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생리공결제,’ 제대로 시행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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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생리공결제,’ 제대로 시행 안된다
  • 취재기자 김제니
  • 승인 2015.04.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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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생들 ·남용 사례 많아... 일부 대학선 폐지하기도…
▲ 생리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여학생들을 위한 생리공결제가 일부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지난 2006년부터 몇몇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생리공결제’가 많은 대학에서 시행을 미루고 있으며,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도 일부 학생들의 오남용으로 폐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공결제’란 여학생이 생리 때문에 결석할 경우 공결(公缺), 즉 공적인 결석으로 처리해서 출석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이는 2006년부터 교육부가 초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건강권과 모성보호를 위해 도입했으며, 대학은 의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교육부의 취지를 받아들여 생리공결제를 도입했다. 2011년 11월 26일자 <노컷뉴스> 기사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생리공결제도는 당시 대학이 의무는 아니었지만 사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시행한 것이며, 따라서 제도 수용 여부는 대학 자율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을 위한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생리공결제를 시행하지 않는 대학이 더 많다. 부산시내 대학만 보더라도, 14개 대학 중 동아대, 인제대 두 학교만이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다. 왜 많은 대학들은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일까?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여학생이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몇 번의 클릭을 통해 간단히 생리공결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몇몇 여학생들이 특별하게 까다로운 절차 없이 아프지도 않으면서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생리공결을 신청하는 제도를 악용하여 오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2011년 10월 4일자 중앙대학교 학보인 <중대신문> 기사에 따르면, 2011년 1학기 하루 평균 생리공결 신청자는 194명이었다. 하지만 휴일인 어린이날 전날에는 308명, 어린이날 그 다음날에는 371명의 여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했고, 주말과 석가탄신일의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끼인 5월 9일에는 무려 477명의 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하기했다는 것이다. 생리공결제가 시행중인 부산 지역 여대생 김모(24) 씨는 “솔직히 친구들과 놀러가기 위해서, 혹은 전날 과음해서 생리공결제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며 “한 달에 한 번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기회가 아까워서, 나 자신도 아프지 않더라도 공결제를 쓴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자,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은 생리주기에 맞춰 한 달에 한 번씩 한 학기에 총 4번의 생리공결을 무조건 허용하다가, 병원 진단서를 제출해야 생리공결을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했다. 그러나 진단서 제출은 당사자들에게 과도한 절차로 인식되고 있다. 경남 지역의 여대생 한혜빈(24,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씨는 “움직이지 못 할 정도로 아파 결석하려는 것인데,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 공결신청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 속에, 시행하던 생리공결제를 폐지한 대학도 있다. 서강대는 2007년 1학기부터 시범 운영해온 생리공결제를 3학기 만인 2008년 2학기에 폐지했다. 2008년 9월 25일자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서강대 측은 세 학기에 걸쳐 생리공결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 일부 여학생들이 F학점을 회피하려고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교무위원회에서 폐지키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여대생 이연두(22,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씨는 “정말 생리통 때문에 생리공결제를 사용하더라도 거짓말하는 것처럼 눈치가 보인다”며 “우리 학교도 생리공결제가 없어질까 겁난다”고 말했다.

생리공결제에 대한 현실이 이렇게 나타나자,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생리공결제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 경성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생리공결제가 좋은 제도라는 걸 알고 있지만, 정말 필요한 학생이 사용하는 경우보다는 오남용 사례가 많다는 다른 대학 경우를 참고해서 시행을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대학의 학생회 여자 임원인 임모(24) 씨는 “생리공결제를 악용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꼭 필요한 학생을 위해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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