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망각’ 의사, 대리 수술시켜 환자 뇌사... "수술실에 CCTV 설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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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망각’ 의사, 대리 수술시켜 환자 뇌사... "수술실에 CCTV 설치하라"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9.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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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건복지부에 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령 권고...의협 등 의료계 반대 / 신예진 기자

부산지역 정형외과 전문의가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 수술을 시켜 환자를 뇌사상태에 빠지게 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제의 전문의에 대해 징계 방침을 밝혔지만, 국민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부산 영도경찰서는 부산 영도구 소재 정형외과 원장 A(46) 씨와 의료기기 판매 영업사원 B(36) 씨, 간호사 등 7명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은 지난 5월 10일 부산 영도구 A 씨가 운영하는 정형외과에서 발생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날 의사 A 씨는 환자 C 씨의 어깨 부위 수술을 의료기기 영업사원인 B 씨와 간호사, 간호조무사에게 대신하게 했다. A 씨는 수술 중간 나타나 20여 분 머물다 수술실을 떠났다. 그러나 대리 수술 이후 환자 C 씨는 심정지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

사고가 나자, 병원 측은 증거 조작에 나섰다. 병원 측은 대리 수술 전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를 받지 않았기 때문. 병원 원무부장은 이같은 사실을 숨기려 환자의 서명을 위조해 동의서에 입력했다. 동시에 간호조무사는 진료 기록을 조작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수술 시 환자에 수술에 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는 의료법 제24조의 2에 해당한다. 의료법은 당연히 무면허 의료행위도 금지(제27조제1항)하고 진료 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것(제22조제3항)도 금지하고 있다.

비의료인이 의사 대신 수술하다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경찰은 병원 압수수색으로 수술실 외부 CCTV를 확보해 이들의 범행을 입증했다. 경찰은 또 B 씨가 이전에도 해당 수술실에 9차례 출입한 영상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이 공개한 CCTV에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B 씨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장면, 의사인 A 씨가 뒤늦게 수술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민들은 비의료인의 대리수술 금지를 막기 위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환자 등에게 동의를 얻어 해당 의료행위를 영상기기로 촬영해 의료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을 상정한 바 있다. 경찰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에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 법제화 등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의협 등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19대 국회 당시 의료계는 환자의 사생활 침해, 건강정보 유출 등의 문제로 격렬하게 이를 반대했다. 그러다 19대 국회는 막을 내렸다.

한 네티즌은 “수술실에 CCTV가 없으면 동네 거지가 와서 수술하는지 (의사가) 노닥거리고 노는지 알 길이 없게 된다”며 “의사들이 이것을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 항상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대리수술을 시킨 전문의 A 씨를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심의에 부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해당 회원의 위법여부 및 의료윤리 위배 사실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심의를 부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의사가 징계를 받더라도 의사 면허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 문제다. 의협은 의사 면허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다. 해당 전문의의 의협 회원 자격 정지, 복지부 행정처분 의뢰 등이 의협이 할 수 있는 최대 조치다. 물론 회원 자격이 정지돼도 의료행위 자체를 제한하지 못한다. 문제의 의사에 대한 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여론은 의사 면허 박탈을 요구하며 “비윤리적인 의료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달 개정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보면 대리수술을 시킨 의료인의 자격정지는 6개월에 불과하다. 한 네티즌은 “의사 면허 박탈은 물론 의사나 영업사원 둘 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환자들이 마루타인가”라며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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