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는 유기동물과 사람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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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는 유기동물과 사람이 공존한다
  • 손희훈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 승인 2014.12.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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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도 국가가 해주고, 유기동물용 사료 자판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매년 약 10만 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효과적 관리와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초부터 부산시는 3개월 이상된 개에 그 소유자의 전화번호 등이 기재된 표식을 달아 구청이나 군청에 신고하는 동물등록제를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부산시 유기동물 문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만큼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심지어 앞선 2009년 ‘부산시 동물보호 조례’를 제정해서 개를 등록하지 않은 견주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까지 시도했지만, 도리어 과태료 부과를 두려워하는 견주들이 등록을 꺼리고 있기까지 해서 유기동물 문제는 진척이 없다.

하지만 터키 이스탄불의 유기동물들은 달랐다. 이스탄불에는 무려 약 15만 마리의 유기동물들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로부터 적절하게 관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스탄불 시는 이 많은 유기동물들을 어떻게 관리할까?

▲ 유기견들이 터키 이스탄불의 시내 중심가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희훈).

첫째로 눈에 띄는 점은 이들이 아주 온순하다는 것이다. 이스탄불 시민들은 유기견들에 대한 적대감이나 반감이 전혀 없다. 유기동물들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같이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쉬기도 한다. 실제로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서든 팔자 좋게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유기동물들이 눈에 띈다. 또 이들은 복잡한 시내에서 살지만, 어떤 시민도 유기동물을 해코지하거나 쫓아버리는 경우가 없으니, 사람과 유기견들이 아주 평화롭게 공존한다. 매 끼니마다 근처 유기 고양이들을 위해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사람들도 눈에 보였다. 터키인 바투한(Batuhan, 21) 씨는 “터키인들의 종교적 신념 중의 하나가 동물들에게 잘 대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귀에 플라스틱 표식을 하고 있는 이스탄불의 유기견. 이 표시는 적절한 예방주사를 국가가 맞힌 유기동물임을 가리킨다(사진: 취재기자 손희훈).

두 번째 이스탄불 유기동물의 특징은 건강해 보인다는 점이다. 부산의 뒷골목에서 마주치는 유기견, 유기 고양이들은 대체로 더럽고, 피부병에 걸려 털이 듬성듬성 나있거나, 보통 반려동물보다 마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스탄불의 대다수 유기동물들은 한국의 견종들보다 대부분 덩치가 두 배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늠름하고, 털에 윤기가 흐르며, 건강하다. 이유는 단 하나. 이 유기동물들을 모두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간히 보이지만, 대부분의 유기동물들은 귀에 플라스틱 핀이 꽂혀 있다. 이는 국가에서 예방접종을 마친 안전한 유기동물이란 뜻이다. 핀이 없는 유기동물은 발견 즉시 예방접종 후 다시 방생되거나 질병이 있을 경우 치료까지 받는다.

▲ 이스탄불 시의 유기동물들을 위한 사료 자판기로부터는 터키인들의 동물에 대한 유난한 애정이 엿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손희훈).

터키인들의 동물에 대한 애정은 길가에 설치된 하나의 발명품에서 더욱 빛난다. 그것은 유기동물들을 위한 사료 자동자판기다. 이 자판기는 위쪽에 두 개의 구멍이 달려있고, 아래쪽에는 하나의 구멍이 나 있다. 맨 위 구멍에는 재활용품을 넣도록 되어있고, 가운데 구멍에는 사람들이 마시다 남은 물을 넣을 수 있게 되어있다. 맨 아래 구멍으로는 유기동물들이 사료와 물을 받아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람들이 먹다 남은 물이나 재활용품을 이들 위구멍에 넣으면, 그 대가로 유기동물들에게 줄 수 있는 사료와 물이 맨 아래 구멍에서 나오게 되어 있다. 이 자판기에 흥미를 느끼는 시민들은 재활용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지 않고 자판기까지 가져오며, 생수를 사서 마시고 애매하게 남은 물은 동물들에게 식수로 제공하는 시민들도 많다. 그래서 이 자판기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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