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장애인들, 말 타고 물리치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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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장애인들, 말 타고 물리치료 받는다
  • 취재기자 우웅기
  • 승인 2015.01.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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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재활승마’는 기분 전화에도 효과 만점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하반신을 크게 다쳐 걸을 수 없게 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신체적으로 걸을 수 없다는 점 말고도 심리적으로도 불안해서 사람들을 기피하고 고립되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환자들은 아무리 물리적인 재활치료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아 상심하게 된다. 최근 말과 환자와의 교감을 통해서 걷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물리치료는 물론 정서적 치료에도 효과가 큰 ‘재활승마’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재활승마는 말의 걸음걸이가 인간의 걸음걸이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걷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말안장에 앉히고 말을 걷게 하면, 장애인들은 말 위에 앉아서 본인들이 직접 걷는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이때 장애인들이 느끼는 걷는 느낌이 장애인들이 말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져, 걷는 데 필요한 근육을 움직이게 하고, 동시에 심리적으로 걸으려는 의욕을 북돋운다는 것이다. 사고로 다리를 못 쓰는 김정은(16, 부산시 강서구) 양은 현재 6개월째 경남 김해경마공원에서 재활승마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양은 “재활승마를 하고 나면 다리에 힘이 생긴다. (내가 탄) 말이 조금씩 나를 걷게 만들어 준다는 느낌이 든다” 고 말했다.

▲ 재활승마는 4명의 인원이 한 팀을 이뤄 치료에 임한다. 왼쪽 그림은 재활승마에 참가하는 치료팀의 위치를 보여준다. 오른쪽 그림은 한 장애 어린이가 재활승마 팀의 도움을 받아 재활승마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우웅기).

재활승마는 아예 태어날 때부터 걷지 못하는 선천적 장애아들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선천적 보행 장애아들은 걷는 방법 자체를 모른다고 한다. 재활승마는 이런 후천적 보행 장애아들에게 걷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정은 양처럼 후천적 사고를 통해 하반신을 못 쓰는 장애인들은 걷는 방법은 알아도 열심히 운동해서 다시 걸으려는 의욕이 없어서 문제가 된다. 이들은 몇 번 걷는 연습을 하려다가도 다리에 힘이 없어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활승마는 이런 후천적 보행 장애인들이 말 위에 탑승하여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잡는 행위에서 자연스레 걷는 데 필요한 근육들을 운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재활승마에는 다양한 말들이 사용된다. 특히 작게 진화된 말 종류들이 재활승마에 많이 활용된다. 작은 말들은 다리가 짧아 보폭 좁고 그로 인해 움직임이 큰 말에 비해 심해서 장애인 탑승자에게 심한 반동을 주게되고, 이것이 환자의 운동량을 증가시킨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우웅기).

재활승마는 이렇게 환자의 신체에 도움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특히 4명으로 구성된 팀원들과 같이 치료에 임하고, 야외에서 말이라는 동물과 같이 운동을 하게 되서 정서적으로도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해경마공원의 이인경 재활승마 교관은 “재활승마는 물리적, 언어적, 인지적, 사회적, 정신적 치료에 초점을 동시에 두기 때문에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재활치료가 된다”며 “특히 혼자 만의 세계에 갇힌 자폐아가 승마치료를 받으면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고 말했다.

재활승마는 “부상당한 병사를 말에 태웠더니 치료 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고대 그리스 문헌이 발견됨에 따라서 BC 400년 경부터 말이 재활치료에 활용돼 왔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후 유럽에서는 말을 활용한 재활치료가 성행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2001년 삼성전자 승마단에서 재활승마를 최초로 도입했으며, 2005년 한국마사회에서도 재활승마를 도입하게 됐다. 현재는 서울 경남 김해, 그리고 제주도에 있는 한국마사회 경마공원 내에서 일반인들의 승마 레저를 담당하는 승마랜드가 있는데, 이곳에서 재활승마 치료를 운영하고 있다.

재활승마에 이용되는 말은 주로 키가 작은 소형 품종의 말이다. 키가 작은 말은 균형이 맞지 않아서 걸을 때 요동이 심하기 때문에 말을 탄 환자들에게 자극을 주어 걷는 데 필요한 근육의 운동을 축진하기 때문이란다.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주 연령대는 주로 6세에서 15세 사이다. 최근에는 사고로 다리를 다친 성인들의 치료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관계자들이 말하고 있다.

삼성 서울 병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3년 12월, 이 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의학과 정유숙 교수팀이 주의력결핍과잉장애(ADHD) 아동치료에 재활승마가 약물치료보다 20%가량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재활승마는 보행 장애아 이외에도 정신 장애 어린이의 치료에도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재활승마를 하는 고현정(10) 어린이의 아버지 고승균(44, 부산시 진구 양정동) 씨는 지인으로 소개받아 보행 장애를 가진 딸에게 재활승마 치료를 받게 했다. 고 씨는 재활승마 치료를 받으면서 딸의 기분이 밝아지고 눈에 띄게 보일 정도로 효과가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고 씨는 “병원이 아닌 자연과 함께, 그리고 말과 함께 하는 치료라서 정서적으로도 효과가 있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며 “단지 경마장 승마공원에서 레저로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과 치료 목적으로 말을 타는 환자들이 같이 승마하는 것보다는 분리되었으면 졸겠다”고 덧붙였다.

재활승마는 1회 치료에 30분이 걸리고, 비용은 1회에 4만원이다. 재활치료는 교관, 리더(말을 이끄는 사람) 1명, 사이드워커(낙마방지를 위한 말 측면 보조자) 2명 등 총 4명이 한 팀을 이뤄 치료를 진행한다. 재활승마 프로그램은 각 지역의 사회복지관과 연계하여 진행 중에 있으며, 기타 문의사항은 각 지역의 사회복지관과 부산경남 마사회 재활승마 교관 이인경(010-6510-5001)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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