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지망생의 나침판,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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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지망생의 나침판,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를 읽고
  • 충남 천안시 윤민영
  • 승인 2018.09.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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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에는 막연하게 저널리스트를 꿈꿨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원래 하고 있던, 해야만 했던, 하고 싶던 일과 꿈을 포기해야 했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와서 열심히 하려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벽에 부딪혀 다시 넘어질 때도 있었다. 그 때 앤더슨 쿠퍼를 보면서 마음을 다시잡곤 했다.

지난 8월 18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자 CNN 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첫 내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CNH포럼에서 주최한 강연에 연사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앤더슨 쿠퍼는 아마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롤모델로 꼽는 수많은 언론인 중 늘 1순위일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 롤모델이자, 멘토로 자리잡았던 앤더슨 쿠퍼였다. 그래서인지 소식을 접하자마자 입장권을 구매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앤더슨 쿠퍼의 저서 중 하나인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앤더슨 쿠퍼(사진: mroach, Creative Commons)

이 책은 앤더슨 쿠퍼의 일생을 고스란히 담았다. 어린 나이에 가족들을 잃고 고액의 상속자가 된 순간부터 기록됐다. 이 때 앤더슨 쿠퍼가 기성 기자들에 환멸을 느꼈던 순간이 상세히 묘사됐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 환멸을 느껴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과, 본인이 환멸했던 기성 기자들을 닮아가고 있는 본인의 모습에 대한 성찰이 고스란히 담겼다. 뿐만 아니다. 스리랑카 쓰나미 현장부터 시작해 이라크 전쟁, 니제르 기아, 카트리나 허리케인 현장 등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지난 8월 18일 앤더슨 쿠퍼 내한 'CNH Forum 2018' 강연이 진행되는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 강연을 듣기 위한 많은 인파가 몰렸다(사진: 윤민영 제공).
CNH Forum 2018 강연을 마친 앤더슨 쿠퍼가 자리를 빠져나오고 있다(사진: 윤민영 제공).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앤더슨 쿠퍼가 강연 때 “카메라의 렌즈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 상황은 조작될 수 있다”고 한 말과 내 느낌이 겹쳤다. 단번에 그의 말이 이해됐다. 한 사건에 대해서 내가 카메라를 향해 셔터를 누르는 방향에 따라 논조는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현 우리나라 언론처럼 같은 사건을 두고 다양한 프레임에 따른 해석이 나오는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지난날을 돌아보니 아직 대학생이지만 기자를 꿈꾸며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들고 취재하러 돌아 다녔다. 그동안 내 카메라 렌즈와 펜이 향했던 방향을 돌이켜봤다. 복잡하게 섥??nbsp;사건들을 취재했던 내 카메라는 모두 한 곳을 향해 있었다. 다양한 방향을 향해 있었다면, 보다 많은 팩트들을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에는 앤더슨 쿠퍼가 “한 언론이 보도하면 다른 언론사들은 그것과 똑같은 기사를 그대로 보도한다”고 우려한 내용이 있었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내 자신에게 떳떳할 만큼 심층취재·보도한 것 같다고 느끼진 못했다. 어쩌면, 휴머니즘을 주로 다루는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내가 아직 대학생이라는 것을 핑계 삼아 감정은 소거하고 사실만 전달해야 하는 언론 저널리스트 흉내를 내고 있었다는 반성이 들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결국 본질은 하나다. 저널리스트라는 것이 결국은 하나의 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온 내 시간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 지난날들을 성찰하고 흔히 말하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다 강하게 갖게 했다. 졸업까지 남은 시간동안 내가 더 배워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보다 더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다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진실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그리고 조우한 진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리고 나와 같이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진실을 찾기 위해 어떠한 여정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답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나처럼 언론을 공부하고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앤더슨 쿠퍼의 저서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는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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