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낙태 합법화’ 논쟁...산부인과의사회 시술 전면 중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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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낙태 합법화’ 논쟁...산부인과의사회 시술 전면 중단 선언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8.2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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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덕적 진료, 1개월 자격정지’ 복지부 시행규칙에 반발...여성계 vs 종교계 찬반논란 격화 / 신예진 기자

‘낙태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또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불법적 낙태 시술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여성단체들은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런 와중에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미루기로 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인 낙태 시술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가 의료인 처벌 기준이 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항목에 낙태 시술을 명시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을 시행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보건복지부의 시행규칙에 따르면,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은 1개월간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뤄지는 낙태 시술 중 90%가량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불법적으로 행해진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낙태죄 처벌에 관한 형법과 모자보건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헌재에서 낙태 위헌 여부의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해당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형법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에 따라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환이 있을 때’ ‘강간 또는 준강간 등에 의한 때’ 등의 사유가 있으면서 ‘임신 24주 이내’일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낙태죄 위헌 ·폐지촉구 퍼레이드인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가 7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종로경찰서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김세정 기자, 더 팩트제공).

한편 복지부의 시행규칙 개정을 놓고 여성계도 반발하고 있다. 낙태에 대한 형사 처벌은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 지난 25일 여성단체 비웨이브는 ‘임신 중단 전면 합법화 촉구 집회’를 열고 고시안 철회를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해 11월 낙태죄 폐지 청원 글에 23만 명 이상이 동의한 데 이어 복지부 고시 시행 이후 다시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청원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정부 부처 중에서는 처음으로 여성가족부가 낙태죄 폐지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반면 낙태죄 폐지에 대한 반대 주장도 적지 않다. 태아도 생명으로 간주해야 하고,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이 마련되면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대학교수 96명은 이 같은 우려를 담아 헌재에 낙태죄 폐지 반대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천주교계 등 종교계도 생명 경시 우려 등을 이유로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법무부도 헌재에서 낙태죄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 형법이 합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낙태(임신 중단)를 범죄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 이달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최종 확정했다.

헌재는 오는 30일 선고하는 사건 목록을 28일 공개했지만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 등을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선고기일은 다음달 19일 이진성 소장 등 재판관 5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 마지막 선고기일. 헌재가 지난 5월 24일 공개변론까지 열어 조만간 선고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컸지만 결국 선고는 미뤄지게 됐다. 새 재판관이 취임하면 사건 기록에 대한 검토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기 때문에 선고기간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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