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미와 달리, 인기 연예인 부럽지 않은 SNS스타 된 유기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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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미와 달리, 인기 연예인 부럽지 않은 SNS스타 된 유기견들
  • 취재기자 김재현
  • 승인 2018.10.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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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떠내려가다 구조된 절미, 인스타그램서 팔로워 90만 명...앞발 잃은 달리는 인천공항 홍보대사 / 김재현 기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비 오는 날 봇도랑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몸부림치던 그 강아지는 다행히 길을 가던 사람의 눈에 띄어 구조됐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던 그 사람은 애견 커뮤니티 사이트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발 벗고 나서 개를 키우는데 필요한 다양한 조언을 해줬고, 그 강아지는 금세 건강을 되찾았다.

봇도랑에서 구조된 믹스견 ‘절미’가 지친 표정으로 앉아있다. 이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아냈다(사진: 인스타그램 ‘zzangjeolmi’).

이 과정에서 그 강아지는 인절미 색과 비슷하다고 해서 ‘절미’라는 이름을 얻었고, 절미의 발견자는 자연스럽게 절미의 견주가 됐다. 건강해진 절미를 보고 싶다는 네티즌들의 요구에 절미의 견주는 인스타그램에 절미 전용 계정을 만들어 절미의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믹스견(잡종견) 절미는 이렇게 전래동화 같은 스토리로 인스타그램의 최고 동물 스타가 됐다. 송순민(26, 전남 광양시) 씨는 “절미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고 귀엽다”고 말했다.

구조 이후 주인의 사랑으로 건강해진 절미의 모습. 사람들은 절미가 이렇게 변해가는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사진: 인스타그램 ‘zzangjeolmi’).

이처럼 최근 SNS에서 사람보다 유명한 동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절미의 인스타그램 아이디 ‘zzangjeolmi’의 팔로워는 약 90만 명이다. 8월 17일 개설된 이 계정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팔로워 수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개그우먼 박나래 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10만인 것을 보면, 절미의 인기는 대단하다. 인터넷 상에서 절미를 자신의 강아지처럼 여기는 사람을 뜻하는 절미의 ‘랜선 견주’ 이준학(25, 부산시 사상구) 씨는 “실제로 절미를 키우지 못하지만 진짜 마음으로 키우고 있다”며 “절미의 사진을 보면서 랜선 견주로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SNS 동물 스타로는 약 34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run_darly’의 주인공이며 일명 ‘개무룩 강아지’인 포메라니안 ‘달리’가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주인 옆에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달리의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달리에게 ‘개무룩 강아지’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하지만 이런 달리는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달리는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쪽 앞발을 잃고 첫 번째 주인으로부터 버려졌다. 

유기견 시설에서 임시보호를 받던 달리는 지금의 견주에게 입양됐다. 달리의 새 주인은 달리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수시로 올리면서 달리도 SNS 동물 스타 반열에 올랐다. 사랑이 넘치는 새 주인을 만난 달리는 과거의 기억은 잊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달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주현석(25, 서울시) 씨는 “사람에게 버려진 달리에게 아직도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며 “지금 함께하는 가족과 평생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리가 인형 같은 모습으로 활짝 웃고 있다. 그러나 달리는 앞발을 잃고 전 주인에게 버려진 아픈 과거가 있다(사진: 인스타그램 ‘run_darly’).

SNS 동물 스타엔 래브라도 리트리버 ‘밀란’이를 빼놓을 수 없다. 21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밀란이의 인스타그램 계정 ‘elly_elin’은 다양한 표정과 견주의 센스 넘치는 표현으로 유명하다. 밀란이가 눈을 번쩍 뜬 사진 옆에는 견주가 적은 “뭐시여?? 내 친부모는 따로 있다고??”와 같은 익살스러운 표현이 있다. 사람들은 그런 밀란이의 인스타그램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김현호(25, 서울시 동대문구) 씨는 “밀란이의 사진과 견주의 표현이 너무 재미있다”며 “종종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즐겁다”고 말했다.

밀란이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는 코믹한 표정 사진과 이를 설명한 견주의 익살스런 게시글이 인기의 요인이다(사진: ‘elly_elin’).

해외에도 동물 스타가 있다. 일본에 사는 고슴도치 ‘아즈키’의 인스타그램 계정 ‘hedgehog_azuk’는 39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갖고 있다. 아즈키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아즈키 사진 속의 디테일한 소품과 다양한 주제 때문이다. 아즈키의 인스타그램 사진에는 작은 소품들로 꾸민 할로윈, 캠핑 등 다양한 주제가 녹아 있다.

아즈키의 인스타그램 사진은 각종 도구가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사진: 인스타그램 ‘hedgehog_azuki’).
아즈키의 이 사진에는 안경과 털모자가 등장했다(사진: 인스타그램 ‘hedgehog_azuki’).

미국의 고양이 ‘루’도 유명하다. 앞발이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루의 인스타그램 계정 ‘lilbunnysueroux’는 59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루는 두 앞발이 없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버려졌지만, 행인에게 발견돼 동물보호소로 옮겨졌다.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됐지만, 루는 버려진 상처 때문인지 쉽게 마을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새 주인의 무한한 사랑에 곧 마음을 열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스타가 됐다.

고양이 루는 귀엽게 생긴 얼굴 모습과 포즈가 장기다(사진: ‘lilbunnysueroux’).

최근 동물 스타의 유명세를 기업이 무단으로 이용해 비난을 받은 일이 생겼다. 빙그레는 지난 11일 절미를 연상시키는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회사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면서 그 안에 절미의 인스타그램 페이지 사진을 올렸다. 이에 네티즌들은 “제대로 허락을 받고 사용했냐”며 항의했다. 이에 빙그레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회사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문중곤(25, 경남 함안군) 씨는 “큰 회사가 허락도 없이 남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개인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에, 인천공항은 정식 절차를 거쳐 달리를 인천공항 명예홍보대사로 발탁했다. 인천공항은 비행기 탑승객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항공기를 이용하는 절차 등을 홍보하는 데 달리를 활용하고 있다. 관계자는 시빅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할 때 필요한 정보나 절차를 알리는 목적으로 동물 홍보대사를 정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달리를 홍보대사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달리의 견주는 여기서 주어진 수입을 달리의 이름으로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했다고 달리의 인스타그램에서 전했다.

인천공항 개항 17주년 행사에 명예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한 달리(사진: 인스타그램 ‘incheon_airport’).

하지만 동물 스타가 지나치게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을 경계하는 의견들도 있다. 안문선(53, 경남 창원시) 씨는 “동물 스타들의 재밌고 귀여운 모습들만 보고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동물을 입양할까 걱정된다. 무분별하게 입양하면 뒷감당을 못하고 동물을 버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정성엽(21, 부산시 대연동) 씨는 “SNS 동물 스타를 보면 견주들이 반려동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SNS 동물 스타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경성대학교 심리학과 심경옥 교수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주인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다”며 “원시시대부터 함께 해 온 강아지들은 사람들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면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동물 스타들의 영상을 즐겨보는 김동현(25,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집안 사정으로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하는데 SNS를 보며 대리만족도 하고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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