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머리고지서 국군전사자 박재권 이등중사 유해 첫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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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머리고지서 국군전사자 박재권 이등중사 유해 첫 발굴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10.2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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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합의 따른 지뢰 제거 작업 중 발굴...국방부 "내년 4월부터 남북 공동으로 이유해발굴 본격화" / 류효훈 기자
화살머리고지서 발견된 허벅지뼈(왼쪽)와 두개골뼈(오른쪽)의 모습. 이 말고도 갈비뼈와 인식표, M1대검, M1탄 등이 발견됐다(사진: 국방부 제공).

1953년 약 2주간 벌어진 전투에서 국군과 유엔군은 중공군을 상대로 고지 방어에 성공해서 전략적 전초기지를 확보한다. 이 전투는 한국전쟁사에 ‘화살머리고지 전투’로 남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투가 일어났던 화살머리고지에는 국군과 유엔군 전사자 유해 300여 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2주간 치열한 전투가 일어난 지 60여 년이 지난 24일, 강원도 철원 DMZ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처음으로 국군전사자 유해가 발견됐다.

화살머리고지는 6.25 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 전투지역 중 하나로 1951년 11월부터 1953년 7월까지 국군, 미군, 프랑스 대대와 중공군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곳이다. 2년간 전투가 일어났던 이곳은 현재 국군 전사자 200여 명, 미군, 프랑스 전사자 100여 명 등과 북한군과 중공군의 유해도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다.

남북 군사 당국은 지난 달 19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하고 내년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조치로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강원도 철원 지역 DMZ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이 시작됐다.

지뢰제거 작업 중 24일 화살머리고지에서 처음으로 유해를 발견했다고 25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밝혔다. 유해가 발굴되기 전까지 지뢰 14발, 폭발물 187발, M1소총 및 대겁 등 총 1252점이 발견됐다. 국유단에 따르면, 발견된 유해는 2구로 추정되며, 인식표 등 일부 유품과 함께 지표면에서 허벅지 뼈가, 지표면 아래 약 20cm 깊이에서 갈비뼈와 두개골편이 발견됐다.

유해와 함께 발견된 인식표에는 ‘대한 8810594 PAK JE KWON 육군’으로 표기돼 있었다. 더불어 M1대검, M1탄도 발견됐다. 국유단은 인식표가 유해와 같이 발견됨에 따라, 국군전사자일 것으로 추정해 당시 전사와 매, 화장 보고서, 부대 전사자명부를 통해 인식표의 주인공을 조사했다. 그 결과 유해의 신원은 6.25 당시 국군 2사단 31연대 7중대 소속인 고 박재권 이등중사로 확인됐다.

보다 정확한 신원파악을 위해 국유단은 고 박재권 이등중사가 2남 3녀 중 장남으로 현재 여동생 2명이 생존해 있는 것을 확인해 여동생의 DAN시료를 채취해 식별된 유해와의 일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당시의 치열한 전투를 나타낸 지도. 빨간색은 중공군, 파란색은 국군과 유엔군이다. 적의 재침투 후 공격 전투 방어(왼쪽)과 재탈환 역습 전투(오른쪽)의 상황을 표시했다(국방부 군사문제연구소 편, <6.25전쟁사> 2013).

국방부의 병적에 따르면, 고 박재권 이등중사는 1931년 10월 2일 생으로 1952년 3월 21일 입대해서 국군 2사단으로 배치됐다. 그가 소속된 국군 2사단과 미군 9군단은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하여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7월 6일부터 11일까지 2차례에 걸쳐 치열하게 중공군과 싸웠다. 전투에 참가한 고 박재권 이등중사는 치열한 전투가 끝나기 하루 전이며 6.25전쟁이 휴전되기 17일 전인 7월 10일에 전사했다.

유해가 발견된 다음 날 25일, 화살머리고지 현장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태극기 관포, 약식제례(유해를 수습하여 봉송하기 전에 전사자에 대한 명복과 무탈을 기원하고 유해가 발굴현장을 떠남을 알리는 의식행사)가 진행됐다. 발견된 유해는 부대 내의 임시 봉안소에 안치될 예정이다.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추진하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유해가 발견된 것에 국방부는 “DMZ내에 1만여 구의 미 수습 국군 전사자 유해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DMZ 내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의 필요성과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는 “화살머리고지 일대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마지막 6.25전사자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해가 발굴됐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추모의 물결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것에 감사하다고 한 네티즌이 얘기했다. 그는 “얼마나 먹고 싶은 게 많았을 것이고 얼마나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을까”라며 “인식표 하나에 뼛조각 몇 개지만, 부디 가족의 품에 무사히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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