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꽃 피우듯'... 장애인 일자리 만드는 사회적 기업 '블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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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꽃 피우듯'... 장애인 일자리 만드는 사회적 기업 '블룸워크'
  • 취재기자 박주영
  • 승인 2018.10.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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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연 대표, 장애 아티스트들 그림 그려진 텀블러 에코백 판매로 장애인에 직업 제공 / 박주영 기자

블룸워크(bloom work)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그림이 정말 순수하고 예뻐요.” 장애인들이 그린 그림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블룸워크를 찾는 고객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블룸워크는 꽃을 피운다는 ‘블룸(bloom)’과 일을 한다는 ‘워크(work)’의 영어 합성어다. 블룸워크는 ‘가능성을 꽃피우는 일’을 뜻한다. 블룸워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 회사를 형성하고 장애인 개개인의 재능을 살려 사회로 이끄는 일을 한다. 이 아름다운 일은 블룸워크의 양수연 대표로부터 비롯됐다.

블룸워크 양수연 대표가 카페에서 시빅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주영).

충남 소재 공주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양수연(25) 씨는 블룸워크를 창업하고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그녀는 고등학생 때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대학의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다. 그때가 2013년이었다. 그녀는 3학년 때 특수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다. 매일 특수학교를 출퇴근하면서 학생들을 보살피고, 가르치고, 배웠다. 그녀는 실습기간 중 특수학교 선배 교사와 장애인 학생들의 학부모들과 얘기를 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됐다. 장애 학생의 한 학부모는 “장애인 자식이 학교를 마치는 졸업식은 마냥 축하하는 날이 아니라 걱정이 되는 날”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장애아들은 특수학교를 졸업해도 사회로 나오지 못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현실 때문에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생실습 기간 동안 들은 이런 현실적인 대화는 그녀의 인생을 바꿨다. 양수연 대표는 “특수학교 교사와 장애 학생 학부모들과의 대화를 듣고 이 친구들이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연결다리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생실습이 끝날 무렵, 실습 동기들과 실습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동기들도 양수연 대표처럼 졸업 후 사회와 격리되는 장애 학생들을 도울 역할을 생각하고 있었다. 양수연 대표와 지금의 블룸워크를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 동기 김민지(25) 이사는 장애 학생들을 도울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들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장애 학생들 중에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양수연 대표와 김민지 이사는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는 장애 학생들에게 예쁜 엽서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 엽서를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면서 이들의 재주를 널리 알려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장애학생들의 그림으로 처음 제작된 엽서 4종 세트(사진: 블룸워크 제공).

그들은 각자 15만 원 용돈을 모아 30만 원으로 장애 학생들이 그린 그림으로 엽서 4종 세트를 만들었다.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그들은 엽서를 팔러 서울에서 열린 플리마켓으로 갔다. 그날은 너무 추워서 발가락이 떨어질 것 같았다. 양수연 대표는 엽서에 있는 그림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장애 학생이 그린 그림이라고 알렸다. 손님들은 의외로 그림이 순수하고 예쁘다며 선뜻 구매해주었다. 손님들은 “장애인들이 이런 일도 할 수 있군요”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 첫 번째 플리마켓 도전에서 많은 아이디어와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4학년이 되서도 성인 장애인의 고용문제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았던 양수연 대표와 김민지 이사는 둘만의 스터디를 시작했다. 다른 동기들이 특수교사 임용공부를 하는 시기에 그들은 장애인 고용법을 공부했고 장애인 일터를 직접 가보면서 성인 장애인 고용문제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워 나갔다. 양 대표는 “충남에 있는 장애인 일터는 대부분 가본 것 같다. 실제 장애인 분들이 일터에서 어떤 일과 어떤 직업을 주로 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다행히 방문을 허락해주는 업체들이 많아서 현장을 자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들은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단순한 고민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일을 ‘사업화’하기로 하고 개인 사업자 등록부터 했다. 이게 2016년 겨울 4학년 때였고, 등록 당시의 이름이 지금의 블룸워크였다. 동기들이 대부분 도전하는 특수교사 임용고사에 결국 두 사람은 블룸워크 설립 때문에 응하지 못했다.

사업화의 시작은 사업 자금이 있어야 가능했다. 그들은 사업 지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 나가본 공모전이 없을 정도였다.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붙기도 하면서 공모전에서 입선해서 일종의 상금인 프로젝트 진행비란 명목으로 150만 원을 지원받아 첫 사업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지원금으로 장애 학생들의 그림이 담긴 머그컵, 텀블러, 캔들 세트를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많은 제작업체를 다녔지만, 150만 원 어치의 소량 상품을 만들어주는 업체는 없었다.

양수연 대표가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모전에 출품해서 당선된 엽서 사진. 역시 이들 그림도 장애 아티스트들이 그렸다(사진: 블룸워크 제공).

제작 업체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제작 금액과 부대비용은 600만 원 이상이었다. 구사일생으로 초기 자본금을 부모님 100만 원, 친구네 부모님 100만 원, 부모님의 친구 분들 중에서 사업 취지를 지지해주는 몇 분이 100만 원씩 이자 없이 빌려주셨다. 양 대표는 “부모님한테만 빌리면 편했지만, 마음이 편하면 일에 소홀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안 갚게 될 수 있고……. 그런데 부모님 친구 돈이라면 꼭 갚아야했고, 감사한 마음에 꼭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는 틈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업체에 제작을 의뢰한 다음 완성품을 받아 기숙사에서 포장해서 판매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1년이 지나기도 전에 빌린 돈을 다 갚을 수 있었다.

그들은 공주에 있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 대전으로 거처를 옮겼다. 블룸위커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이 육성사업비로 시제품을 이것저것 더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예비사회적기업은 정식 사회적기업이 되기 전단계라 보면 된다. 정식 사회적기업이 되면 정부의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행정적 업무도 늘어나고 지속적인 실적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정식 사회적기업의 길을 밟기 위해 예비사회적기업이 된 것이다. 블룸워크는 최근 여성경제인협회로부터 ‘여성기업’으로도 인증받아 착실하게 기업으로서 성장하고 있다. 

장애인 아티스트들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공룡에코백과 공룡모자(사진: 블룸워크 제공).

그들은 ‘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상품을 만든다. 양수연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애인이 만든 제품은 질이 떨어질 거라는 선입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제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생겼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제품의 질이 좋아야 소비자들이 처음 구매하고 난 후에도 또 구매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그래서 우리는 장애 학생들의 그림이 들어간 제품들이지만 엄청 잘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블룸워크는 모자, 에코백, 텀블러, 머그컵 등에 그림이나 글씨를 입혀 주는 업체를 찾아다닌다. 모자나 에코백의 경우, 양 대표는 주로 서울 동대문으로 간다. 거기에는 그림이 없는 민무늬 모자나 민무늬 에코백을 골라 그림 디자인 파일을 보내주면, 그림을 입혀 모자와 애코백 등을 제조, 납품해주는 회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대문 업체 사람들이 쓰는 용어를 몰라 애를 먹기도 했단다. 이제 그녀는 점점 이 바닥에서 베테랑이 되어 가고 있다. 양수연 대표는 “제조회사로부터 주문한 물건을 받아보고 하나하나 정말 꼼꼼하게 검수를 거쳐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으면 다 반송한다”고 말했다.

블룸워크 제품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애인 아티스트(사진: 블룸워크 제공).

블룸워크는 상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들에게 꾸준히 미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시간에 그려진 그림은 일러스트 파일로 변환시켜야 한다.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그들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인 일러스트나 포토샵을 전혀 만질 줄 몰랐다. 사업 초기에는 디자인 변환 작업을 도와주던 주변 친구들이 있었지만, 급여를 주고 계속 고용할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그들은 한 달 속성 반으로 직접 포토샵을 배워야 했다. 양 대표는 “모든 걸 우리가 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아이들 그림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 포토샵으로 그들의 그림을 깔끔하게 보정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협업 중인 김보성 아티스트와 양수연 대표가 장애인 아티스트들이 그린 상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 블룸워크 제공).
꿈돌이 스티커 디자인 공모전에 당선된 학생과 양수연 대표(사진: 블룸워크 제공).

블룸워크는 그림을 잘 그리는 장애인 아티스트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장애인 아티스트들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거나 주변 특수학교 교사들의 추천을 받아 모집하기도 한다. 블룸워크는 대전시가 주최하는 청년행사에 쓰일 꿈돌이 스티커 제작을 의뢰받은 적이 있었다. 블룸워크는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꿈돌이 그림 공모전을 실시해서 우수작을 뽑아 스티커로 제작해서 납품했다. 그때 당선자는 중학생 친구였다. 양 대표는 “그림을 그리는 쟁애학생들은 고등학생 이상이 대부분이지만, 중학생한테도 기회가 가기도한다. 그림이 괜찮은데 어리다는 이유로 기회를 안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양수연 대표는 장애학생들이 자신의 그림으로 상품이 나오는 걸 보는 과정에서 자신들도 당당히 기업 활동의 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자신감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블룸워크는 제품에 사용된 학생들에게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한다. 양 대표는 “그림이 당선된 장애학생이 자신의 그림이 인정을 받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걸 알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재주가 있는 학생들은 부모를 만나 지속적으로 블룸워크와 디자인 협업을 하자고 협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사람들이 블룸워크의 활동을 보고 “너무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해주는 게 싫지는 않다. 사실 그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와 블룸워크 식구들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양 대표와 김민지 이사, 그리고 모든 블룸워크 가족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런 생각으로 어려운 여건들을 극복하고 있다.

원래 양수연 대표의 생각, 그것은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블룸워크는 장애인 고용의 공간으로 그 입지를 나날이 확장해가고 있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이 일할 곳은 더 필요하고, 그들은 더 많은 후원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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