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컵 규제 이후 대형 커피업체 종이빨대 등 친환경제품 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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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컵 규제 이후 대형 커피업체 종이빨대 등 친환경제품 개발 박차
  • 취재기자 김재현
  • 승인 2018.09.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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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플라스틱 없는 매장 운영·쌀·전분으로 만든 빨대 등장...친환경 제품 단가 낮추는 게 과제 / 김재현 기자
한 사람이 거북이의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를 뽑고 있다(사진: 유튜브 채널 ‘Sea Turtle Biologist’ 캡처).

2015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하나가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영상에는 바다거북 한 마리가 나온다. 그런데 바다거북의 코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서 그 끝이 코 밖으로 튀어나와있고, 한 사람이 펜치를 이용해 빨대의 끝을 잡고 코에서 뽑아낸다. 영상 속 바다거북의 코에서 빨대가 완전히 뽑히기까지는 약 7분 50초가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바다거북은 코에서 새빨간 피를 뚝뚝 흘리며 고통에 못이겨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이 동영상을 본 정시훈(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빨대 하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거북을 저런 환경에서 처하게 한 것이 매우 충격적이다”며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부산의 대학가 인도옆 화단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 컵들(사진: 독자 안진우 씨 제공).

정부는 지난 8월 1일부터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이 날 이후부터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고객은 1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카페에서 제공하는 다회용 컵이나 개인 텀블러를 이용해야 한다. 테이크아웃을 하는 고객은 예외적으로 1회용 컵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정책이 바뀌자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텀블러를 가져온 고객에게 할인해 주는 카페도 생겨났다.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의 텀블러 판매량이 작년보다 약 37% 증가했다. 김소현(28, 부산시 중구) 씨는 “1회용 컵 사용 규제가 시작된 후부터 외출할 때는 텀블러를 꼭 챙긴다”며 “50대 중반인 아버지도 최근에는 텀블러를 회사에 가져 가셨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빨대가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규제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롤리웨어는 해초로 만든 빨대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물속에서 최대 24시간 동안 빨대 형태를 유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플라스틱 빨대 규제가 임박했다고 보고 플라스틱 대체용품 개발에 나선 업체들도 있다. 국내 중소기업 '연지곤지'는 국내 최초로 쌀을 이용한 일명 쌀빨대를 개발했다. 연지곤지 김광필 대표는 “플라스틱 빨대는 자연분해에 500년이 걸리는데 쌀빨대는 부러뜨려 가루로 만들면 100일안에 분해된다”며 "쌀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카페들은 미리미리 플라스틱 빨대로 대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국내 외식업체 '닥터로빈'은 플라스틱 대신 옥수수전분을 이용해 만든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닥터로빈 관계자는 “친환경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3배 정도 단가가 높지만 환경을 생각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는 지난 10일 서울, 부산, 제주 3개 지역의 100개 매장을 선정하고 차가운 음료를 대상으로 손님들에게 종이빨대를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해당 매장에서는 상시 비치돼 있던 플라스틱 빨대와 플라스틱 커피스틱도 모두 치우고 음료의 종류와 관계없이 빨대는 음료 당 하나, 커피스틱은 나무로 만든 것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 플라스틱 빨대가 남아 있는 카페 매장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재현).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 한 카페 매장(사진: 취재기자 김재현).

스타벅스 부산의 한 매장에서 종이빨대를 처음 사용해 본 박주영(2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종이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잘 빨리지 않는 듯 느꼈으나, 종이빨대가 음료에 오래 담겨져 있어도 흐물흐물해지지는 않았음을 알게 됐다. 박 씨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플라스틱 퇴출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돼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환정(22, 부산시 연제구) 씨는 “스타벅스의 환경을 생각하는 모습이 멋지다”며 “다른 기업들도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에서 시범 도입한 종이빨대가 음료에 담겨져 사비스되고 있다(사진: 박주영 씨 제공).

스타벅스 코리아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타벅스에서 소비된 플라스틱 빨대는 약 1억8000만 개로 이를 길이로 환산하면 지구 한 바퀴인 4만km에 조금 못 미치는 3만 800km고, 무게로 따지면 126톤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종이빨대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매년 그 이상의 플라스틱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대체재 도입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단가다. 대체재들은 플라스틱 제품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 이상 단가 차이가 난다. 개인 카페를 운영했던 신건엽(28) 씨는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대체재 빨대 단가가 비싸고 보관도 더 어렵다”고 말했다.

카페 등 기업 차원의 플라스틱 제품 사용 억제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 개발과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시민들이 지적하고 있다. 부산시를 예로 들면, 부산시의 지난 해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7만 3494톤으로 스타벅스 코리아의 1년 플라스틱 빨대 배출량 126톤에 비해 엄청난 양이다. 이종재(25, 부산시 동래구) 씨는 “기업 차원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좀 더 큰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나 국민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부산시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서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담당자가 전했다. 먼저, 부산시는 시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시군구 산하기관에서 행사할 때 페트병에 담겨진 생수를 제공했으나 지금은 다회용 컵이나 머그컵, 혹은 텀블러에 물이나 음료를 담아주기로 했다는 것. 부산시 관계자는 “공공기관부터 플라스틱 줄이기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플라스틱의 생산, 소비, 배출, 수거, 재활용 각 분야에 맞춘 정책을 내 놓았다. 정부는 이 대책을 토대로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고 재활용률을 7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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