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5제(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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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5제(題)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15.02.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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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황령산 칼럼에 필자는 쓰레기와 관련된 글을 써왔다. 그 맥락을 이어서 2015년 1월 1일부터 매일 쓰는 365일 쓰레기 일기를 시작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쓰려고 한다. 그 중에서 우리 주변의 것과 관련된 최근의 5개 꼭지를 황령산 칼럼으로 갈음한다.

▲ 일상의 풍경이 된 길바닥 쓰레기(사진: 박기철 객원 칼럼리스트)

저래야 청소부 일자리가 생긴다고?

부산. 조금 춥다. 2015년 1월 28일 水

후미진 골목도 아니고 창창한 대로가 이렇다. 유흥업소들 만이 밀집한 상가도 아니고 주변에 대학들이 네 개나 밀집한 부산의 대표적인 대학가인데도 이렇다. 이건 정도가 아주 심각하다. 문화의 공간이 아니라 배설의 공간이다. 사람의 병으로 따지면 회복불능의 중증이다. 그런데 상태가 늘 이러하니 사람들은 무감각해졌다. 저런 쓰레기에 신경쓰거나 관심두지 않아도 아무 문제없이 도시는 잘 돌아간다. 원래 도시란 이렇게 쓰레기가 길바닥에 많이 뿌려져 있어야 도시다운 것인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저렇게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있어야 저걸 줍는 청소부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앞에 있으면 한 대 쥐어 박고 싶다. 하필 이런 것과 일자리 창출을 연관시킬까? 이런 쓰레기 줍는 일과 일자리 창출을 논하다니! 행인들이 저 전단지를 받자 마자 길바닥에 버리기도 하지만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 한 장씩 한 장씩 뿌리고도 다닌다. 나보다 서너 살 나이가 많을 법한 누님뻘의 아주머니가 그렇게 뿌리고 다니기에 조용히 다가가서 물어 보았다. “아주머니, 이렇게 뿌리고 다녀도 구청에서는 단속하지 않나요?” 아주머니는 매우 미안해 하며 말했다. “먹고 살려니 할 수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해 하는 것같았다. 내가 뭐 단속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러는 아주머니가 안되어 보였다. 지금 이 시대에 쓰레기를 뿌리며 받는 수당과 쓰레기를 주우며 받는 수당을 비교하면 전자가 더 높다. 어르신들이 하루종일 동네 쓰레기를 주워 리어카에 실고 다니며 고물상에 가져다 주고 받는 돈이 1만원 안팍이다. 그런데 술집 전단지를 뿌리고 다녀 광고효과가 생겨 행인이 술집으로 가게 되면 한 테이블 당 5000원을 받는단다. 시간당 기본 알바비도 있다. 쓰레기를 뿌리는 일이 줍는 일보다 이익이 높다면 저런 길바닥 쓰레기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품격은 계속 낮아진다. 그래서 구청의 단속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동네 구청은 뭘 하는지 도무지 그 무딘 속을 모르겠다.

 

▲ 전봇대마다 붙여진 거리 표식(사진: 박기철 객원 칼럼리스트)

쓰레기들로 무색해진 전포 카페거리

맑고 밝은 겨울날이다. 2015년 2월 1일 日.

부산의 행정구역상 서면(西面)이라는 지역은 지금 없다. 지하철 서면역은 있지만 부산 지도 어디에도 서면은 없다. 단지 서면이라고 예전부터 불리는 지역이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 동래군의 서쪽에 있다하여 서면이라 불렸다. 행정구역상 주로 부산진구 부전동에 속하는 지역이 서면이다. 서면에서 전포동과 가까운 지역은 젊음의 거리다. 서면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전포에는 기계부품 공구상들이 많다. 거칠며 건조했던 곳이다. 그런데 여기에 어느 해 부턴가 커피전문점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저렇게 전포 카페커리라는 특별한 이름을 얻게 되었다. 카페는 술집이 아니라 커피다. 여기는 커피의 거리다. 황령산 밑 황량한 곳에 이렇게 카페거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사람들이 거친 이 곳까지 커피를 마시로 오겠냐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카페거리 덕분에 거리는 밝아졌다. 특히 젊은이들이 오는 곳이라 거리는 젊어졌다. 그래서 저렇게 전봇대마다 ‘전포 카페거리’라고 하는 이름표를 곳곳에 붙여 놓았다. 이 곳 커피전문점 연합회에서 붙였는지, 전포동이 속한 부산진구청이 붙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이 곳에 들어서자마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저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카페커리가 생기기 전에 이 곳은 쓰레기 무단투기로 악명높은 곳이었단다. 사실 대한민국 곳곳에 쓰레기 무단투기 없는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런데 전포카페거리가 생기고 난 후 깨끗해졌다고 들었는데, 내가 목격한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 전포 카페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곳곳이 지저분했다. 지금 이 쓰레기가 버려진 바로 앞은 장사가 제법 잘 되는 커피전문점이다. 내가 사장님이라면 내집앞 쓰레기부터 치우겠다. 매장 안만 깨끗한 게 아니라 매장 밖도 깨끗하게. 여기 사장님 생각은 어떤가 모르겠다. 만일 이런 것들을 내버려 둔다면, 전포 카페거리라는 저 이름표를 떼어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 부디 깨끗하고 아름다운 걷고싶은 전포 카페거리가 되기 바란다.


 

▲ 쓰레기와 관련된 22층 행정부서(사진: 박기철 객원 칼럼리스트)

쓰레기에 관한 효과적인 관료 행정

부산. 포근한 편의 겨울 날씨다. 2015년 2월 2일 月.

부산시청에 일이 있어 마치고 가려는데 벽면에 층별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나는 10층에 들렀는데 내가 관심 있는 쓰레기 관련 일은 22층에서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기후환경국 밑으로 기후대기과, 환경보전과, 자원순환과, 생활하수과, 공원운영과 등 5개 부서가 있다. 일반적 쓰레기와 관련이 있는 업무는 자원순환과에서 할 것이다. 시청의 업무와 구청의 업무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다. 시청이든 구청이든 동사무소든 공무원이 일을 한다. 소수의 사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공무원(公務員)이다. 공무원이 속한 조직을 관료조직이라 한다. 관료조직이라고 하면 느낌이 대개 좋은 편은 아니다. 전통 형식에 얽매이거나 고정 관념에 벗어나지 못하는 조직을 관료사회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을 관료적이라고 하면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나 경향이 있는 것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개 관료 지배체제에 의한 권위주의와 연결이 된다. 그런데 사실 관료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엄격한 권한의 위임과 전문화된 직무의 체계를 가지고 합리적인 규칙에 따라 조직의 목표를 능률적으로 실현하는 조직의 관리 운영체제가 관료제다. 관료제 이론을 정립한 베버(Max Weber, 1864~1920)에 의하면, 관료제(bureaucracy)란 정당성을 부여받아 합법적 권위에 따라 일을 추진하는 업무 체제다. 관료가 합리적 명분(Just Cause)에 따라 일한다면 베버의 말이 맞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복지부동(伏地不動)한다면 베버의 말은 틀린다. 과연 우리 공무원들은 쓰레기 문제에 관해 얼마나 효율적이며, 또 효과적 행정을 펼치며 일하고 있을까? 아직 나는 이 질문에 관해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자세히 알지 못한다. 잘 하는 점도, 부족한 점도 있을 것이다. 저 관료제 조직 안내판을 보고 쓰레기 문제에 관해 일을 잘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언젠가 내 생각이 무르익어 공무원 관료들도 수용할 수 있는 명분있는 제안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비둘기와 대화하는 고물상 아주머니(사진: 박기철 객원 칼럼리스트)

긍휼의 마음으로 하는 고물상 사업

부산. 밝지는 않은 포근한 날씨다. 2015년 2월 3일 火.

길을 걷는데, 사진 속 저 아주머니가 비둘기와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마침 고물상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였다. 그 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 저 비둘기랑 말을 하시네요?” 그렇단다. 인상이 선해 보이는 아주머니는 자초지종을 말씀해 주셨다. 두 달전 쯤에 힘이 없어 보이는 비둘기가 자기네 고물상 마당에 날아 왔길래 쌀알 등을 주기 시작했단다. 그 후부터 이렇게 가끔 날아 오고 있단다. 그런데 어디서 다쳤는지 한쪽 발목이 나가서 가엽단다. 이 비둘기는 아주머니의 포근한 인정을 느꼈는지 아주머니 주변을 한쪽 발로 왔다갔다 하며 다녔다. 이 아주머니가 비둘기한테 가지는 심정은 가여워 하는 마음이다. 한자로 긍휼(矜恤)이라 한다. 불쌍히 가엾게 여겨 돌보아 주는 마음이 긍휼이다. “요즘 고물상 사업이 잘 되나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되었는데 요즘 힘들단다. 고물상에서 못받게 단속받는 고물들이 있단다. 예를 들어 고물상에서 폐가전제품을 고물로 받는 것이 적발되면 몇백 만 원 벌금을 물어야 한단다. 그런 고물들은 그런 것을 수거하는 전문업체에서만 받을 수 있단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고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데도 큰 업체가 있고 작은 업체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이 바닥에서도 큰 업체가 작은 업체의 영역을 잠식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가령 동네 구멍가게는 프랜차이스 편의점에 잡아 먹힌 지 오래며, 동네 시장들도 프랜차이즈 수퍼나 대형 마트에 먹힌 지 오래다. 이 아주머니가 남편과 같이 하는 고물상은 작은 업체에 속한다. 아주머니는 조만간 이 고물상업을 접을려고 한단다. 만일 그리되면 고물을 수거해 와서 그래도 작은 용돈벌이라도 하는 동네 어르신들의 일이 없어질까 걱정이란다. 결국 이 아주머니는 비둘기를 가엽게 여기는 마음처럼 동네 어르신들한테도 긍휼심을 가지며 일을 해왔던 것이다. 아주머니의 선한 얼굴을 보며 그런 진심이 전해져 왔다. 그런 선한 마음으로 하는 고물상 사업이 잘 되면 좋을 텐데 안타깝다.

 

▲ 반가웠던 플래카드, 그러나…(사진: 박기철 객원 칼럼리스트)

  내 생각과 다른 불법 전단지 뜻

부산→서울. 조금 흐리다. 2015년 2월 5일 木.

반가운 플래카드가 눈에 띄였다. 불법전단지 단속이라니! 이제 길거리에 뿌려진 전단지가 사라져 좀 더 깨끗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만 해도 나는 길바닥에 엄청나게 뿌려진 전단지를 보며 구청에서 단속도 안하고 뭘 하는지 그 무딘 속을 모르겠다고 불평했던 터다. 그런데 드디어 구청에서 본격적 단속을 시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만 시작만 요란하게 한 후 흐지부지 끝나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늘 저 플래카드에 적힌 번호로 전화했다. 관할 부서가 도시안전과라는 것이 처음부터 좀 이상하긴 해도… 그런데 담당공무원의 말이 내 기대를 와장창 무너뜨렸다. 자기네 부서에서는 구청에 신고하지 않는 전단지만 단속한단다. 저 플래카드를 건 도시안전과 입장에서는 길바닥에 지저분하게 버려지는 전단지가 불법 전단지가 아니라 신고하지 않고 행인들에게 나눠주는 전단지가 불법 전단지였던 것이다. 도시 안전과에서는 어제도 단속을 나가 구청에 신고되지 않은 전단지를 회수하여 과태료를 매겼단다. 그럼 길바닥에 마구 버려져 거리미관과 도시품격을 해치는 쓰레기 전단지는 어느 부서에서 단속하느냐고 물었다. 그건 환경위생국 산하 청소행정과에서 하는 일이란다. 자기네는 안전도시국 안전도시과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전화를 받는 공무원이 전단지로 인해 길거리가 지저분해지는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청의 안전도시과, 청소행정과, 그리고 경찰서의 생활질서계 3개 팀이 연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일말의 희망을 건다. 지금 저 플래카드에서 단속하는 것만 가지고는 벌금 부과를 위한 단속밖에 안된다. 그것이 구청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려나? 과태료 징수실적이 해당 공무원 승진고과에 영향을 주려나? 설령 그것이 도시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일 수는 있어도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깨끗한 거리를 가꾸는 일이다. 거리가 깨끗하면 사람도 몰려들고 장사도 모두 더 잘 되는 법이다. 우리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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