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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양진호 신드롬’이 더 이상 쓰여지지 않는 세상을 위해/ 논설주간 강성보
논설주간 강성보

동서고금 지금까지 인간들의 행동양식을 분석해 온 보통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그의 ‘악행’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급기야 ‘양진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사실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갑질 폭행 동영상을 보면 어찌 인간이 그럴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사내 게시판에 자신의 이름을 빌린 패러디 글을 하나 올렸다고 해서 이미 퇴사한 직원을 불러 그렇게 야멸친 소리가 나도록 뺨을 내리치고, 무릎을 꿇게 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 또 나중에 남들에게 자신의 아랫사람 다루는 솜씨를 과시하기 위해 그 장면을 부하직원을 시켜 녹화하도록 했다니, 엽기도 보통 엽기가 아니다. 

난징 대학살 당시 중국인 양민의 목을 잘라 치켜들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은 일본군 장교의 심리가 그와 비슷했을까. 게다가 양 회장은 사원 워크샵에서 직원들로 하여금 석궁으로 살아있는 닭을 향해 화살을 쏘도록 하고 날카로운 일본도로 푸드덕거리는 닭을 내리쳤다. 백숙을 해먹기 위해서란다. 닭고기가 필요했다면 그보다 훨씬 더 쉽고 평화로운 방법이 얼마든지 널려 있었을 텐데, 그는 그런 잔인한 방법을 택했다. 그는 생명 살상을 유희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일부 평론가는 ‘죽음충동(destrudo)’이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용어로 그의 심리를 설명하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원초적으로 삶을 지향하는 에로스 본능과 평행해 죽음을 지향하는 본능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윤리의식 등 후천적인 사회화를 통해 관리되지만 일부 비뚤어진 자의식이 형성된 인간에게는 충동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이 죽음 충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충동은 자신과 타인의 구별없이 반복, 강박적으로 발현되며 아무 목적이나 의미없이 생명파괴를 목표로 하는데, 그 중간 단계가 자신을 향하면 피학적인 마조히즘이고, 남을 향하면 가학적인 새디즘이라는 것이다. 양 회장의 심리 상태는 타자를 향한 죽음충동의 중간단계, 새디즘에 빠져 있다는 게 몇몇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양 회장은 자신의 부인과 정을 통한 것으로 의심한 한 교수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거의 초죽음이 되도록 집단 린치를 가하고 '매값'이라며 200만 원을 던져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 뿐인가. 탐사보도 전문 ‘셜록’의 보도에 따르면, 그 부인 역시 피투성이가 되도록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폭행 후 그 부인의 모습은 차마 인간의 얼굴이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30여 년 기자생활을 하면서 단련되어 웬만한 사건에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 강심장을 가졌다고 자신해 왔는데, 이번에 잇달아 폭로되고 있는 양 회장의 엽기 동영상을 보고선 좀 충격을 받았다. 폭행의 악랄함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지독한 폭력과 잔인한 살인도 우리 주변에서 그동안 숱하게 일어났다. 딸아이의 친구를 유인해 죽인 뒤 토막내 유기한 어금니 아빠 사건이 발생한 것은 불과 1년이 채 안됐다. 또 바로 며칠전에는 키가 130cm 밖에 안 되는 폐품팔이 아주머니를 180cm가 넘는 건장한 청년이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무참하게 때려 죽인 사건이 발생한 터였다. 이에 비하면 양 회장의 폭행은 사실 시시하다면 시시하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의 폭행과 엽기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갑질 문화의 현상을 동영상을 통해 통렬하게 확인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진 자가 못가진 자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무시로 유린할 수 있는 한국사회의 현주소 말이다. 동료가 양 회장으로부터 모멸적인 폭력을 당하는 그 순간, 그 사무실 직원들은 행여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 리얼하게 포착됐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양 회장의 위세 앞에 너나 없이 소시민적 생활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동영상을 보는 시청자 모두에게 그 사무실 직원들의 심리가 감정이입됐다. “내가 만일 그 장면에서, 그 위치에 서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가진 자의 저런 폭력에 저항할 수 있었을까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무력감이 화가 났다. 그래서 더욱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폭행을 당한 직원은 양 회장의 집요한 마수로부터 사회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몸담고 있던 IT업계를 떠나 섬으로 도피했다고 한다. 양 회장의 사무실로 끌려가 집당폭행을 당하고 양회장이 구두에 뱉은 침까지 핥아 먹을 정도로 굴욕을 당한 A 교수 역시 무력감에 치를 떨었다. 양 회장을 고소했지만, 사법당국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함께 폭력을 행사한 양 회장의 동생만 처벌했을 뿐 양 회장에게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거대한 권력의 괴물 앞에 벌거숭이로 선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으로 도피했다.

아무리 정권이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고, 약자의 편에 서겠다고 공언한 대통령이 청와대 주인으로 들어섰어도 구조적으로 뿌리 깊게 박힌 강자의 갑질 문화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양 회장 사건을 통해 다시한번 드러났다.

여론이 빗발치자, 경찰 등 사법당국이 양 회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폭행사건 뿐 아니라 양 회장의 돈주머니인 위디스크 등 웹하드 회사의 불법적 음란물 유통 혐의를 본격 수사하겠다고 한다. 이에 양 회장은 SNS를 통해 자신이 소유한 회사들의 경영에서 일체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는 등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이번에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기세다. 필자 역시 그에게 사법적으로 최대한의 형벌을 내려 국민적 공분을 달래주는 게 옳지 않나 싶다. 다시는 그런 잘못된 갑질 폭력이 사회에서 자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양진호 신드롬’이란 용어가 쓰이는 일은 이번 한 번으로 그쳐야 한다.

논설주간 강성보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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