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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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도 사람이다
  • 울산광역시 남구 오재정
  • 승인 2015.03.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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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보고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인공 크리스 카일은 나에게 생각하는 힘을 주었다. 그것은 마땅히 고민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힘이었다.

크리스 카일은 카우보이를 꿈꾸는 평범한 남자였다. 하지만 미국에 테러가 일어난 뉴스를 보고 강한 애국심이 일면서, 그는 한걸음에 네이비실(미국 해군에 소속된 특수부대)에 지원했다. 크리스 카일은 네이비실에서도 전설이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저격수가 됐다. 저격수는 전장의 엄폐된 위치에서 일반 보병보다 먼 거리의 목표물을 저격하는 보병이다. 크리스 카일이 저격수를 맡는 날의 전투에서, 다른 미군들은 다른 날 전투보다 안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심해도 그 곳은 전쟁터였다. 전쟁터에서는 동료의 죽음은 물론, 상대의 죽음도 이겨내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크리스 카일이 처음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누던 때에는 많은 고뇌와 고민이 보였다. 하지만 2차, 3차에 걸쳐 파병이 누적되자, 카일의 사살에 대한 고뇌는 점점 무뎌졌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 이유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 무뎌지는 그의 모습이 영화 밖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윤리적 문제에 부딪치고 선택해야 한다. 선택의 순간마다, 우리는 처음엔 많이 고민하고 힘들어 하지만, 곧 우리는 특정한 일을 선택하게 되고 반복되는 일에 더 이상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처음 바닥에 쓰레기를 버릴 때엔 누가 볼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처럼 아무 양심의 가책도 없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도 점차 짧아진다.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점차 고지식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제 쓰레기를 그곳에 버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나 신기한 것이다.

얼마 전, ‘김영란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좋은 법이라고 생각되는 동시에 씁쓸했다. 공직자는 뇌물을 받으면 안 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왜 이런 게 법으로 만들어진 걸까? 차츰차츰 무뎌져서 결국, 하면 안 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까지 법을 만들어 금지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아닐까?

크리스 카일은 참전 초기에 윤리적인 문제로 잠시 고민에 부딪치다 ‘내 동료를 죽인 적’이라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적을 죽이기 시작한다. 크리스 카일처럼 윤리적인 문제에 우리가 무뎌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고뇌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할 때의 불편한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고민해야할 것을 고민하지 않는 우리는 건강한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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