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가야 백성들 삶의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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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가야 백성들 삶의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 취재기자 김다빈
  • 승인 2015.02.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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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구 등 전시, 삼국 생활박물관 개관... 왕족중심 기존 박물관과 차별화
▲ 지난달 26일 개관한 정관박물관 외부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에 신라와 가야 등 삼국시대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이 생겼다. 이곳엔 신라나 가야 유물로 흔한 금관도, 금귀걸이도, 금목걸이도 없다. 대신 이 박물관엔 토기, 농기구, 집터, 건축자재가 수북하다. 이곳은 왕릉을 발굴해서 얻은 유물을 전시한 귀족이나 왕족 박물관이 아니라 이른바 삼국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서민 박물관이다.

지난달 26일 국내 최초로 삼국시대 살림살이와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정관박물관’이 부산 정관 신도시 인근에서 개관됐다. 박물관에는 주로 신라와 가야 시대의 서민 생활을 보여주는 유물들로 채워졌다. 정관박물관장 이현주(50) 씨는 “정관박물관은 귀족들이 사용하는 명품 중심의 기존 박물관과는 달리 서민들이 사용한 물건과 생활을 보여주는 생활사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정관박물관은 정관 신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굴되어 이들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건립됐다. 정관 지역 신도시 건설에 참여한 한국 토지 주택공사가 정관박물관을 건립해서 부산시에 기증했고, 현재 부산시가 관리, 운영 중이다. 정관박물관은 2011년 7월 착공해 2012년 12월까지 약 6개월가량의 공기 끝에 완공됐다. 총사업비는 134억 원에 총면적 4,059m² 규모로 1700년 전 역사의 문이 정관박물관에서 활짝 열렸다.

▲ 정관박물관은 유물이 발굴된 정관면 가동리 유적지와 방곡리 유적지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박물관 주변에 정관도서관과 국공립어린이집, 보육정보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정관박물관 1층과 2층은 각종 사무실과 강당, 세미나실로 구성돼 있고, 본격적인 전시공간은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전시관에는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가동리와 방곡리, 기장읍 청강리와 대라리,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등에서 발굴된 마을, 제사, 분묘, 생산 활동 유적과 유물 등이 재현됐다. 여기에는 삼국시대 사람들의 살림살이, 먹거리, 생업활동, 풍습을 보여주는 역사적 흔적들이 포함돼 있다.

▲ 정관박물관의 야외 전시공원에서는 정관 신도시 조성사업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들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원래 정관(鼎冠)은 우리말로 ‘솥뚜껑’이라는 뜻이다. 솥뚜껑은 경상도 사투리로 소두방이다. 그래서 정관박물관 3층 전시관의 이름들은 '소두방의 생활' 전시 공간과 '소두방의 기억‘ 전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 3층 전시관 ‘소두방의 생활’은 삼국시대 사람의 생활 모습을 집, 음식, 생활, 신앙, 무덤으로 나누어 전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 전시관 입구에서부터 소두방의 생활관, 소두방의 기억관, 어린이 체험실의 위치를 보여주는 전시관 약도(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3층 전시관 ‘소두방의 생활’ 전시 공간은 정관에 살았던 삼국시대 사람의 삶을 집, 음식, 생활, 신앙, 무덤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별로 전시 공간이 세분되어 있다. 관객들이 전시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가동리 유적 중 하나인 집 한 채가 복원돼 있다. 바로 삼국시대 집 전시관이다. 이 집은 발굴된 여러 채의 집 중에서 36호집으로 일련번호가 붙은 집인데, 같이 발굴된 다른 집들에 비해서 규모가 크고 형태가 비교적 잘 남아 있어서 삼국시대 주거 공간의 대표로 전시관 내부에 복원됐다고 한다. 36호집은 삼국시대인들이 집 지을 때 사용한 건축 자재와 정관면 용수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토기들이 전시돼 있다.

▲ (위) 가동리 유적 36호집 자리를 복원한 모습이다. 관람객이 안에 들어가 공안을 느껴볼 수 있다. (아래) 삼국시대 사람이 집을 지을 때 사용한 건축 자재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던 삼국시대 사람들의 음식과 조리법들을 엿볼 수 있는 음식 전시관이 있다. 여기에는 음식을 담았던 그릇, 곡식과 식량을 저장했던 저장 구덩이와 고상(高床) 창고(동물이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게 지은 창고)들이 있다.

▲ 삼국시대 사람들의 조리도구와 상차림, 저장용기들. 이들 유물은 삼국시대 사람들의 음식문화를 보여준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 곡식과 식량을 저장하기 위한 저장 구덩이와 고상 창고가 복원됐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삼국시대 음식 전시관을 지나면, 악기, 나무 신발, 장신구 등 삼국시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각종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여기는 삼국시대 생활 전시관이다. 여기에는 삼국시대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출 때 사용했던 악기들이 전시돼 있다. 이들을 가만히 지켜본 관객들이라면 고대 삼한 사람들이 5월에 씨를 뿌리고 나서 풍년을 비는 제사를 지내면서 모두 모여 밤낮없이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상상하고도 남는다.

▲ 삼국시대 사람이 일상생활에 사용했던 생활도구가 전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삼국시대 생활 전시관을 지나 왼쪽 옆으로 올라가면, 새 모양 토기, 각종 상형 토기, 점을 치고 의식을 치르기 위해 사용된 제기(祭器)들이 전시돼 있다. 이곳은 삼국시대 신앙 전시관이다.

▲ 삼국시대 청강리와 대라리 유적을 축소해 모형으로 복원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여기에는 삼국시대인들의 신앙생활, 죽은 사람을 기리는 무덤, 무덤 주위의 제사의 흔적 등이 전시돼 있다.

▲ 삼국시대 무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이렇게 소두방의 생활이라고 명명된 전시 공간 속에는 다시 다섯 가지의 주제 전시관들이 있다. 삼국시대 생활 전시 공간을 두루 관람한 박소연(24,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 씨는 부산 영도구에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두 시간정도나 걸려 이곳 박물관에 도착했다고 한다. 박 씨는 “시간과 버스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알차고 특색있는 박물관이었다”고 말했다.

‘소두방의 기억’ 전시 공간은 변해가는 고향의 모습이 재생된 공간으로 과거와 현재 도시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유물들로 구성돼 있다. 장관 신도시 지역은 수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지만, 그후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줄곧 사람들이 촌락을 이어가며 살았을 것이다. 그간의 발굴 과정을 통해서 마치 타임캡슐이 묻혀 있는 듯이, 가장 밑층에는 삼국시대, 그 위층에는 고려시대, 그리고 최상부층에는 조선시대 유물들이 켜켜이 발굴됐다. 그 안에는 휴대용 먹물통, 호패, 목도장, 인주통, 안경 렌즈, 심지어는 사람이 쓴 일기도 발굴됐다. 그래서 소두방은 과거와 현대가 고스란히 연결된 곳이 됐다. 정관신도시에 사는 대학생 박지환(24) 씨는 박물관에 모두 두 번 방문했다. 두 번째 방문할 때, 박 씨는 여자 후배를 박물관에 데려왔다. 박 씨는 “손님을 정관 집에 초대했을 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일 만큼, 정관박물관의 전시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 소두방 사람들이 사용한 휴대용 먹물통과 호패, 목도장, 인주통, 일기 등이 전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 정관박물관 전시실 옆에 아이와 어른이 함께 소두방을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 체험실’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전시실을 나오면 밖으로 나가기 전에 놓칠 수 없는 공간인 ‘어린이 체험실’이 있다. 정관박물관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체험실에서 사람들은 삼국시대 놀이문화를 눈으로 보고, 스크린을 통해 악기도 연주해볼 수 있다. 또한 관객은 유물을 퍼즐로 맞춰보고, 삼국시대 전통 옷도 입어볼 수 있다. 이현주 박물관장은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박물관을 찾는 경우도 많다. 하루에 약 3500명 정도가 방문할 정도로 박물관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 박물관을 방문한 어머니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3층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 어린이 체험실에서 관객들은 삼국시대 놀이문화를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 어린이 체험실에서 관객들은 삼국시대 악기를 연주해볼 수 있는 스크린이 설치되어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 어린이 체험실에서 어린이들은 삼국시대 유물을 퍼즐로 맞춰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 어린이 체험실에서 어린이들이 삼국시대 전통 옷을 입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온 주부 김미정(38,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매학리) 씨는 “아이에게 많이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참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살고 있는 기장의 옛 모습을 아이와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정관초등학교 4학년 김지훈 군은 정관박물관이 좋다는 친구 말을 듣고 엄마를 졸라 엄마 손을 잡고 박물관을 찾았다. 김 군은 “가까운 곳에 이런 박물관이 있다니 너무 좋다. 정말 친구 말대로 재밌고 신나는 박물관이었다”고 말했다.

정관박물관 어린이 체험실 옆으로 난 문으로 나가면, ‘야외 전시공원’이 있다. 야외 전시공원은 주변이 나무로 덮여있어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잠깐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원은 기장군 일대에서 발굴된 삼국시대 마을을 원 모습대로 복원했다. 사람들은 이 원시적 마을을 거닐면서 수천년 전 삶의 흔적을 호흡할 수 있다. 공원을 거닐고 나온 차승환(23,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교리) 씨는 “이 모습이 진짜 기장의 수천년 전 옛 모습 그대로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신비로운 감정을 맛봤다”고 말했다.

▲ 야외 전시공원에 있는 정자에서 바라본 공원의 모습. 야외 전시공원 뒤로 정관신도시 조성사업으로 지어진 아파트가 함께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김다빈).
▲ 사진설명: 야외 전시공원에 복원된 제사건물 앞에 쳐져있는 울타리와 마을의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출처: 취재기자 김다빈)

박물관은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방곡리에 있다. 부산 시내에서 37, 73, 182, 188, 302, 급행 1007, 1008 버스를 타고 기장 소방서에서 하차해서, 522m를 5분 내지 8분 정도 걸으면, 정관박물관에 닿을 수 있다.

▲ 기장소방서에서 정관박물관까지는 걸어 갈 수 있는 길이 있다(출처: 네이버 지도).

또 부산 시내 방면에서 급행1010번을 타고 정관 신동아 파밀리에 후문에서 하차하여 8분 내지 11분 정도 걸으면 역시 정관박물관에 도착한다.

▲ 정관 신동아 파밀레에 아파트 앞에서 버스에 하차해서 정관박물관으로 걸어 가는 길(사진: 네이버 지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울산 고속도로 장안IC에서 정관면사무소 방면으로 오면 정관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정관박물관은 무료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휴관 일은 매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는 다음날 휴관)이다. 정관박물관에 대한 기타 문의 사항은 051-720-6900으로 전화하면 된다.

정관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삼국시대 박물관이라 문화적으로 가치가 높다. 이현주 관장은 “많은 시민의 방문으로 정관박물관이 부산의 대표적 관광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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