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지방 쓸 때 아버지는 현고(顯考)· 어머니는 현비(顯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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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상 지방 쓸 때 아버지는 현고(顯考)· 어머니는 현비(顯妣)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9.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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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차례상 차리기 비결...차례상은 5열 기본, 어동육서·홍동백서·조율이시 지켜야 / 신예진 기자

추석 당일이 다가오자 '명절 지내기' 상식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추석 전날인 23일 4시 30분 기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은 ‘지방 쓰는 법’, ‘차례상’ 등이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년 하는 일인데 왜 항상 헷갈리는지", "정통 차례 지내기 정말 어렵습니다" 등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우선 지방은 제사를 모시는 대상자를 상징하는 것이다. 신주를 모시고 있지 않은 집안에서 제사나 차례 등을 지낼 때 종이에 써서 모신 신위를 말한다. 임시로 위패를 삼는 것이다. 조선시대 후기에 각계 각층에서 일반화됐다. 통상 폭 6cm, 길이 22cm 한지(백지)에 글을 적는다. 과거에는 모두 한자로 지방을 썼지만 최근에는 한글로 지방을 쓰는 집안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 쓰는 법은 집마다 다르다. 지방을 쓰는 순서는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 부모 한쪽만 생존해 있을 대는 좌우 관계 없이 한쪽만 쓰면 된다. 그러나 두 분 다 돌아가셨다면 왼쪽에 아버지, 오른쪽에 어머니를 써야 한다. 이어서 위에서 아래로 ▲현(顯) ▲고인과 제사를 모시는 사람(제주, 祭主)의 관계 ▲고인의 직위 ▲고인의 이름을 순서대로 작성한다. 마지막에 신위(神位)라고 덧붙인다.

구체적으로 공통으로 적는 현(顯)은 고인을 모신다는 뜻이다. 현(顯)을 적은 다음, 제주와 관계에 따라 아버지는 '고(考)', 어머니는 '비'(妣), 조부모는 '조고(祖考)', '조비(祖妣)'라고 쓴다. 증조 이상에는 증(曾) 자와 고(高) 자를 앞에 붙인다. '증조고(曾祖考)', '증조비(曾祖妣)’ 등이다.

고인의 직위는 벼슬을 지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조상이 벼슬을 했다면 관계 뒤에 벼슬 이름을 쓰면 된다. 벼슬을 지내지 않았다면 남자 조상은 학생(學生), 여자 조상은 유인(孺人)이라 적는다.

벼슬 뒤에는 이름을 적는다. 남자 조상은 부군(府君)이라 쓰고 여자 조상은 고인의 본관과 성씨를 적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영혼이 머무는 자리라는 뜻인 신위(神位)를 쓴다. 예를 들면 벼슬을 하지 않은 제주의 할아버지일 경우 ‘현조고학생부군신위(顯祖考學生府君神位)라고 적는다.

추석인 24일이 다가오자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차례상을 차리는 법 역시 가문에 따라 달라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차림은 5열이며 기준은 신위의 위치다. 신위가 있는 쪽을 1열로 시접, 술잔, 송편 등을 올린다. 2열은 ‘어동육서’로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을 향한다. 생선을 놓을 때는 ‘두동미서’로 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해야 한다. 3열은 탕류를 놓는다. 생선, 두부, 고기탕 등이다. 4열은 ‘조율이시’로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 순서로 놓아야 한다. 또 ‘홍동백서’를 따라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다만 복숭아와 삼치, 갈치, 꽁치 등 이름의 끝에 ‘치’자가 든 것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 또 고춧가루와 마늘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붉은 팥 대신 흰 고물을 쓴다.

최근에는 명절을 겨냥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 쓰는 법, 차례를 지내는 법, 차례상을 차리는 법까지 세세하게 안내한다. 또 많은 친척들이 모였을 때를 대비해 ‘호칭’을 알려주는 호칭 계산기 앱도 있다.

한편 한국국학진흥원은 추석 차례상으로 ‘간소한 상차림’을 권하고 있다. 유교식 추석 차례상의 기본은 ‘간소함’이라는 것. 차례라는 뜻도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등에 간단히 지내는 제사’라고 한다. 실제로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이름난 종가의 차례상은 소박하게 차리는 경우가 많다. 송편과 과일 몇 가지, 술 대신 차를 올리는 차례 등이다.

국학진흥원은 중앙일보에 “제사음식의 간소화는 그 자체로 재례문화의 전통일 뿐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며 “본래 간소한 차례 상차림으로 조상에게 예를 갖춘다면 명절증후군이나 제사음식을 둘러싼 갈등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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