은 입구 고은사진미술관 실내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정원).

고은사진미술관은 1층에는 수장고(收藏庫, 박물관 등에 전시된 유물이 보관되는 장소)와 세미나실, 포토 라이브러리가 위치해있고, 2층에는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 한 편에는 사진미술관 도록(圖錄, 그림이나 사진을 책으로 엮은 작품 목록)을 전시해 놓은 책장도 있다.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도록들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여한 작품들이 모여 있으니, 이 도록들은 고은사진미술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입구에 전시된 도록들은 매 전시마다 미술관에서 발행한 것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정원).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장 입구 맞은편에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다. 그 곳은 관람객이 전시를 감상한 후 잠시 쉬어가는 휴식 공간이다. 테라스를 뒤로하고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우리는 클래식 음악이 반겨주는 깔끔한 전시장을 만날 수 있다.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공간의 모양은 강렬한 빨간색 벽면으로 이루어진 전시장이다. 작품을 차례로 감상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면, 벽 전체가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전시장이 나타난다. 하얀색 벽면에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그 글씨를 읽으면서 작품을 차례로 감상하면 작품과 글귀가 잘 어우러져 작품 감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 2층 전시장 내부 모습 (사진: 취재기자 조정원)

3월 7일부터 5월 27일까지는 사진작가 이갑철의 ‘부산 참견錄 - 침묵과 낭만’이란 작품전을 선보이고 있다.

▲ 고은사진미술관 전시장에 걸린 작품 사진에는 상세한 정보가 없다(사진: 취재기자 조정원).

단색으로 이루어진 넓은 전시장은 오로지 관람객과 사진과의 대화를 촉진 시키기 위한 이 사진 미술관의 의도적인 배려인 듯하다. 작품 주위에는 전시된 작품 말고 그 어떤 정보도 보이지 않는다. 흔히 다른 미술관에서 보이는 빼곡한 작품 설명이 이곳에는 없다. 그래서 이곳은 사뭇 단순하기까지 하다. 고은사진미술관 큐레이터 이미정 씨는 사진 작품 설명이 없는 것에 대해 “작품을 감상할 때 지나치게 많은 설명은 사진을 보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제시해놓지 않고 있다”라며 “작품을 오로지 이미지로서 대면했으면 하는 마음에 설명을 생략했고 전시 관람 후 비치된 도록을 차분히 읽어보도록 유도한다”라고 설명했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사진의 기록성에 주목하는 다큐멘터리 중심의 전시를 주로 기획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진 매체의 본질인 기록의 역할을 하는 사진들이다. 큐레이터 이 씨는 “우리 사진미술관은 사진 매체의 특성을 강조한 사진들을 전시하다 보니 다큐멘터리 사진이 주로 전시된다”라고 말했다.

전시회를 자주 찾아 다닌다는 직장인 한모(26) 씨는 고은사진미술관의 전시를 직접 검색해서 흥미로운 전시가 있어 찾아왔다. 한 씨는 “지나가다가 고은사진미술관의 존재를 알았다”라며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은 난해한 추상화가 많지만, 여기 작품들은 사진이라 그런지 이해가 잘 되고 정감 가는 작품도 많다”라고 말했다.

조용하고 고요해 보이는 고은사진미술관은 사람 인적이 드물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로 한 전시당 두 달에서 두 달 반 정도 전시된다고 볼 때, 평균 7,000명의 관람객이 하나의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에 방문한다. 고은사진미술관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사진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사진 전시 뿐 아니라 문화 예술 소통의 장을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고은사진미술관은 1층에 위치한 세미나실에서 사진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한다. 그 중 하나인 ‘Talk to me! 말하는 사진’ 프로그램은 사진 작품을 감상하고 그 결과를 글로 자유롭게 표현하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4월에서 6월까지는 가족 중심으로, 7월에서 9월까지는 청소년 중심으로, 10월에서 12월까지는 어린이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 고은사진미술관이 운영하는 꿈다락 문화학교 ‘Talk to me! 말하는 사진’ 프로그램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꿈다락 토요 문화학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권혜진 씨는 가족끼리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어서 진행을 맡았다고 한다. 권 씨는 “이 프로그램은 전시관이 근엄하고 딱딱한 장소가 아니라 문화예술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가족 대상 프로그램을 듣고 나온 해운대 신도초등학교 6학년 최윤서(13,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 양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최 양은 엄마와 함께 이 수업을 듣고 나서 사물을 보는 관찰력이 풍부해졌다고 느끼고 있다. 최 양은 “그림 찾기를 하면서 관찰력도 좋아졌고, 지나쳤던 사진을 더 자세히 보게 됐으며, 작가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은 함께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의 부모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아이와 함께 수업을 듣고 있는 최 양의 어머니 박성지 씨는 이 수업을 들으면서 평소 생각 없이 스쳤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게 되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박 씨는 “이제 미술관 전시관에 가더라도 사진을 보고 느끼는 방법을 알 게 됐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해운대 요트 경기장 맞은편에 위치한 고은사진미술관은 시민들에게 문화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면, 해운대 시장에 위치한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은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입구(사진 출처: 고은사진미술관 홈페이지)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은 전시관 이름 그대로 ‘contemporary(현대의)’라는 뜻에 맞추어 전시 내용을 기획하고 있다. 전시된 작품의 사진작가들은 작가의 나이에 따라 신진, 중진, 중견, 원로 작가로 구분되어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중진 작가들의 전시를 열고 있다.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인턴 큐레이터 박유란씨는 “고은사진미술관이 주로 중견작가의 정통성이 강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면, 고은컴템포러리사진미술관은 젊은 중진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1층 전시실에는 도록과 쉴 수 있는 공간이 자리 잡고 있고, 지상2층과 1층, 지하 1층은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상 2층으로 올라가면 기록성에 중점을 둔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고은사진미술관과는 달리 약간은 추상적인 사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 지상2층, 1층과 지하1층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중진 사진작가 백승우의 작품으로, 3월 7일부터 시작해서 5월 27일까지 ‘중간보고서 - Photographs 2001-2015 By Seung Woo Back’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전시되고 있다. 그의 사진 작품들은 얼핏 보기엔 그저 형상 그대로의 도시 모습을 찍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른 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재 조합한 사진이라는 특징이 있다.

▲ 지상 2층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백승우 작가의 작품들(사진: 취재기자 조정원)

왼쪽의 작품은 겉으로 보기엔 한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과 일본의 5개 도시를 초고층에서 촬영 한 후 여러 도시들을 하나의 도시처럼 보이게끔 작가의 의도에 맞게 재 조합한 작품이다. 오른쪽 작품 역시 하나의 철거 될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기본에 존재하는 발견된 사진 들의 원본 이미지를 하나의 화면으로 조합해 만든 작품이다.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박씨는 “작가는 객관적인 피사체만을 정확하게 담아 내는 사진의 리얼리티적 성향이 작가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 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은 지방 유일의 사진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고은사진미술관 큐레이터 이 씨는 “사진이 굉장히 중요한 매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 국공립 미술관에는 사진 전용 전시관이 따로 없다”라며 “사진이 대중화된 것에 비해 문화 예술 공간이 부족한 것을 확장하는 데 우리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 고은사진미술관(신관) 약도(사진 출처: 고은사진미술관 홈페이지)

고은사진미술관은 부산시 해운대구 우2동 요트경기장 인근 맥도날드 뒤에 위치하고 있다. 해운대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은 100, 100-1, 115-1, 141, 181, 200, 31, 39, 40, 63, 급행 1001번 버스를 타고 올림픽 교차로에서 하차해, 해강초등학교 방향으로 약 8분 걸으면, 고은사진미술관에 닿을 수 있다. 해운대 반대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은 309, 급행 1003번을 타고 경남아파트에서 하차해 해강초등학교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고은사진미술관에 도착한다.

▲ 고은컨템포로리사진미술관(본관) 약도 (사진 출처: 고은사진미술관 홈페이지)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은 부산시 해운대구 중1동 해운대시장 맞은편 해운대구청 가는 일방통행 길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 1번 출구에서 해운대시장 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걸으면 닿을 수 있다. 급행버스 1001, 100-1, 38, 63, 36, 181번 버스를 타고 해운대역에 하차해 해운대 시장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역시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 도착한다. 또, 115-1, 141, 100, 139, 39번 버스를 타고 해운대시장에 하차해 약 3분 정도 걸으면 사진미술관에 닿을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고은사진미술관은 미술관 입구에 있는 전용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나,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은 주차공간이 없어 인근 사설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미술관은 입장료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3월에서 10월까지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까지, 11월에서 2월까지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휴관 일은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설 연휴, 추석 연휴다. 관람 시 도슨트를 원한다면 1층 안내 데스크에 오후 2시 혹은 오후 4시에 안내데스크에 요청을 하면 된다. 10명 이상의 단체 관람을 희망할 경우에는 고은사진미술관은 051-746-0055로, 고은컨템포러리미술관은 051-744-3924로 전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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