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시작된 한반도 평화 바람이 가을까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8분께 조선노동당 본부 청사에 도착했다. 평양 시내 중심부에 자리한 조선노동당 본부 청사는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다. 노동당 청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적은 없었다. 검은색 벤츠 차량서 내린 문 대통령은 청사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 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청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이 걷는 길에는 북한군이 좌우로 10명씩 도열했다. 청사 로비에는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단이 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영철·김평해·리수용·박광호·안정수·오수용·최룡해·최휘 등 8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 모두와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도 추가로 남겼다. 이후 로비에 설치된 책상 앞에 앉은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 2018.9.18.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작성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우측에 서서 문 대통령의 작성을 지켜봤고 문 대통령이 펜을 내려놓자 크게 박수를 치며 미소 지었다.
두 정상은 계단을 통해 걸어 2층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북한 측은 남측 취재진에게도 회담장 입장을 잠시 허용했다. 김 위원장의 집무실인 노동당 본부 청사가 남측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차 회담은 이날 오후 3시 45분 시작됐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늘어난 2시간 동안 진행돼 오후 5시 45분 종료됐다.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비핵화, 군사적 긴장 완화 등 다양한 의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세 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북미관계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을 노력에 재차 감사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북남 관계, 조미 관계가 좋아졌다”며 “역사적인 조미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 조미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로 인해 주변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면서 “문 대통령께서 기울인 노력에 다시 한 번 사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우선 북측의 환대에 고마움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대에 감사드린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환대해 주셨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다섯 달 만에 세 번을 만났는데 돌이켜보면 평창 동계올림픽, 또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있었고, 그 신년사에는 김 위원장의 대담한 결정이 있었다”며 “(지금까지의) 이 과정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이번 회담을 통해 가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뜻을 강조해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8000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 전 세계도 주시하고 있고, 전 세계인에게도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회담에 우리 측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서 원장과 정 실장은 북미 비핵화 방법론 이견 조율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들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의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공항 환담장에서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남북이 자주 만나는 게 매우 중요하고 정례화를 넘어 필요할 때 언제든 만나는 관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언론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