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태 빠진 환자 측에 사망선고 나오기도 전에 "보상금 줄 테니 계좌번호 불러라"
상태바
중태 빠진 환자 측에 사망선고 나오기도 전에 "보상금 줄 테니 계좌번호 불러라"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09.26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분만 중 자궁 파열로 과다출혈사...남편 "의료과실치사" 주장, 청와대 게시판에 진상조사 요구 청원 / 류효훈 기자
산모의 사망선고가 내려지기 전, 병원은 이런 일이 있을 때는 3000만 원을 지급하게 되어있다고 남편 측에게 계좌번호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병원 측은 사망선고 직전, 가족들이 마지막 희망의 끈도 놓기 전에 이미 산모가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저에게 전화해서는 이런 일이 있을 때 3000만 원을 지급하게 돼 있으니 계좌번호를 달라고 했다. 아직 사망선고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해 이러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끊었다.”

건강했던 30대 중반 산모가 자연 분만으로 출산한 지 하루 만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아내를 잃은 남편 A 씨가 ‘의료과실치사’라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23일 올렸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A(36) 씨는 지난 8월 20일 한 산부인과 분만 현장에서부터 모 대학병원 전원조치 후 사망선고를 받았던 21일 오전 9시 33분까지 남편으로서 지켜봤던 과정을 정리해 글을 올렸다.

그는 첫째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건강하게 출산해 둘째 아이 출산도 똑같은 의사에게 분만을 의뢰했다. 유도 분만을 통해 오후 2시쯤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산모는 그렇지 못했다. 대학병원으로 전원 조치까지 4시간 동안 산후 출혈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궁파열이라고 의심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부분 파열이라 초음파, 내진 등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고 의사들은 주장했다.

유도분만 당시 둘째 아이가 건강하게 출산됐지만, 분만실 안에 있던 간호사가 유독 패드를 몇번째 갈고 출혈량을 확인했을 때 심상치 않았다고 A 씨는 전했다. 그는 “주치의가 잠시 나가 있으라고 했다. 1시간 지났을 때 다시 갔더니 간호사의 1차 저지가 있었고 다시 1시간 후에 물어봤더니 나중에 설명한다고 말만 했다”며 “3시 45분경 주치의가 자궁 경부 손상의 출혈을 잡기 위해 노력했고, 80% 정도는 이대로 괜찮아지고, 20% 정도는 자궁적재술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받았다”고 말했다.

이때 주치의가 횡설수설하며 눈을 피하면서 자신 없는 목소리와 모습으로 설명했을 뿐 아니라 상황의 긴박성 또한 밝히지 않았다고 A 씨는 주장했다. 그는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전원조치를 제안했다. 최악의 경우가 자궁색전이라는 설명을 듣고 잘하는 곳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며 “대학병원으로 가는 도중 아내가 고통을 호소하며 진통제를 놔달라고 했고 도착할 때쯤 의식이 희미해 보였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실 의사가 CPR(심폐소생술) 환자라며 빨리 처리해달라고 간호사 10여 명이 붙어 CPR을 시행했다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A 씨는 전했다. 그는 “대학병원 담당 교수에게 자궁 파열이 맞으나 이미 폐 쪽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색전을 시행해도 환자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중환자실로 옮겨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 조치를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고 9시간 동안 밤을 새며 기적을 바랬지만, 결국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빠르게 큰 병원으로 옮겼다면 산모는 안전했을 것”이라며 “사고 이후 병원 측은 사망 선고가 나오기 직전, 이미 사망했다고 판단해 이런 일이 있을 때 3000만 원을 지급하게 돼 있으니 계좌번호를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형사고소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과학수사연구원 부검까지 진행돼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병원 측은 여전히 자신들에게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보험회사에 의뢰해서 따져보자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23일 올라온 청원 게시글은 벌써 4만 명을 돌파하며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사진: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마지막으로 그는 “세상의 모든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가장 위대한 사람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의료과실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최소의 노력이다. 생명 앞에 의사면허, 병원 측 손해, 절대 앞설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은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공분하며 대부분 병원 측의 잘못이라고 얘기했다. 네티즌 B 씨는 “보통의 산모보다 출혈량이 많았다면 의사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큰 병원으로 옮겼어야 옳다”며 “그런 판단도 서지 않는 의사였다면 그것 자체가 의료과실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고에서 피해자에게 의료사고 여부를 입증하라고 요구하면 황망할 것 같다고 얘기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그는 “가장 기쁜 날 슬픔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 부디 잘 밝혀져서 돌아가신 분도 억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