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꼴등이지만 응원 열기만은 스페인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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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꼴등이지만 응원 열기만은 스페인 최고
  • 한승완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 승인 2015.03.17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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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만 도시 코르도바, 축구 경기 때마다 열광 도가니

스페인의 인구 32만의 작은 도시 코르도바에는 엄연한 스페인 1부 리그인 프리메라리가의 축구팀 코르도바CF가 있다. 통상 유럽 축구팀에 붙는 football club의 약자 FC가 아니라 club de futbol의 약자인 CF가 이 팀의 뒤에 붙어 있는 게 특이하다. 코르도바CF의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코르도바 시내 식당과 상점의 TV는 코르도바CF의 경기로 채널이 맞춰져 있고,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팀 컬러인 초록색과 흰색의 물결로 넘쳐난다.

코르도바에 체류 중인 기자는 벼르고 별러서 코르도바CF의 홈경기 티켓을 구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에 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에스타디오 누에보 아르캉헬 구장에 있는 2만 1000여 명의 팬들은 기립하여 “쏘브레 엘 캄포 라 벨다드, 쏘브레 미 꼬라존 떼 제보 꼬르도바~”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를 약 2분 동안 합창했다. 기자는 국내 프로스포츠 경기 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면서 애국가를 부르듯이 스페인도 스페인 국가를 부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노래는 스페인 국가가 아니고 “나는 나의 시간과 진심을 갖고 필드에 있는 코르도바를 항상 격려한다”는 의미를 갖는 코르도바CF 축구팀 응원가였다. 그리고 경기시간 90분 동안 응원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 팀 머플러를 활짝 펼치고 응원하는 코르도바 CF 팬들의 모습(사진: 스페인 특파원 한승완)

팬들의 열정만 보면 코르도바CF가 리그 상위권에 속하는 경기력이 좋은 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팀은 1971년부터 2부와 3부 리그를 약 43년 동안 전전했다. 기적과도 같이 2014년 세계 4대 축구리그 중 하나인 스페인 1부리그인 ‘프리메라리가’로 승격했지만, 리그 개막 13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고, 리그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단 3승을 기록하며 스무 팀 중 꼴지를 달리고 있다.

인구 32만 명의 작은 도시에서 최약체 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매 경기마다 2만 1000여 석의 좌석을 가득 채우며, 한 시즌 동안 모든 경기를 입장할 수 있는 시즌 티켓을 가진 팬들만도 약 1만 7000명이란다. 이런 코르도바 축구팬들의 열성은 사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스페인 내에서도 드물다. 경기 입장료는 상대 팀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유명팀인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붙을 때는 입장료가 비싸고 약팀하고 붙을 때는 가격이 싸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르도바CF 홈경기의 한 경기 평균 티켓 가격은 25유로(한화 약 3만원) 정도로 평균 20유로(한화 약 2만 5000원)인 다른 중위권 팀들보다 비싸다. 코르도바CF 팬인 알바로(22) 씨는 학생인데도 무려 39경기 시즌 전 경기를 구경할 수 있는 시즌권을 가지고 있다. 무려 100만원 정도한다. 알바로 씨는 “시즌권 가격도 중상위권 팀들보다 비싼 편이지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시즌권을 샀다”고 말했다.

열정적인 국가 스페인에서 축구 응원 열기도 당연히 열정적이다. 하지만 코르도바CF 팬들의 응원 열정은 다른 지역 축구팀을 뛰어 넘는다. 코르도바CF의 모든 원정경기를 보러 다니는 리카르도(26) 씨는 “어딜 가도 우리 팀처럼 90분 동안 응원하는 팬을 가진 팀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생으로 이곳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스페인 내 여러 축구팀을 방문해 경기를 관람한 김병학(24) 씨도 “다른 팀들은 경기력은 코르도바보다 뛰어난데, 응원 열기는 코르도바가 단연 최고다”라고 말했다. 기자도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 홈 경기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갔었지만, 함성 소리는 이곳 코르도바보다 크지 않았다.

▲ 응원보다는 관람이 우선인 것 같은 세계 최고의 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사진: 스페인 특파원 한승완)

인구 32만 명의 코르도바 시의 축구 열기에 비해, 인구 350만 명의 부산에서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4000명인 K리그의 현실이 안타까웠고 씁쓸했다. 2015년 3월 K리그가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다. 슈틸리케 효과인가? 올해 개막전을 찾은 K리그 관중수가 대폭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 시즌 K리그에서 텅 빈 경기장의 모습이 좀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을 이곳 이역만리 스페인에서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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