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가 혐오 시설인가?...'장애 혐오'란 편견이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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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가 혐오 시설인가?...'장애 혐오'란 편견이 기가 막혀
  • 경남 김해시 이은경
  • 승인 2018.10.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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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시민발언대] 경남 김해시 이은경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인돼선 안 되고 용인되지도 않는다. 특히 폭력의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인 경우 그 파장은 더 크다. 얼마 전 한 택배원이 장애인인 자신의 형을 폭행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가해자를 질타했다. 사람들은 피해자가 ‘장애를 가진’ 가해자의 친형이라는 점에 더욱 분노했다. 물리적 형태로 드러난 장애혐오에 사람들이 즉각적인 피드백을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형태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혐오에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작년 9월 5일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장애인 학부모의 무릎 호소에도 특수학교를 건립하자는 장애인 학부모와, 국립한방병원을 건립하자는 지역주민의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달 9월 4일 조희연 교육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역주민들의 아우성을 잠재우기 위해 ‘강서지역 특수학교 건립 합의’를 맺었다. 장애인 학부모들은 이 합의가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임을 인정한다며 합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위 폭행사건과 같이 이 사건도 장애혐오에 기반하지만, 그다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보는 것과 같은 ‘인식’은 ‘폭행’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이미 사회적으로 만연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장애혐오라는 편견에 더 고통을 당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내가 사는 지역에는 특수학교가 없다. 대신 장애인은 ‘도움반’이라는 특수반에서 생활하거나, 비장애인과 함께 반을 나눠쓴다. 학창시절, 나와 다른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잘 돌봐야한다는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들에게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고, 그들이 누군가를 해코지할 것 같고, 그들의 반응이 비장애인과 달리 크고 이상한 것 같다는 등의 온갖 이유로 그들을 기피하고 괴롭혔다.

앞선 기억을 안은 채 고등학생 때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매주 장애인 아동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장애혐오적 태도의 여파로 봉사를 시작하기 전 먼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았고, 그들은 이유 없이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악인이 아니었으며, 사람은 모두 다르니 개인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부정적인 장애인 이미지는, 범죄를 저지르는 비장애인이 있다고 비장애인 모두가 범죄자인 건 아닌 것처럼, ‘일부’ 장애인을 보고 만들어진 환상에 불과했다. 장애인 아동을 돌보면서, 장애인에 대한 나의 잘못된 편견은 뿌리를 거둬갔다.

색으로만 구분하는 신호등, 가게 앞의 턱 등 우리에겐 일상적인 것이 장애인에겐 장벽이 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을 자주 마주치지 않는 건, 여전히 작은 배려를 통해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장애인을 가엾게 여기며 도와주려는 시혜적 태도는 오히려 장애혐오에 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동등하게 생각하고,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나란히 밥을 먹을 때 오른손잡이가 오른쪽, 왼손잡이가 왼쪽에 앉는 것처럼 그들이 장애로 불편한 부분만을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 안경이나 렌즈가 없던 과거에는 시력이 나쁜 사람들도 모두 시각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늘 상기하며, 거리에 장애인이 풍경처럼 당연하게 스미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이며 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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