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르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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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르면 어때?
  • 부산광역시 사하구 박주근
  • 승인 2015.04.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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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이 학교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기껏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해봐야 괴롭힘을 당하는 시간이 전부다. 앨런은 그 이유를 자신이 남들보다 똑똑해서라고 말하지만 앨런의 유일한 친구이자 그가 사랑했던 크리스토퍼 모컴(잭 배넌)은 앨런이 남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앨런의 암호 해독 팀이 결국 독일의 암호를 풀어 연합군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는 내용이다. 해피엔딩처럼 보이는데, 나는 보는 내내 어딘가 씁쓸한 구석이 있었다. 적은 분량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의 얘기들이 무거운 안개처럼 영화의 바닥에 깔려 있었다.

동성애자
요즘은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이전에 비하면 좋아진 편이다.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한다면 케이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홍석천이다. 그러나 아직도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앨런은 친구였던 크리스토퍼를 사랑했다. 앨런은 독일의 암호를 풀기 위해 만든 인류 최초의 컴퓨터를 ‘크리스토퍼‘라고 명명하고, 기계지만 그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감옥 대신 화학적 거세를 택할 만큼 ’크리스토퍼’에 대한 앨런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비춰지는 그의 사랑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억눌리고 숨겨야하고 숨어서 해야 하는 사랑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으니까. 더욱이 동성애의 현실은 지금도 깜깜한데 그 당시의 현실은 얼마나 더 칠흑 같았을지 짐작도 안 된다.

폭력, 공허 그리고 기억
영화에는 군데군데 앨런의 과거 회상 장면이 등장한다. 그는 따돌림을 받았던 학창시절을 얘기하며 말한다. “사람들이 왜 폭력을 좋아하는지 알아요? 그건 폭력이 쾌감을 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 쾌감이 없어지면 남은 폭력의 행위는 공허할 뿐이죠.” 이 말에서 그의 상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리고 그가 폭력에 대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잊혀 지지 않는다. 평생 흉터로 가슴 한편에 남는다. 폭력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에겐 보고 접하는 게 중요하다. 그 시절에 친구들로부터 아파하고 어린 마음이 받아내기 힘든 일을 겪는다면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자못 가슴이 미어진다. 이것이 만연해 있는 지금의 현실을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다르다는 것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의 굴레 속에서 살고 있다. 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학교에 가고 직장에 다니고 자신의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그 과정을 다시 밟아 나가는 일은 너무나도 흔해서 오히려 당연하게 여길 정도다. 그 흔하디흔한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고 섞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환경에서 개개인은 자신 이외의 사람들을 판단하기 시작한다. 자신과 다르거나 자기 기준에서 이상하다 여겨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정상적으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없노라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말할 수 가 없다.

나는 그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다르다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이라고. 다름이 있어 같음이 있고 같음이 있어 다름이 있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고. 영화에서도 끊임없이 앨런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겪는 아픔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잘못이 그들에게 있거나 누구나 돌을 던질 수 있을 만큼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느꼈다. 영화에서 크리스토퍼가 앨런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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