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나타나 역사의 진실을 털어 놓는 불로불사의 역사 증인 이야기 영화 '맨 프롬 어스(지구에서 온 남자)' / 최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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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나타나 역사의 진실을 털어 놓는 불로불사의 역사 증인 이야기 영화 '맨 프롬 어스(지구에서 온 남자)' / 최승훈
  • 부산시 금정구 최승훈
  • 승인 2018.09.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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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수천 년을 늙지도, 죽지도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존재한다면 현재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영화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는 위와 같은 미스터리한 주제에 현실적 해석이 더해져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믿거나 말거나,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삶을 살아온 한 남자의 재미있는 이야기다.

10년간 대학교수로 일하던 ‘존 올드맨’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어디론가 떠나기로 결심한다. 떠나기 하루 전, 동료 교수들과의 작별 파티에서 왜 떠나냐는 질문에 자신의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는 약 1만 4000년간을 늙지 않고 살아왔고, 이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10년을 주기로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닌다고 말한다.

<맨 프롬 어스> 포스터(사진: Creative Commons)

동료들은 존의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처음엔 흥미로운 장난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빈틈을 찾아내기 위한 끊임없는 질문 공세에도 불구하고, 존은 논리적인 답변을 막힘없이 술술 내뱉는다. 그렇게 인류학자, 고고학자, 신학자,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동료 교수들과 논쟁을 벌이면서 분위기는 격양되고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 속에서 존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믿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심지어 그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해 총을 겨누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가치관에서 벗어난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아무리 설득력 있는 주장을 들어도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존의 발언에 서서히 동요하는 영화 속 동료들의 모습이 흥미롭고 공감이 간다.

이 영화는 ‘불로불사’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그 어떠한 CG나 과거 회상 장면이 없다. 등장인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공간에서 대화만 나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몰입도가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 있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동료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존의 그럴싸한 대답을 듣고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에 집중하게 되고, 집중하다 보면 시간도 훌쩍 지나간다. 결국 이러한 특징은 영화의 예산도 줄이고 몰입도도 높인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이 영화를 보고 인류의 역사가 조작, 왜곡되지 않게 하기 위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은 자신의 과거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인류 역사와 내용이 다른 부분이 여럿 있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이지만, 실제로 거짓 역사가 기록되는 일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수 천년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하며, 새롭게 머물 곳을 찾아 떠나는 존의 모습에서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 말 그대로 <지구에서 온 남자>일 뿐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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