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9월 14일자 기사에 의하면, 칠레 의회가 14세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법률적 성(性)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법안, 즉 ‘성 정체성’ 법안을 5년만에 통과시켰다고 한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이 나라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변화가 너무나 놀라웠다. 조금씩이지만 성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느껴져 세상이 점점 좋은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기사 아래의 댓글창은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종교적 사상과는 어긋난다는 비난, 그리고 그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가득 담긴 조롱과 야유로 더럽게 얼룩져 있었다.
그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얼마 전에 있었던 제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가 생각났다. 퀴어 문화 축제란 성 소수자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영화제, 토론, 전시회, 부스 설치, 그리고 퍼레이드 등을 하는 행사다. 그중에서도 이 축제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퀴어 퍼레이드일 것이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참가자들은 퀴어 인권 운동의 상징인 무지갯빛 깃발을 몸에 두른 채로 걷거나 대열을 맞춰 춤을 추는 등의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9월 9일 인천에서는 동성애는 옳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동성애 혐오자, 즉 호모포비아들이 부스를 무단 점거하고, 퍼레이드가 진행될 장소에 서로 팔짱을 낀 채로 드러누워 시위하는 등 축제의 진행을 방해했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폭력까지 행사해 많은 축제 참가자들과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됐던 경찰들까지 다쳐 8명이 입건됐다고 한다.
호모포비아들이 퀴어 문화 축제를 이렇게까지 방해한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단지 성 소수자들의 성 정체성이 자신들의 기준과는 맞지 않아서였을까? 정말 이유가 그것뿐이라면 그들은 정말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성 정체성의 차이는 영화로 치자면 그저 좋아하는 장르가 다를 뿐인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의 영화를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 건 이상하지 않을까? 개인의 성 정체성도 영화 취향만큼 아주 주관적인 것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서로의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것만이 옳다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무지개에는 서로 다른 색이 7개나 모였지만 그 색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색들을 배척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하나의 무지개를 이룰 뿐이다. 그런 점 때문에 무지개는 아름답다. 무지개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저 높은 곳에 떠 있는 이유는 어쩌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라서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다름이 모여 조화를 이룰 때 세상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
당신 자신이나 가족이 특히 자녀가 동성애는 개인취향이라는 생각에 잠깐이라도 빠져 에이즈에 고통 당한다면 어떨지...
담배가 개인취향이라고 아무곳에서나 피운다면 어떨까요?
폭력은 나쁘지만 한쪽의 잘못은 아닌듯 하네요 눈과 귀가 열리시기를요
그전에는 기사는 쓰지 않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