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보호" vs "주민 숙원사업" 제주 비자림로 확장 두고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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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보호" vs "주민 숙원사업" 제주 비자림로 확장 두고 갈등 확산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8.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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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삼나무 915그루 벌채...제주도 "훼손 최소화하는 방안 찾겠지만 백지화 않겠다" / 신예진 기자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에 확‧포장 공사 문제가 불거졌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를 두고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며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0일부터 비자림로 공자를 중지했지만 제주도가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비자림로를 지키려는 시민 모임은 12일 오전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위해 삼나무숲을 베어낸 자리에 모여 ‘비자림로 함께 지키기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6월부터 비자림로 일부 구간인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를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이 구간 삼나무 숲길 500m 구간의 나무를 베어냈다. 총 계획수량 2160그루 중 915 그루가 잘려나갔다.

이날 참가자들은 베어진 나무를 상징하는 녹색 천을 자신의 몸에 두르고 “아름다운 제주를 함께 지켜주세요”, “아직 어린 삼나무와 씨앗들이 살아있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숲이에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통해 “도로 확장이 당장 필요한지, 공사 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고, 아름다운 가로수 숲길에 대한 대안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환경은 한 번 훼손하면 복원하기 어렵고, 관광명소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타지역민들 역시 “제주의 가치는 자연 경관에서 시작된다”며 환경 파괴를 우려했다. 이들은 “제주에서 유일하게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 “외국 숲속 느낌으로 결혼 스냅 사진을 찍은 곳”, “이렇게 제주의 매력이 사라져간다” 등 공사를 반대하는 의견들을 남겼다.

대학생 김희진(21) 씨는 “제주도는 제주도민 만의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라며 “좋은 자연 경관이 사람들의 욕심으로 파헤쳐지고 훼손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인위적인 제주가 아닌 자연 그대로를 보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반대 여론이 극심해지자, 제주도는 지난 10일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반면, 성산읍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도로 확장을 요청했던 성산읍 이장 협의회와 성산읍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정상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사가 중단된 도로는 성산읍 지역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도로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제주도민이라고 밝힌 A 씨는 “공사를 재개해 도민 불편을 최소화해달라”라며 “가로등 하나 없는 저 곳은 밤만 되면 나무 때문에 달빛도 안 들어온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돼 도로도 변변치 않은 상태에서 관광객까지 급증했다”며 “왕복 2차로라 매일 다니는 사람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성산읍이장협의회 역시 지난 1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림로 도로 확포장 공사는 즉시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 사업은 성산주민들이 오래도록 바라던 숙원사업으로 사람과 환경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균형적 관점에서 봐야한다“며 ”주민은 물론 관광객과 성산항을 이용하는 많은 수출기업들의 물류도로로 도로를 확장하는 사업은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주도는 공사를 백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한 선족이오름이 훼손되지 않도록 기존에 계획된 도로 노선을 틀어 조정했으며, 800m에 이르는 삼나무 군락지를 전부 벌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삼나무를 전혀 안 건드릴 수는 없겠지만,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자림로(지방도 1112호선)은 지난 2002년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평대초교 앞 일주도로에서 한라산횡단도로인 5.16도로까지 이어지는 길이 27.3㎞의 왕복 2차선 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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