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이슈를 담담하게 응시한 소설집 '언더 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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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이슈를 담담하게 응시한 소설집 '언더 더 씨'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10.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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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소설집 <언더 더 씨> 출간...'세월호', '용산' 참사 등 다뤄 / 신예진 기자
강동수 소설가가 지난 9월 28일 소설집<언더 더 씨>를 발간했다(사진: 도서출판 호밀밭).

부산 소설계의 중견 강동수 작가가 세 번째 소설집 <언더 더 씨>를 펴냈다. 제목만 얼핏 들으면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 OST를 떠올리며 행복하고 따스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강동수 작가의 소설집은 절대 편하지 않는 주제로 독자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소설집은 총 일곱 편의 작품으로 구성됐으며, 작가의 예민한 촉수로 발굴한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소설집 <언더 더 씨>는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돼 있다. 소재나 제재가 실제 사건이나 사연에 입각한 작품이 다수다. 소설은 인간의 욕망, 붕괴된 가족 공동체, 사회 참사 등 다양한 주제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허구적 진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실적이지만 낭만적인 거짓, ‘현실주의적 허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소설집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 <정염>은 강동수 소설가의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문해력이 소설의 바탕이 된다. 소설의 배경은 1815년으로 조선 순조 15년. 유배 중인 정약용이 인근 마을의 해괴하고 망측한 사건 조사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정약용이 쓴 <흠흠신서>의 한 대목을 차용하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은 서로 껴안고 불에 타 죽은 남녀. 이들은 봉건적 시대상과 물질에 대한 욕망이 낳은 비극이었다. 이 소설은 정약용의 사건 풀이를 통해 사랑이 상실된 시대의 억눌린 그리움, 절절한 사랑을 소개한다.

표제작 <언더 더 씨>는 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한다. 수많은 이들의 무고한 죽음과 고통을 고등학교 2학년 소녀 정단비의 눈으로 읽는다. 소녀는 홀로 무서운 바다를 떠다니며 친구를 그리워하고, 가족을 떠올리고, 나쁜 아저씨들을 생각한다. 그러다 이내 타인에 의해 뺏겨버린 자신의 삶을 되찾겠다는 희망 아래 드넓은 바다를 항해한다.

짚신은 아직도 잔물결 이는 바다에 동동 떠 있다. 저 짚신을 따라가면 서천서역국에 닿을 수 있을까. 엄마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일 년이나 지났으니 나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퇴근길에 장 보러 갈 생각이나 하며 하품을 깨물고 벽시계를 흘끗흘끗 바라보고 있을까. 아빠는 젊은 아내와 함께 얼굴도 모르는 이복동생의 양손을 나눠 쥐고 패밀리레스토랑으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진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공연히 억하심정이 든다. 울컥 서러워진다. - <언더 더 씨>, 146p

작가는 <언더 더 씨>를 통해 맹골수도에서 두려움과 추위에 떨었을 피해자들, 그들의 가족, 아직도 바닷속을 유영하며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한 그 넋들을 추모하려 한 것이 아닐까. 한편 소설 속 소녀는 독백한다. “나는 내가 왜 죽었는지 지금도 모른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진실은 침몰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다.

사회 참사를 모티브로 한 <언더 더 씨>, <운수 좋은 날>을 통해 작가는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한다. 자본과 권력의 야만성, 폭력성이다. 제 살겠다고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선장, 비통함을 호소하며 단식 시위 부모 앞에서 보란 듯이 음식 파티를 하는 이들, 서민들의 삶을 무자비하게 밀어버리는 재개발 용역업자,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사용자 등. 작가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공동체의 우울을 어떻게 애도하고 치료할 것인지를 묻는다.

이 외에도 <가족소풍>과 <알록달록 빛나는>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관계적 결핍을 보여준다. 예쁜 제목은 반어적 텍스트일 뿐. 두 작품 모두 가족 공동체가 붕괴된 시대의 우울한 풍경을 그린다. <지음소사이어티 전말기>는 소설을 비롯한 예술작품이 정말로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묻는다. 마지막으로 <치애>는 헛된 사랑을 좇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심리적 결여를 드러낸다.

강동수 소설가는 196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몽유 시인을 위한 변명>으로 등단했고, 이후 장편소설 <제국익문사> (전 2권), <검은 땅에 빛나는>, 소설집 <몽유시인을 위한 변명>, <금발의 제니>, 시사산문집 <가납사니의 따따부따> 등을 펴냈다. 봉생문화상 문학상, 교산허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요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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