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실험실 안전 무방비, 매년 100여건 사고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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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실험실 안전 무방비, 매년 100여건 사고 발생
  • 취재기자 김다빈
  • 승인 2015.01.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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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자 부주의, 납품업자 실수 등 원인..."실효적 안전 교육 시급"

1999년 9월 서울대 공대 원자핵공학과에서 대형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대학원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명의 중상자를 냈다. 사고 이후, 안전대책이 마련됐고, 대학 실험실의 안전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다. 부산일보는 2013년 8월 6일 오전 11시 29분께 부산 남구 부경대 대연캠퍼스 장영실관 내 한 실험실에서 점검 작동 중이던 실험기기가 폭발해 납품업자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보도했다.

대형사고가 난 이후에도 여전히 대학 실험실은 불안하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 사건이란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6년이 지난 현재도 대학 실험실에서는 전국적으로 매년 100여 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통계로 드러난 사고는 이 정도지만, 화재 및 폭발 사고가 신고되면, 해당 대학이나 연구실에 대한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삭감될까봐 감추는 경우가 있다. 2011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여구환경안전사업단의 연구실안전정보망에 나타난 실험실 사고 사례집 머리말에 따르면, 대학이나 정부 연구소의 사고사례를 수집하는 데 각 기관에서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고 내용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에 대한 원인 및 예방책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연구소 관련 사고 건수보다 실제 사고는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연구실안전정보망의 연구소 사고 사례분석 결과,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실험자의 부주의였다. 국민안전처의 화재 현황 통계에도 교육 연구 시설의 화재 원인은 연구자의 부주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모 대학 공학과 석사 과정 학생인 조모(24) 씨는 얼마 전 자신이 속한 실험실에서 수소를 사용하다가 큰 사고가 날 뻔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조 씨는 “수소를 납품한 업자의 실수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자신의 부주의였다”고 말했다.

대학 실험실의 안전 담당자는 국가에서 정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험실안전관리교육을 받아야한다. 이에 따라서, 대학 실험실 관리자, 학생들은 안전 관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최근 실험실 안전 관리에 관련된 시험을 치른 포항의 한 대학 대학원생 한모(24) 씨는 “실험실 안전 관리 교육 시 실시하는 시험은 뻔한 답을 고를 수 있는 보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대학에서 공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정모(24) 씨의 실험실에서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안전교육을 잘 시키지 않아서 실험실에서 사용된 화학 물질을 폐수처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정 씨는 “실험 후 화학물질을 폐수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안전 상식을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실험실에는 여김없이 실험실 안전관리 규정, 실험실 일반 안전수칙, 실험실 전기 안전수칙, 비상시 행동요령 등이 부착되어있다. 실험실 연구원들은 기본적으로 안전수칙을 알고는 있으나 안전 수칙대로 정확히 따르는 경우는 드물다. 며칠 동안 수행되는 긴 실험이 진행될 때 실험실에서 방독면을 쓰거나 안전화를 신는 등의 기본적인 사항이 무시되기도 한다. 정 씨는 “여름에는 착용하는데 불편함이 있어서 안전모나 마스크를 미착용한 상태에서 실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안전 수칙대로 따라야 하고 인체에 유해한 물질에 대한 주의 사항을 알지만 당장 아무런 영향이 없기에 쉽게 간과하는 경향도 있다. 부산의 조 씨는 “(실험을 할 때) 다른 연구원들은 보호 장비를 쓰지 않았고, 나 혼자 보호장비를 썼더니, 실험실 내에서 특이한 취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조 씨는 “위험도 계속 겪다 보면 익숙해진다. 익숙한 환경 속에서 무서운 물질들에 무감각해져서 생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울산의 정 씨는 “학생들의 안전불감증이 액체 시약이 눈에 튀는 것과 같은 작은 사고들을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실험실의 안전관리 규정에 따르면, 안전관리 담당자는 실험실 자체 안전교육 사항과 자체 안전 점검 사항을 기록하여 매달 대학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대학 본부는 매년 수시로 대학 실험실 안전 점검을 실시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안전 점검은 사전에 예고가 되므로, 대학 실험실 사람들은 점검 전에 문제 될 사항들을 미리 정리해서 점검을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실험실에서 겨울철에는 학교가 제공하는 난방 기구 이외의 전열기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의 중앙 난방 장치가 제한 온도로 작동하기 때문에 기온이 내려가는 날에는 별도의 전열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정 씨는 “실험실이 너무 추워 난방기를 켤 수밖에 없다”며 “추운 밤에도 연구하고 실험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난방 시설이 부족한대도 현실성 없는 규칙들 때문에 실험실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인명을 앗아간 1999년 대학 실험실의 대형 폭발사고가 난 이후, 대학의 실험실에 대한 각종 안전 장치들이 마련됐지만, 안전불감증 때문에 실효적인 사고 예방이 부족하다고 다수의 학생들이 말하고 있다. 조 씨는 “실험실 안전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실험실 연구원들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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