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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엔 성별이 없지, 반하는 순간은 똑같아"...동성애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이민재
  • 부산시 해운대구 이민재
  • 승인 2018.09.1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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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선 다름을 인정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남과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 중 하나가 나였다. 나는 ‘동성애’라는 것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동성애를 이해하지 않은 채 말로만 이해한다는 사람이었다. 동성애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나는 ‘도대체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가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만 가득 가졌다. 동성연애가 이성연애와 똑같을 것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뜨지 않았다. 그런 내 생각을 바꿔준 영화가 바로 <가장 따뜻한 색, 블루>였다.

반하는 순간은 똑같았다

극 중 나오는 소녀 고등학생 ‘아델’은 길을 돌아다니다가 머리를 파란색으로 염색한 여자 ‘엠마’를 스쳐 지나가게 된다. 이 짧은 찰나의 순간에 아델은 엠마에게 반하게 된다. 아델은 자신이 여자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려고 하지만 계속 엠마를 생각하고 찾는다. 아델이 엠마란 여자에게 반한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여자인 내가 한 남자를 처음 보고 반했던 그 찰나와 똑같았다. 여자와 여자라서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동성애면 거창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란 내 생각이 부끄러웠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두 주인공 레아 세이두와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사진: Georges Biard, Creative Commons)

지극히 평범한 커플 이야기

보는 내내 ‘동성애’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 영화가 그린 동성애는 그냥 평범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커플의 이야기였다. 이 영화의 동성애 커플은 불이 붙어서 마냥 뜨겁게 사랑하다가 편해지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소홀히 해서 헤어졌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 커플의 탄생과 이별을 옆에서 몰래 지켜본 느낌이 들었다. 아델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엠마의 눈과 표정은 상대가 자기와 같은 여자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델이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나는 영화에서 “사랑엔 성별이 없지”라는 대사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사랑에 성별이 중요치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잔잔하고 애틋한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들을 보면서 ‘나는 남자든 여자든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나?’ 생각해보게 됐다. 동성애는 여자나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느끼는 사랑임을 나는 알게 됐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영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파란색은 대표적으로 차가움을 상징하는데 왜 따뜻하다고 표현할까?’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비로소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들 사랑이나 하트를 생각하면 빨간색을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불은 온도가 높을수록 청색에 가까워지고 이 색이 아델과 엠마가 빨간색을 넘어선 사랑의 색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고, 비록 헤어졌지만 서로가 소중했음을 깨닫게 해준 것이 파란색인 것 같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보는 내내 내가 사랑에 빠진 한 소녀 같았고, 이 영화는 이제껏 이해하지 못했던 동성애를 단박에 내가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해준 영화였다.

부산시 해운대구 이민재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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