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은 제각각이지만, 음악으로 '하모니'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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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은 제각각이지만, 음악으로 '하모니' 만든다
  • 취재기자 조재훈
  • 승인 2015.02.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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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청소년 다문화가정 오케스트라단 '드림 위더스' 이야기

부산시 대연동 대연스포츠센터 건물의 한 공간에서 악기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연주 소리가 들리는 현장엔 5~6명의 청소년 학생들이 플롯,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고 있다. 그들의 표정에선 즐거움과 함께 진지함이 묻어난다. 그런데 그들에겐 일반 청소년 악기 합주단과 다른 점이 있다. 전형적인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부터 이국적인 하얀 피부에 오똑한 코와 큰 눈을 가진 아이 등, 그들의 외모가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처럼 다양하다. 더욱 특이한 것은 그들 모두가 유창한 우리나라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명하기도 특이한 그들의 모임 이름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오케스트라단이며, 정식 명칭은 ‘드림 위더스‘다.

음악이 어린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일부 음악인들이 전국적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오케스트라단을 구성하고 지도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단다. 부산의 드림 위더스 외에도 경기도 성남시를 비롯해서 전남, 광주 등지에도 다문화가정 오케스트라가 있지만, 그 수는 전국적으로 많지 않다고 한다.

드림 위더스가 연습하는 연습실엔 그들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는 한 남성이 있다. 그는 드림 위더스를 이끌고 있는 김두일(39) 실장이다. 김 실장은 비영리 문화 예술 창작 단체 ‘3color’의 대표다. 3color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각종 악기 연주를 가르치고 이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단을 구성해서 연주활동을 하는 음악 봉사 단체다. 3color는 대표, 자문위원, 운영위원, 음악팀, 홍보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 실장은 대표 겸 홍보를 담당한다. 2014년 10월에 설립된 3color는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수입 창출을 위한 공연을 하지는 않는다. 김 실장은 “단체를 이끌어가는 리더지만 대표라는 직함을 듣기 부담스러워 직원들에게 부르기 쉽게 그냥 실장이라고 부르라 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원래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재단에서 결혼 이민자 취업 및 교육을 담당하는 일을 맡고 있다가 전문적으로 다문화가정 오케스트라단 운영을 위해 3color를 설립한 것이다. 3 color가 처음 조직한 다문화가정 오케스트라단이 바로 드림 위더스다. 드림 위더스는 단원 수가 많았을 때는 20명 정도였지만, 대연동에 있는 연습실과 거리가 멀거나, 아이들의 부모가 바쁘거나 사정이 생겨 아이를 연습실에 데려다 주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단원 수가 줄었다. 현재 단원들은 지휘자 겸 현악기 강사 1인과 관악기 강사 1인, 그리고 아이들 단원 10명, 해서 총 12명이다. 강사들은 드림 위더스가 외부에서 지원 받기 전까지는 수당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현재까지 무보수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김 실장은 “수당을 받지 않고 아이들이 즐겁게 음악을 배울 수 있게 교육해주는 강사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현재 드림 위더스에는 클라리넷 연주자 3명, 플롯 연주자 2명, 바이올린 연주자 6명이 있다. 첼로와 플롯 연주자 각 1명씩이 새로 합류할 예정이고, 타악기 연주자는 아직 구하지 못했다. 드림 위더스는 아직 한 번도 공연에 나선 적이 없는 초보 중 초보다. 그러나 언젠가 설 무대를 그리며, 이들은 매주 토요일 연습실에 모여 소리를 맞춘다. 이들의 연습곡은 주로 <캐논>과 같은 클래식 곡이다. 다양한 음악 장르 중 특별히 클래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김 실장은 “아이들은 일반인들이 어렵다는 클래식도 잘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클래식이 주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연주 연습을 하는 드림 위더스 오케스트라단(사진: 취재기자 조재훈).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중국, 일본, 요르단 등 주로 아시아권 나라에서 한국으로 온 부모들의 자녀들이다. 이들 중엔 초등학생도 있고,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성대 경영학부에 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는 설진주(20) 씨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설 씨는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설 씨의 악기는 플롯이다. 중학생 때 교육청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특별 음악 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준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악기 연주에 입문했다. 설 씨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친 형제 자매같이 지낸다”며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르단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무스타파 타렉쿠히(10) 군은 오케스트라단의 막내이자 바이올린 연주자다. 무스타바는 7세 때 부모님의 권유로 오케스트라단에 들어왔다. 그는 처음엔 앉아서 편하게 연주하는 것처럼 보이는 첼로를 선택했다가 첼로가 너무 무거워 가벼운 바이올린으로 전향했다고 한다. 동료들이 가장 귀여워하는 무스타파는 요르단 출신 아버지의 성을 따르기 때문에 원래 그의 성은 매우 길단다. 그러나 성이 길어서 놀림거리가 되자, 요즘은 그냥 줄여서 무스타파로 쓰고 있단다. 무스타파의 장래 희망은 의사다 그는 “어릴 때 아토피를 앓았는데, 나중에 커서 아이들의 피부가 아프지 않게 치료도 해주고, 바이올린도 켤 수 있는 멋진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관악기 강사 박아름 씨, 김두일 실장, 지휘자 겸 현악기 강사 최미경 씨(사진: 취재기자 조재훈).

드림 위더스는 기본적으로 김 실장의 사비로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외부 후원자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김 실장은 이들의 후원이 많은 힘이 된다며 고마워 하고 있다. 김 실장은 또한 아이들이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거나 어려운 곡을 열심히 연습해서 연주를 완성했을 때 힘이 솟는다. 김 실장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목표를 향해 갈 것”이라며 “드림 위더스가 좀 더 많이 알려져서, 공연을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드림 위더스의 목표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다. 드림 위더스는 모두가 사랑하고 보듬는 세계를 꿈꾸며 오늘도 다른 악기로 한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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