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걱! 아이들 장난감 팔면서 '몰래카메라'라고 광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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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아이들 장난감 팔면서 '몰래카메라'라고 광고해?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09.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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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남코 코리아, 사진기 원리 장난감 팔며 몰카 특징 강조...학부모들 “몰카를 놀이로 인식케 한다" 분노 / 류효훈 기자
'반다이남코 코리아'가 판매하고 있는 티슈상자카메라는 “몰래 사진을 찍는 티슈상자 스파이카메라” 등 몰래카메라를 강조하는 문구를 넣어 논란이되고 있다(사진: 롯데마트몰 캡처).

지난 21일 <연예가중계>에 따르면, TV 예능 프로그램 <국경 없는 포차> 제작 도중 배우 신세경과 가수 윤보미의 숙소에서 보조배터리 모양의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다행히 문제가 되기 전 신세경이 먼저 발견했고, 카메라 장비 업체 직원인 20대 남성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연예인도 피해를 입을 뻔한 등 몰래카메라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갈수록 커져가는 가운데, 최근 장난감 판매업체인 '반다이남코 코리아'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형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반다이남코사의 장난감을 유통, 판매하는 반다이남코 코리아는 지난 15일부터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문제의 장난감인 ‘발명왕 키트 티슈상자 카메라’를 판매했다. 장난감은 한쪽에는 카메라 렌즈가, 다른 쪽에는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감광지를 넣도록 제작됐다. 감광지를 넣으면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입력되고 다리미 등을 통해 열을 가하면 사진이 인화되는 방식이다.

사진의 원리를 다루고 있는 제품이지만, 반다이남코 코리아는 ‘몰래카메라’라는 특징을 강조했다. 외형은 티슈상자와 비슷하게 디자인됐고 “티슈를 넣으면 더 진짜 같다”, “몰래 사진을 찍는 티슈상자 스파이카메라”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해 몰래카메라의 특징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상품의 사용연령이 ‘8세 이상’이다.

보조배터리 모양의 몰래카메라처럼 사물 모양의 몰래카메라가 장난감으로 등장하자 많은 소비자들이 이를 비판했다. 몰래카메라가 놀이로 변질될 수도 있어 걱정된다는 주부 정모(37, 부산 동래구) 씨는 “안 그래도 요즘 몰카가 사회적 이슈 중에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마당에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광지를 활용해 사진의 원리를 가르치는 학습용 장난감으로는 좋지만, 굳이 몰래카메라라는 내용을 강조해야 했는지를 문제 삼는 소비자도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모(38, 부산 동래구) 씨는 “초등학생이 엄마 몰래카메라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등 몰카 문제가 많은데 학습용 장난감을 가지고 장난 치는 것 같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몰래카메라 장난감이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얘기했다. 지난 27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여성, 아동청소년 인권보호단체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아이들이 친숙한 장난감을 통해 인권 침해와 범죄 소지가 있는 몰래카메라를 단순한 놀이로 생각할 수 있다”며 “몰래 촬영의 특징이 장난감에 들어간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안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올라와 어린이 장난감 규제를 강화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원작성자는 정부는 장난감의 제작, 판매를 규제할 책임이 있다며 “아동들에게 놀이이면서 동시에 학습이자 일상인 장난감이 미치는 교육적 효과를 고려해야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좀 더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을 너무 민감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네티즌도 일부 있다. 문구가 자극적이지만 움직이는 사람을 찍기에는 불가능한 물건이라고 네티즌 A 씨는 주장했다. 그는 “감광지로 수십분 노출해야 찍히는 사진기의 원리를 이해하는 장난감일 뿐이다. 이걸 진짜 몰카 찍겠다고 돈 주고 산사람은 '차라리 치킨을 사먹을 걸' 하며 스스로 반성하게 할 제품”이라고 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품은 그대로 판매될 예정이다. 지난 27일 머니투데이보도에 따르면,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반다이남코코리아 측은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몰래카메라 상품이 아니다"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공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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