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 자료 수집, 피해자 실태조사 등 진상규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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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 자료 수집, 피해자 실태조사 등 진상규명 시작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09.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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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시작에 피해자들 안도감 표시 / 류효훈 기자
지난 16일, 오거돈 부산 시장은 형제복지원 관련 부산시 입장발표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에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사진: 부산시청 제공).

“저는 10세 때 형제복지원에 끌려갔습니다. 저는 성지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82년, 83년에 세 번이나 강제로 형제복지원에 끌려갔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친구들도 사귀지 못한 채 인생을 송두리 째 빼앗겼습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김대우 씨가 부산진경찰서 앞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1인 시위를 했을 때 푯말에 이렇게 적었다.

30여 년 전 공권력으로 불법 감금 등 김 씨와 같이 피해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부산시가 진상규명과 피해자 치유를 위한 실무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란 악명을 얻은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87년까지 노숙자 등 부랑인들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 고아 등을 부산의 형제복지원에 불법감금하고 강제 노역시킨 인권 유린 사건이다. 약 3000명을 수용했던 형제복지원은 길거리 등에서 발견한 무연고자들을 무작정 끌고 가 감금하고 학대와 성폭행, 심지어 암매장까지 하는 등의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12년의 운영기간 동안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에 달하던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3월 감금돼있던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여러 번 재판 끝에 징역 2년 6월의 형을 받았고, 원생들에 대한 불법구금, 폭행, 사망 등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1인 시위 등을 통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부산시는 9월 28일 오전 11시 부산시 서울본부 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실종자, 유가족 모임(피해생존자모임) 대표들을 만나 요구사항을 논의했다. 지난 16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공식사과한 것을 기점으로 당시 피해생존자모임이 제시한 요구사항에 논의하기 위해 부산시가 요청하여 이 같은 만남이 성사됐다.

이 날 피해생존자모임 측은 부산시에 흩어져 있는 사건 관련 자료 수집을 시작으로, 피해 생존자들의 실태조사, 피해 생존자를 위한 상담창구 개설 및 회의, 트라우마 상담, 자료보관, 자료열람 등을 할 수 있는 공간 제공,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리는 인권교육 실시, 정부와 여당에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등의 사항을 요구했다.

부산시는 피해자 측의 11개 요구사항 중 법적 한계가 있는 형제복지원 매각부지환수를 제외한 10개 사항에 대해 즉각 실행할 수 있는 조항에서부터 시차를 두고 풀어나갈 조항까지 분류하여 수용의사를 밝혔다.

피해자생존자모임 측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치유를 위한 본격적 절차가 시작된 것에 대해 안도감을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시민들이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서도 함께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 날 부산시는 부산시민의 날 행사에 피해생존자 대표들이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피해자 모임에서도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양측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형제복지원 인권유린사건 문제해결을 위해 더욱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대책들을 빠르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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