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신입생 크게 줄어 보육교사 무더기 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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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신입생 크게 줄어 보육교사 무더기 해직
  • 취재기자 하봉우
  • 승인 2015.02.2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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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건 파문...."대부분 교사는 양질인데, 사회적 편견 억울"
▲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가는 부모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부산의 한 사립 어린이집에서 10년째 보육교사로 일해오고 있는 안모(부산시 남구 문현동) 씨는 요즘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느끼고 있다.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신입생 입학금까지 이미 냈던 학부모들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겠다며 3월 입학을 취소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아 수가 줄자, 안 씨가 일하는 어린이집은 그 여파로 동료 보육교사 5명 중 2명을 해고했다. 그녀는 “보육교사 신분이 요즘 파리 목숨처럼 느껴져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들이 ‘국민의 공적’이 된 듯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어린이집들도 덩달아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상적인 다수 어린이집들과 보육교사들이 사회적 냉대에 시달리고 있다.

안 씨는 얼마 전 화가 난 한 학부모로부터 밤늦게 전화를 받았다. 학부모는 자식의 다리에 갑자기 마비가 왔다며 어린이집에서 낮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안 씨를 다그쳤던 것이다. 그 아이는 낮에 어린이집에서 아무 일이 없었고, 안 씨도 그 아이가 밤에 갑자기 다리를 못 쓰는 이유를 알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안 씨는 어린이 증세가 어린이집 활동과는 무관한 것 같으니 속히 병원을 속히 가보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학부모에게 하느라 애를 먹었다. 안 씨는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모든 잘못을 어린이집에 있다고 속단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보며,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학부모와 보육교사의 관계가 슈퍼 갑과 을의 관계가 됐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대부분의 어린이집 원생 수가 급감하고 있다. 비교적 시설이 나은 국공립 어린이집은 변화가 적지만, 영세한 사립 어린이집은 타격이 심해지고 있다. 경남 진주의 한 사립 어린이집 원장인 박모(진주시 평거동) 씨는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3세 미만 영아 입학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실감하고 있다. 박 씨는 “모든 어린이집이 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다 그럴 것이라는 편견을 학부모들이 버렸으면 좋겠다”며 “마음 따뜻한 보육교사들이 일하는 어린이집이 더 많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비단 학부모만이 아니고 주변 지인들마저도 색안경을 끼고 자신들을 대하는 경향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부산의 한 사립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이모(부산시 진구 부암동) 씨는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있은 뒤로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안 때리냐”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이 씨는 “그럴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며 “나도 자식을 키우는 엄마인데 내 자식과 같은 아이들한테 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느냐”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경남 통영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김모(통영시 미수동) 씨는 한 경찰이 본인이 일하는 어린이집 근처에서 어린이집을 나오는 어린이들을 붙잡고 “너희 선생님이 때리니?”라고 일종의 탐문수사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김 씨는 “경찰이 그런 식으로까지 어린이집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만들어진 법안도 어린이집에 큰 부담이다. 다행히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국회에서 3일 부결됐지만, 어린이집 CCTV 설치는 운영자에게는 재정적인 부담을, 보육교사들에게는 사생활 침해라는 부담을 줄 뻔했다. 김 씨는 “여러 가지 상황이 안 좋아 보육교사 직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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