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민지(22) 씨는 누워서 잠을 청해보지만 쉽게 잠에 들지 못하자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 유튜브에 들어가 ASMR을 검색해서 맘에 드는 영상을 찾았다. 김 씨는 영상을 틀어놓은 뒤 머리맡에 휴대폰을 놓아두고 다시 잠을 청했다. 열매를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귀에 들려오고, 영상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김 씨는 잠에 들었다. 김 씨는 “잠이 안와 무심코 찾아본 영상에서 들리는 소리가 수면제 같은 역할을 했다”며 “영상 길이가 30분에서 1시간까지 다양한데 항상 끝나기 전에 잠이 들어 영상을 끝까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기억에 좋게 남겨진 소리를 들음으로써 잠에 쉽게 들 수 있게 도와주는 ASMR 영상이 인터넷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툭툭...’, ‘사각사각...’, ‘드르륵...’, ‘스윽스윽...’. 이 소리는 ASMR 동영상을 틀면 나는 소리들이다. ASMR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은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듯 얘기를 이어나간다. 머리를 쓰다듬는 소리, 귀를 파는 소리, 사물의 표면을 긁는 소리 등이 영상에서 나는 소리의 전부이다. ASMR은 영어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자율 감각 쾌락 반응’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청각의 쾌락 반응을 일으켜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원리를 이용한 영상이다.
특히 ASMR은 취향에 따라 영상을 고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은 두드리기(tapping), 속삭이기(whisper), 긁기(Scratching), 쓸기(Brushing) 등의 소리를 골라서 시청할 수 있다. 또 화장하는 소리, 먹는 소리, 미용실 상황, 안마하는 상황 등 원하는 상황으로 설정된 영상을 골라 시청할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 미니 유(Miniyu) 씨가 운영하는 ASMR 페이지는 구독자가 6만 명에 이른다. 미니유 씨는 인터넷 카페 게시글 ‘뇌를 간지럽혀 주는 영상’이라는 글을 통해 처음 외국 유명 ASMR 아티스트들의 영상을 보게 됐다. 미니 유씨는 “외국 ASMR영상을 하나하나 보면서 편안함을 느껴, 한동안 ASMR에 빠져 살았는데 한국어 ASMR이 없어 한국어로도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 제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니 유 씨는 “영상을 제작한 뒤에 많은 감사 인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중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약까지 드셨던 분이 영상을 보고 많이 호전되었다는 분이 계셨다”며 “그 뒤로 뿌듯함을 느껴 더 전문적으로 이일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미니 유 씨는 “ASMR이 의학적인 근거가 있고 없고를 떠나 많은 분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미니유(Miniyu)의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은 “나는 잘 때 말고도 평소에 ASMR을 자주 듣는 편"이라며 “어제 책 보면서 들으려고 켰다가 바로 잠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ASMR 영상이 빨리 잠에 드는데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구독자가 5만 명이 넘는 유튜브 페이지 운영자 ASMR 아티스트 다나(Dana) 씨는 “사실 ASMR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서 어떤 영상은 전혀 아무런 느낌없이 귀에 거슬릴 수도 있는 반면 어떤 영상은 잠을 잘 때마다 찾게 되는 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다나 씨는 “혹시 처음 본 영상이 스스로에게 별로였다면 다양한 ASMR영상을 찾아 보고 자신에게 맞는 영상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나 씨는 “ASMR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시간 내내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영상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ASMR이 알려지기까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ASMR영상은 수면을 위해 만들어진 영상이니 내 영상을 어릴 적 엄마 무릎에 누워서 듣던 따뜻한 자장가처럼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