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 해운대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퀴어 축제란 성소수자들이 직접 여는 축제다.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퍼레이드, 부스행사, 전시회 등을 진행하면서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렌스 젠더 등 성소수자들은 물론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퀴어축제가 열림과 동시에 그 옆에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집회가 열렸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동성애 합법화를 반대하고 동성애는 이상한 것, 잘못된 것이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경찰들이 깔려 그들의 대치를 막고 있었다. 동성애는 그저 반대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고 의견을 펴지 못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여자 고등학교를 나왔다. 어느 날 친구들이 다른 반을 언급하며 “그 반에 레즈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뭐지?’라고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알고 보니 유난히 둘이서 다정하게 붙어 다니던 친구들을 “레즈”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 소문은 공공연하게 입에서 입으로 떠돌고 있었다. 다음 해에 나는 그 친구들 중 한 명과 같은 반이 되었다. 같이 한 반에서 지내보니 그 친구는 웃고 떠들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그 친구가 실제로 레즈인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친구가 레즈라고 하더라도 그 친구의 존재 자체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공부하기 싫고 친구랑 노는 게 좋은 점심시간만을 기다리는 평범한 여고생이었을 뿐이다.
여고를 나왔다고 하면 “여고에는 레즈 많지 않냐”는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종종 있었다. 동성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화제가 되고 소문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걸까. 만약 동성끼리 사랑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성을 사랑하는 것이 소수였다면 이성끼리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받았을까?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이유 없는 차별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이유가 없듯이 그 사람들이 동성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동성일 뿐일 것이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족 간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 친구간의 우정도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이다.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데 이유를 대가면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특히나 개인과 개인의 사랑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사랑할 자유가 있고, 사회는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그 권리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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