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어의 새 버전 ‘야민정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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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어의 새 버전 ‘야민정음’ 나왔다
  • 취재기자 김영백
  • 승인 2015.04.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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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ㄹ혜, 홍띵보 등 형태 비슷한 자모음 결합...일부 네티즌들 즐겨

박ㄹ혜, 홍띵보, 숲튽훈... 대학생 김모(25) 씨는 인터넷 서핑 도중 이런 정체불명의 글자들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 씨는 이것들이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은어라고 추측했지만 제대로 된 뜻을 알 수 없었다, 검색창을 통해 찾아본 결과, 그는 이 단어들은 박근혜, 홍명보, 김장훈을 나타내는 인터넷 언어라는 것을 알 게 됐다.

인터넷 언어가 또 새 버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새 버전의 인터넷 은어는 ㅋㅋㅋ나 ㄱㄱ와 같이 초성만 사용하거나 멘붕, 안습처럼 글을 축약해서 만들어진 기존의 인터넷 은어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이다. 모습이 비슷한 자음과 모음 또는 글자를 결합하여 원래의 소리와는 전혀 다르게 읽는 일명 ‘야민정음’이다.

야민정음은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의 '야'와 훈민정음의 '민정음' 두 말의 합성어다. 야구갤러리에서 이런 새로운 은어 버전이 가장 활발하게 쓰이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야민정음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단어를 비슷한 모양의 다른 형태로 쓰는 것이다. ‘근’과 ‘ㄹ’이 형태가 비슷해 박근혜는 ‘박ㄹ혜’로, ‘명’과 ‘띵’ 또한 형태가 비슷해 홍명보는 ‘홍띵보’로, ‘金’과 ‘숲’ 그리고 ‘長’과 한글의 ‘튽’의 형태가 비슷해 김장훈은 ‘숲튽훈’으로 표기된다.

▲ 야민정음으로 변환하여 사용 가능한 음운들(출처: 엔하위키 미러의 야민정음)

야민정음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서 활동하는 한 네티즌은 "야민정음을 사용하는 이유는 같은 평범한 내용이라도 야민정음을 이용하면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낸, 우리나름의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야민정음을 보는 다른 커뮤니티 네티즌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유명 인터넷 유머 사이트인 ‘웃긴대학’의 한 네티즌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젊은 계층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놀이라고 본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대로 역시 같은 유명 인터넷 유머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의 한 네티즌은 “야민정음은 인터넷 언어 한글파괴의 백미"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경성대 디지털미디어 학부 이상호 교수는 인터넷 은어가 “인터넷과 SNS의 확산으로 등장한 젊은 층의 놀이”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인터넷 언어는 과거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은어들이 약자인 젊은 층에 전해져 그들의 결속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넓게 봐서는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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