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준비하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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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준비하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 부산광역시 수영구 강단하
  • 승인 2014.12.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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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더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벌써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광고도 없이 입소문으로 이루어낸 성과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 부부의 변치 않는 사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2011년 11월에 방영되었던 KBS <인간극장-백발의 연인>에서 먼저 다루어졌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은 영상을 만드는 사람 입장으로써는 굉장히 탐이 나는 소재다. 그렇다고 해도 남이 먼저 한 소재를 다시 다룬다는 것은 영화 제작진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이 주인공 부부는 이미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인간극장>의 ‘극장판’이 될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이 두 다큐멘터리는 캐릭터는 같으나 스토리의 방향은 전혀 다르다. 나는 이 사실을 영화를 두 번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처음 영화를 보게 된 건 남들처럼 입소문을 듣고서였다. SNS에는 연일 두 분의 넘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올라왔고, 나 또한 두 분의 뜨거운 사랑을 기대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보고 나서는 뭔가 모자란 기분이 들었다. 이 영화 초반에는 이미지들이 죽 나열돼 있고 인서트로 얼기설기 엮은 편집에 몰입이 되지 않기도 했다. 기대한 만큼 실망감이 컸고, 좋은 콘텐츠지만 서툰 제작진의 욕심이 과했다는 생각머저 들 정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아쉬움만 남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영화라 이대로 지나치기엔 아까웠다. 그래서 두 분의 이야기를 먼저 다루었던 <인간극장>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인간극장>과 비교해 보면 이 영화의 모자람이 무엇인지 알게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인간극장>에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을 5부작에 꽉꽉 눌러 담았는데,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에서 보여준 사랑의 방식은 장난이라는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들로 표현되어 있었다. 이미 <인간극장>과 겹치는 에피소드들이라 그 장면들이 식상하기까지 했다. 1시간 반짜리 영화에 장난 에피소드가 무려 세 번이나 연속해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비교하다보니, 성공 가능성이 보장된 콘텐츠를 가지고도 이 영화는 왜 이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는지 못마땅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다시 영화관을 찾았다. 두 번이나 영화를 본 이유는 사실 비평을 하기 위해서였다. 입소문과는 달랐던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모자란 점을 찾으려 애를  쓰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서야 이 영화가 사랑에 관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영화에서도 진한 사랑을 다루지만, <인간극장>이 사랑이었다면, < 님아, 저 강을 건너지마오>는 이별이었다. 정정하던 할아버지가 계절이 지날수록 쇠약해지고, 할머니는 이별을 준비한다. 할아버지의 옷을 정리하고 함께 태울 죽은 아이들의 내복을 사고, 키우던 강아지 꼬마를 떠나보내면서, 할머니는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이 영화를 아쉬워 했던 건 사랑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SNS에 잔뜩 퍼져있는 건 그들의 사랑하는 모습들이었다. 사랑하는 모습보다 이별하는 모습이 더 오래 담긴 그 영화가 내 기대와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인 2011년 11월에 방영되었던 KBS의 <인간극장 - 백발의 연인> 편을 보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인간극장>에서 열렬하게 사랑하던 두 노부부는 영화에서 죽음으로 이별한다. <인간극장>을 통해 두 분의 사랑하는 모습을 실컷 본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이별을 차근히 준비해야 했던 할머니의 슬픔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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