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없는 국군의 날... "북한 눈치 보는거냐" 야당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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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없는 국군의 날... "북한 눈치 보는거냐" 야당 문제제기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10.0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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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통령이 최고 예우갖췄다" 반론....네티즌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행사" 극찬 / 신예진 기자

국군 최고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제70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청와대 오찬부터 저녁 기념식 등 세 개의 행사에 모두 참여하는 숨 가쁜 행보를 보였다.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전일 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전사자 유해 봉환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봉환식은 최고의 예우를 갖춰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모든 유해에 대해 6·25 참전기장을 하나하나 수여했다. 행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 국방장관,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 연합사령관 등 군 지휘부와 6ㆍ25참전용사 및 군 관련 종교계 지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봉환된 64위의 유해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북한의 함경남도 장진, 평안남도 개천지역 등에서 북·미 공동으로 발굴된 유해로 미국 하와이에서 한미 공동감식을 통해 국군전사자로 판명된 유해다. 유해는 헌병 컨보이 등의 호위를 받으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으로 봉송된다. 이후 신원 확인을 위한 정밀감식, DNA 검사 등이 진행된 후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유가족에게 전달 후 국립묘지에 안치될 예정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미 3사단 소속 카투사로 장진호 전투에 참여했던 정일권(86) 씨는 전우들의 귀환소식에 “68년 전에 장진호 전투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가 이제라도 조국의 품에서 편히 쉴 수 있어 다행이다. 하루빨리 DMZ뿐만 아니라 북한지역에서의 유해발굴이 진행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북한지역에서 발굴된 6.25 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64위를 위한 의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제공).

유해 봉환 행사가 끝나고, 청와대는 청와대 영빈관에 현역·예비역 장병, 유엔군 참전용사를 초대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현역과 예비역 장병들에게 제대로 된 따뜻한 한 끼의 정찬을 대접하고자 이번에는 특별히 처음으로 영빈관에서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병들을 초대한 영빈관에는 "우리 모두는 국군이었거나 국군이거나 국군의 가족입니다"라는 표어가 적힌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렸다. 청와대는 이날 초대형 초코파이와 햄버거 케이크를 마련했다. 초코파이에는 "국민과 함께! 세계 속의 대한국군! 정(情)"이라는 글귀가 적혔다. 햄버거 케이크에는 "고마워요, 우리 국군"이라고 적혀 있었다. 케이크 컷팅은 문 대통령 내외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재향군인회장, 그리고 영국에서 온 유엔참전용사 혹스워스 씨가 함께했다.

초코파이, 햄버거 케이크 등 다소 생소한 모형의 케이크 마련은 장병들을 위한 청와대의 센스있는 선물이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우리 장병들의 벗이자 군인하면 늘 떠오르는 초코파이 케이크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우리 장병들을 위해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햄버거 케이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정오께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70주년 국군의 날 경축사를 발언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제공).

해가 저무는 이날 오후 60시 30분에는 국군의날 본 기념식이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렸다. 국군의날 기념식이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군·유엔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린다는 취지다. 국민들의 많은 시청을 위해 기념식 진행 시간도 작년과 달리 저녁으로 옮겼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국군·유엔 참전용사와 일반 시민 등 3500여 명이 참석했다.

우선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예포 21발이 발사됐고,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서울 상공에서 축하 에어쇼를 펼쳤다. 초음속 훈련기인 T-50B로 이뤄진 블랙이글스의 서울 시내 야간비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육군 8사단과 9공수여단, 공군 작전사령부, 해군 교육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에 부대표창을 직접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우리 국군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평화를 향해 단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조국 수호에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 자리에 계신 퇴역장병과 군 원로, UN참전용사들이 전쟁을 기억하며 평화의 시대를 열어낸 주역들이다.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행사의 마지막은 가수 싸이의 공연이 차지했다. 싸이는 이날 출연료 없이 축하공연에 참가했다. 싸이의 노래에 맞춰 일부 군인들은 같이 뛰며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싸이 공연을 보며 다시 생각했다”며 “군인들은 우리의 동생, 형, 아들이었다”고 훈훈한 글을 남겼다.

한편 국군의 날 기념식은 ‘축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5년마다 열렸던 대규모 시가행진과 전략 무기가 동원되는 군사 퍼레이드가 생략됐기 때문. 보수 야당에서는 "북한의 눈치를 보는 정부"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두고 청와대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는 우선 지금껏 국군의 날 관련 행사에 오전부터 저녁까지 모두 참석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군사 퍼레이드 생략과 관련해 “국군의 날 행사 때마다 장병들이 시가행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데 올해는 장병들이 주인공으로 축하받는 행사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확 바뀐 국군의 날 행사에 우려를 보이던 국민들도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한 네티즌은 “여태 국군의 날 행사 본 적이 없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재미있게 축제 분위기로 행사하면 다음에 또 볼 것 같다. 지금도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8) 씨도 “군대를 안간 사람들이나 국군의 날 행사를 야외에서 크게 하길 바란다”며 “행사 준비하느라 바깥에서 몇 달을 고생하는 군인들은 군인의 날이 악몽일 거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날에 어린이들이 신나 듯 국군의 날에는 이런 행사로 장병들과 국민이 하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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