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떨어져 있어도"...분단의 아픔을 그린 부산 비엔날레 절찬 전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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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떨어져 있어도"...분단의 아픔을 그린 부산 비엔날레 절찬 전시 중
  • 취재기자 이아명
  • 승인 2018.10.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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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 현대미술관에서 11월 11일까지... 전쟁, 식민지화, 국가 분리 표현 작품 전시 / 이아명 기자
부산 비엔날레를 찾아 임민욱 작가의 <만일의 약속>을 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 청와대 제공).
부산 비엔날레의 전시장 1층에서 볼 수 있는 임민욱 작가의 <만일의 약속>(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지난 9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을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진에서 보고 있는 작품은 전시장 1층에 위치한 임민욱 작가의 <만일의 약속>. 이 작품은 설치미술이다. 밀짚모자를 쓴 인물이 관객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고, 옆에는 흰색 천을 두른 염소가 있다. 줄에 걸린 천에는 ‘사리원 구O회’처럼 누군가를 찾는 표식이 박혀있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사진의 작품 바로 옆에 여러 개의 텔레비전이 쌓여있고, 그 텔레비전에서는 1983년 453시간 동안 방영되어 기네스북에 가장 오래 방영된 TV프로그램으로 등재된 KBS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재생되고 있다. 이 작품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를 우리나라 분단의 아픔인 ‘이산가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 현대미술관 앞에 위치한 ‘부산 비엔날레’ 표지판. 주제인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와 전시기간이 적혀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지난 9월 8일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부산 비엔날레가 열렸다.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르게 부산 지역 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부산 비엔날레는 올해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임민욱 작가의 작품처럼 이번 부산 비엔날레는 전쟁, 식민지화, 또는 국가의 분리나 지역의 분리로 인해 생기는 마음 속의 분리 등을 표현한 여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부산 비엔날레는 두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과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 빈 공간이다. 그중 부산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24개국 50명(팀) 91점, 그리고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에 전시된 작품은 16개국 19명(팀) 34점이 전시 중이다.

부산 비엔날레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사하구 현대미술관 1층과 2층, 그리고 지하에서 이번 비엔날레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인민욱 작가의 작품을 지나 보이는 1층 전시장에는 가족 또는 친구끼리 온 관객들이 조형물, 그림, 사진, 또는 영상으로 표현된 작품들을 바라보며 감상을 즐기고 있었다. 부산 비엔날레의 스태프 조은별(26) 씨는 “커플, 가족 등 다양한 관객들이 관람하러 온다”며 “유치원생이나 대학생 관람객들도 단체로 비엔날레를 관람하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류연복, 김용태 작가의 <메아리-DMZ>는 북한과 남한의 선전용 전단지로 DMZ라는 글자가 만들어졌다(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천민정 작가의 <안녕 미사일>, <삼미신>, <리틀 김>, <행복한 북한 아이들>(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분단과 관련된 사회주의 국가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전시장에서 눈에 띄었던 작품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던 임민욱 작가의 작품처럼 북한과 관련된 작품이었다. 2층 전시관 벽에 자리한 천민정 작가의 작품은 북한의 정치상황을 빨간색으로 강렬하게 표현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풍자하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박현숙(49, 부산 해운대구) 씨는 “이번 비엔날레가 분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는데,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분단을 표현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잊혀져가는 분단의 아픔을 일깨워주고 분단의 아픔이 있는 나라가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 우리나라말고도 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부산 비엔날레 작품 옆에 있는 안내판. 작품 설명은 없고, 제목, 작가, 작품의 재료 등만 적혀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아명).

개성 있고 다양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작품 설명이 거의 없어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아쉬웠다. 이번 비엔날레는 별도의 음성 서비스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작품 옆에 있는 안내판에는 작가의 이름, 제목, 작품의 재료 등만 적혀있다. 무료로 나눠주는 부산 비엔날레의 가이드 맵 종이에도 작품 설명보다는 작품의 위치만 안내돼 있어 작품을 보고 의미를 이해하기엔 어렵다는 관객들이 많았다. 신예솜(22, 부산 북구) 씨는 “작가와 작품의 제목만 있으니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다소 어려웠다”며 “작품에 관해 설명이 있었으면 이번 전시회를 더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작품 설명을 생략한 이번 비엔날레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는 반응도 있었다. 고정규(27, 서울 서대구) 씨는 “이번 비엔날레는 작품의 내용 자체를 각자 관객의 눈으로 보고 느끼라는 의미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부산 비엔날레는 11월 11일까지 열리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성인기준 1만 2000원이다. 부산 현대미술관은 지하철 1호선 하단역에서 하차한 후 버스로 환승해서 갈 수 있으며,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1호선 중앙역에 하차하면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내 금요일과 주말 및 공휴일에는 하단역과 부산역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그 밖의 자세한 관람 정보는 부산 비엔날레 홈페이지(http://2018.busanbiennale.org/)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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