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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는 낙지, 낙지는 서해낙지, 갑오징어는 오징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MBC에서는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있다. 어느날 이 프로에서 남북 청소년들을 각각 따로 찍은 화면을 나중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남북 어린이 퀴즈대회를 방영했다. 이 프로 진행을 맡은 신동엽 씨가 낙지의 다리가 몇 개냐는 문제를 냈다. 북쪽 아이들은 10개라 했고, 남쪽 아이들은 8개라 했다. 신동엽 씨는 두 개 다 정답이라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낙지를 찾아 보면 “문어과의 하나. (중략) 여덟 개의 발이 있고 거기에 수많은 빨판이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에는 낙지를 “바다에서 사는 연체동물의 한 가지. 몸은 원통모양이고 (중략) 다리는 열 개인데 입을 둘러싸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산낙지가 제철인 가을이 왔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남북의 낙지 다리 개수가 다르게 정의된 사태는 남쪽의 낙지는 낙지를 가리키고 북쪽의 낙지는 오징어를 가리키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각자 사전의 다른 정의에 따라서 남쪽의 청소년들은 낙지의 다리는 8개로, 북쪽의 청소년들은 낙지(즉, 오징어)의 다리는 10개로 알고 있으니, 양쪽의 답이 모두 정답일 수밖에 없게 된 것.

정리하면 이렇다. 일반 '오징어'는 북한에서는 '낙지'로 부른다. 진짜 ‘낙지’는 북한에서는 ‘서해낙지’라고 한다. 그럼 북한에서는 오징어란 단어를 쓰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북한은 ‘갑오징어’를 ‘오징어’라고 부른다.

지난 8월 오랜만에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오찬장에 문제의 음식인 ‘오징어튀김’이 나왔다. 그런데 남북 가족이 한 쪽은 ‘오징어튀김’이라 부르고 다른 한 쪽은 ‘낙지튀김’이라 부르는 바람에 눈물바다 속에서도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단다.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르게 쓰이는 남북의 단어가 이제 단일화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시작됐다가 2016년 중단된 '겨레말 큰 사전 사업'이 다시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남북 간의 언어 차이를 좁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편집위원 박시현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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